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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4

두번째 총성 - 안소니 버클리 / 윤혜영 : 별점 3점

 

두 번째 총성 - 6점
안소니 버클리 지음, 윤혜영 옮김/크롭써클

유명한 탐정소설 작가 존은 자신의 교외 농장에서 지인들을 초대한다. 그러나 초대객 중 한명인 에릭은 소문난 난봉꾼으로 모든 초대객들에게 미움받고 있는 인물로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어 갈 때 초대객 전원이 참석하는 추리쇼가 제안되어 실행에 옮겨진다. 하지만 추리쇼의 피해자 역이었던 에릭이 실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살인자 역이었던 시릴 핀커튼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시릴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린시절 친구였던 명탐정 로저 세링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좋아하는 작가인 안소니 버클리 (콕스)의 국내 초역된 따끈따끈한 신상입니다. 추리소설의 번역 열기에 힘입어 매니아조차 잘 몰랐던 이러한 작품까지 번역되다니 영어를 못하는 쩌리 추리 애호가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죠.

어쨌건 리뷰로 넘어가자면, 이 작품은 굉장히 새로운 시도가 가득찬 이색적인 장편입니다. 작가 스스로 "범죄 퍼즐" 보다는 캐릭터를 더욱 중시하고 새로운 전개방법을 도입하여 더욱 복잡하게 이야기를 서술했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지만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각자의 사정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부분은 고전 본격물 시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현대적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성은 잘못한다면 복잡하기만 할 뿐 알맹이없이 지루해 질 수도 있는 설정인데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전편에 걸쳐 녹아들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아울러 본격물 황금기 시대의 작가답게 스스로 "범죄 퍼즐"을 중시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트릭이 등장한다는 것도 반가운 요소였고요.
아울러 작가의 대표작인 "독 초콜릿 사건"에서 미리 접했던 다양한 시각에서의 범죄를 파악하는 방식을 약간 바꾸어서 이번에는 탐정이 바뀌면서 새로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용의자들 시각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추리쇼를 펼치는 것도 좋았고 작가의 시리즈 탐정 캐릭터인 로저 세링엄이 등장하는 것도 기뻤습니다. 세링엄의 묘사가 많지 않고 활약 역시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황금기 명탐정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또한 마지막에 의외의 진상이 밝혀져서 독자의 뒤통수를 연달아 강타하는 놀라움이 숨어있다는 것 역시 고전 황금기 작품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단점도 눈에 뜨이네요. 추리적으로는 위험을 각오하고 벌인 일이라는 설명이 계속 등장하긴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과연 가능했을지 의문이 생긴다는 것은 분명한 약점으로 보입니다. 애시당초 작가의 의도가 그러했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고전 퍼즐 트릭물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 또 인물들이 독특하고 입체적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공감가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특히나 이 작품의 화자 시릴 핀커튼은 거만하면서 굉장히 자기 중심적인 인물로 세세한 점 하나하나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라 짜증이 나기까지 하더군요. 외려 그러한 부분에서 코믹함이 많이 묻어나오기는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대표작이 아닌 이유는 있었달까요. 그래도 거장의 평작은 범인의 걸작보다 나은 법이죠. 추리 애호가라면 정말 즐거워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표작도 아닌 이 작품을 과감하게 출판해준 출판사 크롭써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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