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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벽장 속의 치요 - 오기와라 히로시 / 신유희 : 별점 3점

벽장 속의 치요 - 6점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예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표제작 이외 8편, 그러니까 총 9편의 단편이 실린 호러 단편집입니다. 잘 모르는 작가인데 책 소개만 보고 충동구매한 책이죠.

총 9편의 단편을 분류하자면 3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령이 나오긴 하지만 인간적이고 따뜻한 "말랑말랑 에피소드" (벽장 속의 치요 / Call / 신이치의 자전거), 끔찍한 현실에 대한 모골 송연한 결말을 그리고 있는 "모골송연 에피소드"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 / 늙은 고양이 / 어두운 나무그늘), 마지막으로 빠른 전개와 박력과 더불어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는 "박력화끈 에피소드" (예기치 못한 방문자 / 살인 레시피 / 냉혹한 간병인) 정도로 말이죠. 이 가운데에서 개인적으로는 "화끈 에피소드" 쪽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발상도 기발하고 전개과정에서 쉴틈 하나 주지 않는 박력이 인상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나머지 두 분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일단 "말랑말랑 에피소드"는 너무 분위기가 안 맞았어요. 유령이 등장한다고 해서 "사랑과 영혼"이 호러는 아니잖아요? 그나마도 너무 뻔한, 독특한 요소도 없는 이야기들이라 지루했습니다. 반대로 "모골송연 에피소드"는 호러물이라는 장르에 충실하긴 해서 어느정도 재미는 주지만 좀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더군요. 물론 호러물이 설득력을 갖출 필요는 없겠지만 약간 아쉽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평균적으로 3점입니다. "화끈 에피소드"와 "모골송연 에피소드" 만 실려있더라면 3.5점을 줬을텐데 나머지 이야기가 너무 취향이 아닌지라 0.5점 깎았습니다. 베스트 에피소드로는 "예기치 못한 방문자"를 꼽고 싶네요. 작가의 역량은 충분히 알았기에 "화끈" 쪽 장편이 있다면 한번 구해봐야겠습니다.


벽장 속의 치요
게이타는 실직 후 이상하게 싼 집세의 맨션으로 이사한 뒤, 벽장속에서 "치요"라는 소녀 유령이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긴 한데 사실 큰 재미는 없었습니다. "치요"의 슬픈 과거를 게이타가 밝혀내어 성불시켜주는 이야기가 되어야 하나로 완성될 것 같은데 이야기 서두에서 서둘러 끝마친 미완성 작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도 아니라서 이래저래 애매해 보이네요. 별점은 2.5점.

Call
나는 미유키와 함께 죽은 대학 동창 묘지를 찾아간다. 우리 세명은 같은 대학 초자연현상 연구회 소속으로 나도 미유키를 좋아했었다...
중간에 시점이 바뀌는 일종의 서술트릭이 쓰인 말랑말랑한 멜로물입니다. 하지만 시점이 바뀌는 시점이 아무리 보아도 억지스러워서 트릭을 위한 트릭이라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네요. 이건 완전 반칙이죠... 내용도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어머니의 러시아 수프
나와 소냐는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중국에서 탈없이 살아가는 9살배기 쌍동이.
9살배기 꼬마의 1인칭 시점으로 세모녀의 힘든 삶을 다룬 이색 단편입니다. 힘든 시기 살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의 모습같은 이야기 등은 굉장히 뻔한 이야기죠. 하지만 이 작품은 마지막 반전과 현실적인 공포를 드러내는 결말을 통해 상당히 재미있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별점은 3점.

예기치 못한 방문자
히라이와 리쿠조는 정부 사토미를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어떻게는 시체를 숨기려 하는 찰나 청소서비스 더스 클린의 예기치 못한 방문을 받게 된다.
리쿠조의 살해 직후 이야기가 시작되는 단편입니다. 전편에 걸쳐 시체를 숨기려는 자와 불청객간의 숨바꼭질이 숨가쁘게, 그리고 유머스럽게 펼쳐지는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죠.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유머스러워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4점. 영상화해도 좋을 것 같은 흥겨운 분위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살인레시피
야스다 후미히코는 아내 구미코를 살해할 결심으로 특별 요리를 준비한다.
바로 전 작품인 "예기치 못한 방문자"와 동일한 블랙 코미디 서스펜스 스릴러물입니다. 부부만 등장하여 식탁에서 서로의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은 흔하디 흔한 이야기죠. 하지만 딱 두명만 등장해서 저녁식사하는 식탁에서 혈전이 벌어진다는 설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식탁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묘사도 디테일하고요. 단 결말이 구태의연하다는 단점이 있어서 별점은 3.5점입니다.
혹 영상화한다면 규모와 등장인물은 적지만 서스펜스 하나는 제대로 뽑아내고 있기에 영화보다는 연극에 더욱 어울릴 것 같습니다.

냉혹한 간병인
소노코는 치매로 쓰러진 시아버지 젠조를 돌보는 척 하나 실제로는 학대하는 악질 며느리.
현실적이면서 주위에 있음직한 소재에서 "몬스터 호러물"을 뽑아낸 듯한 작품입니다. 전반부의 자기중심적 악질며느리 소노코도 괴물이지만 후반부에서 본격적 복수와 응징에 나서는 젠조의 존재감, 카리스마가 압권으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은 작품입니다. 젠조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는 계기에 대한 설명이 미흡한 등 단점도 물론 있지만 워낙에 박력이 넘쳐 별점은 4점입니다. 이 단편집에서 국내 시장에 가장 잘 맞지 않을까 생각도 됩니다. 우리나라야말로 고부간 갈등이 많잖아요^^

늙은 고양이
나는 히데오 숙부의 사후 숙부의 집을 상속받아 이사가게 된다. 숙부가 키우던 늙은 고양이와 함께 가족이 이상하게 변해가는데...
일종의 "이형 공포물" 정도 될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양이 한마리로 나를 제외한 가정의 붕괴를 접해가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포인트인 작품입니다. 다른 이형, 또는 바이러스 등으로 전염되듯 붕괴되는 공동체를 다룬 작품으로 좀비물이나 흡혈귀물과도 어떻게보면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류의 작품군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 즉 가장 중요한 고양이의 정체를 속 시원히 밝혀주지 않는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보입니다. 분위기와 묘사는 그럴듯 했지만 단점이 너무 크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어두운 나무 그늘
15년전 숨바꼭질을 하다가 동생 야요이가 실종된 뒤 처음으로 나는 다시 외갓집을 방문한다. 외갓집은 사촌오빠 유이치 혼자 머물고 있었다. 야요이의 흔적을 다시한번 찾던 나는 마당의 오래된 녹나무에서 이상한 무언가를 느낀다.
실제 범죄가 가증스러운 것이기에, 그리고 결말의 묘사 하나가 섬찟해서 (유이치의 얼굴이 떠올라 있던 곳은, 지상 2미터가 넘는 높이였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모골송연" 쪽으로 분류했지만 어떻게 보면 일상계 심리물이기도 한 작품이죠. 별것 아닌 무대장치에서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전개도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상이 15년동안 은폐될만한 것은 아니라는 단점 때문에 감점해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신이치의 자전거
나에게 신이치가 찾아와 한밤중 사당을 탐험하는 모험을 제안한다...
어린 시절 추억을 약간의 괴담처럼 꾸민 작품. 잔잔하긴 하지만 심심할 뿐 아니라 뻔하기까지 해서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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