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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얼음꽃 - 아마노 세츠코 / 고주영 : 별점 3점

얼음꽃 - 6점
아마노 세츠코 지음, 고주영 옮김/북홀릭(bookholic)

부와 미모, 모든 걸 갖췄지만 아이만은 가질 수 없던 세노 쿄코에게 어느날 갑자기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속 주인공은 자신이 남편의 애인이며 임신 중이라는 것, 때문에 쿄코가 남편과 헤어질 것을 강요했다. 급작스러운 살의에 휩싸인 쿄코는 범행을 결행하는데...

나이 60이 되어서 데뷰했다는 아마노 세츠코의 작품입니다. 작품의 명성도 높고 평도 좋은 탓에 진작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마침 형이 빌려줘서 연휴때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잡은 뒤에는 한번에 읽어내릴 정도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흡입력은 빼어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눈팔지 않게 만드는 힘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미만으로 따진다면 1급이었어요.

하지만 예상을 거의 빗나가지 않는 뻔한 전개, 그리고 이 전개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위적인 묘사가 너무 많다는 단점은 큽니다. 사건들의 배후에서 진범이 사람들을 조종해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인데, 범인의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었어요. 심지어는 여러 단서들을 모아서 수사해나가는 경찰의 움직임도 예상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세노 교코의 극단적 행동은 그녀의 캐릭터와 맞물려 치밀하게 그려지고는 있지만, 사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충동적 범행이기 때문에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차라리 그녀가 농약을 쥬스에 타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진행되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저지르지 않은 범죄에 서서히 빠져든다는 서스펜스가 재미는 물론 설득력 측면에서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코넬 울리치 느낌도 살짝 났을 것 같고요.

덧붙이자면, 범인들이 조작한 올가미는 굉장히 허술했고, 오히려 세노 쿄코의 여러가지 행동과 "우연"에 기인한 증언으로 덫에 걸리게 된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완전범죄로 빠져들 수 있는 사건을 어거지로 끌고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결정적일때 등장하는 단서들도 1주일 전에 스쳐지나간 여성이 들고있던 종이 봉투를 기억해서 이야기한다는 등 설득력이 떨어졌고요. 필체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맹신도 거슬렸던 부분입니다. 21세기 전산화시대에 필체를 요목조목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잖아요.

또한 세노 쿄코라는 기이한 악녀 캐릭터의 출중한 매력에 비해 토다형사 등 기타 남성 캐릭터들이 너무 겉도는것도 문제입니다. 여성 작가들 소설 대부분에서 느껴지는 특징이며, 작가의 첫작이라는걸 감안은 해야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갭이 정말 너무 크네요.

결론내리자면 재미는 있지만 그 외 추리적인 부분과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못 미쳤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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