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으로 어딘가에서 누군가 강추하기에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몇번 밝혔듯이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그래도 "탐정 갈릴레오"와 같은 단편집과 기타 앤솔러지에서 접한 단편들이 괜찮았었기에 실패해도 데미지가 적을 것 같아 구입한 것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일정 수준 이상은 된다 보여집니다.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 실린 총 7편의 단편들 대부분이 전부 "추리"라는 쟝르에 충실하기 때문이죠. 그것도 퍼즐 트릭 중심의 본격물이 많아 추리 애호가로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기 때문인지 작가의 그간 싫어했던 가장 큰 단점인 "러브라인"이 부각되는 작품이 몇개 없다는 것도 좋았고요. 독특했던 점이라면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결혼 보고" 이외의 모든 이야기가 1인칭이라는 것으로,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주인공과 세계관으로 연결된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어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전혀 다른 설정인 두번째 작품 "판정 콜을 다시 한번!"만 빼고요^^) 이게 설마 작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요.^^
하지만 추리물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인 "판정 콜을 다시 한번!"과 말랑말랑한 인간관계가 주요 사건보다도 강하게 부각되는 "달콤해야 하는데" 두편이 좀 이질적이라 아쉽네요. 나머지 다섯편으로는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만 요 두편때문에 전체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한 기존의 제 편견을 어느정도 깨 준 작품집임에는 분명합니다.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자고 있던 여자
나는 입사동기 가타오카의 권유로 집 빌려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낯선 여자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와 잔 남자를 찾아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 우기며 집에 눌러 앉는데...
잭 레몬 주연의 코미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경쾌한 도시파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황당한 사건에서 결말에 이르는 구조가 깔끔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참 좋은데 이렇게 영화 같은 곳에서 설정을 따 와서 추리소설을 창작해도 재미있겠더군요.
어차피 톨루엔의 행방 추적을 한다면 간단하게 꼬리가 밟혔을 것이라는 점은 약점이지만 일상계니 너무 딱딱하게 따질 필요는 없겠죠. 별점은 3.5점입니다.
판정 콜을 다시 한번!
나는 노보루의 꼬임으로 노부인의 돈을 강탈하는 계획에 가담했다가 실패한 뒤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단코 추리물은 아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평이한 드라마로 일종의 성장기랄까.. 싶은 작품인데 야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더군요. 상식적으로는 해당 판정에 대한 설명은 판정콜 이후 바로 선수에게 해 주는게 정상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설득력도 거의 없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죽으면 일도 못해
하야시다 계장이 휴게실에서 문을 걸어잠근채 시체로 발견된다. 나는 직속 부하라 어쩔 수 없이 사건에 관련되게 되는데...
두가지 트릭이 상호 연계되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밀실 트릭"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해 왔던 트릭이긴 합지만 작품과 잘 어울리게 구성되어 마무리되는 전개가 매끈합니다. 경찰 수사로 결국 진상이 밝혀진다는 현실성 높은 결말도 의외로 놀라웠고요.^^
단, 어차피 범행이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인 관계로 완벽한 트릭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그래도 현실에 기반한 재미있게 읽었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달콤해야 하는데
나는 상처하고 하나뿐인 딸마저 잃은 뒤에 나오미와 결혼하여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 여행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일상계랄까... 과거 "사고"의 진상을 기억에 의지해 밝혀낸다는 작품입니다.
본격물로 보기에는 정보제공이 공정하지 못해 실망스럽고 이후의 전개도 억지스러워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어차피 제가 싫어하는 러브라인이 주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등대에서
나는 소꼽친구 유스케와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계획한다. 이 사실을 알은 유스케 역시 동일한 코스를 역순으로 밟아나가는 여행을 떠난다고 선언한다.
의외의 전개가 연속되는 단편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친구간의 다툼 정도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생각외였어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싶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의표를 찌르는 이런 단편을 써보고 싶네요.
결혼 보고
오래전 소식끊긴 친구 노리코에게서 온 결혼을 알리는 편지. 편지를 받은 도모미는 편지안에 동봉된 사진 속 주인공이 노리코가 아닌 것을 알고 놀라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리코의 고향으로 떠난다.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죠? 일반인들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당황스러운 설정을 토대로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버젼이라면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서 갔더니 신부가 내가 알던 그 아가씨가 아니더라" 정도 되겠네요. 물론 이것도 살인을 부르는 설정이긴 하겠죠.^^
하지만 설정에 비해 동기나 시체의 처리 등 범죄에 관련된 내용이 현실적이지 못한 등 아이디어가 매끄럽게 전개된 맛은 약하기에 별점은 3.5점만 주겠습니다.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나는 5년에 걸친 해외근무의 마지막 해를 맞아 아내 유키코와 함께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2인조 강도에게 습격당하는 신세가 된다.
이국의 풍광 묘사, 주인공들의 배경 묘사가 더 중심인 듯한 이상한 작품. 왜 무대가 코스타리카일까요? 트릭도 구태여 외국이 아니라도 상관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작가가 코스타리카에 관광갔다가 와서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의심만 생기네요.
내용에 비하면 쓰잘데 없이 길고 완성도도 그닥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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