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염 1 - 히라다 다이키 스토리, 하시모토 미츠오 그림, 김문광 옮김/삼양출판사(만화) |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는 있지만 작품 발표를 삼가한채 "어둠의 도공사"라는 이름으로 의뢰받은 자기를 높은 보수로 재현해 주는 일을 하는 자유가마의 도공 하마다 토요타가 등장하여 여러가지 도자기들을 만들고 사람들의 갈등을 풀어나간다는 만화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유가마라는 작은 가마에서 아마츄어들을 가르키는 일을 하는 등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 등 모든 면에서 다른 "프로페셔널 직업군 히어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설정이긴 한데 "도예가"라는 직업군에서 특화된다고 할 수 있겠죠.
어시장 삼대째 작가이기도 한 하시모토 미츠오의 부드러운 작화가 빛을 발하는 2001년도 작품으로, 단 2권으로 완결되기 때문에 전부 3편밖에 에피소드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첫번째인 에치젠자기의 "눈물자기" 재현에 대한 이야기는 자기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함께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이익과 애증으로 얽히는 관계가 잘 묘사된 수작이었습니다. "물을 부으면 구멍은 없는데 눈물처럼 물이 흐르는 자기"라는 설정부터가 일단 호기심이 생기며 이것을 재현해 나가는 과정을 추리물처럼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거든요. 별점 3점은 너끈합니다.
두번째인 "환상의 아씨다완" 이야기는 특이하게도 연쇄살인과 함께 시작됩니다. 노부나가에게 진상되었다는 차를 담으면 차안에 벛꽃이 휘날린다는 환상의 자기와, 그 자기의 재현에 성공한 사람이 살해당한다는 서두에서부터 뒤이은 연쇄살인극과 함께 토요타의 다완재현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다완 재현이야말로 범행의 동기인데 상당히 의외의 진상을 품고 있어서 추리적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이 정도면 별점 4개도 아깝지가 않죠.
그러나 좋았던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현대에 재현 불가능한 환상의 도기 "요변휘홍" 에피소드는 토요타가 어둠의 도공사가 된 과거, 원수, 라이벌, 그를 흠모하는 여인의 정체, 기타 등등 상상가능한 모든 요소들이 등장하여 억지스럽게 전개되다가 끝나버립니다. 그나마 "요변휘홍" 재현에 대한 이야기로만 끝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필요없는 등장인물들과 억지스러운 설정들의 난무로 "요변휘홍" 이야기마저 매몰된 채로 별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단지 이야기를 끝맺기 위한 이야기였을 뿐으로 별점은 두점도 과한 수준입니다. 최소한 한 권 정도의 분량을 더 할애해서 완벽하게 마무리지었어야 했습니다.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뭐 그래도 첫번째, 두번째 에피소드만으로도 한번 읽을 가치는 있다 생각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소재는 좋았지만 인기없어서 아깝게 끝난 만화"의 전형적 케이스로 봐도 무방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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