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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9

나인 테일러스 - 도로시 L 세이어스 / 허문순 : 별점 3점

 

나인 테일러스 - 6점
도로시 L. 세이어스 지음, 허문순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피터 웜지경은 우연한 사고로 머물게 된 펜처치 세인트 폴이라는 마을 교회에서 8개의 종을 가지고 연주하는 15840 전좌의 켄트 트레블 봅 타종에 참여하게 된다. 그 몇개월 뒤, 펜처치 세인트 폴 교회 묘지의 한 부인 묘지에 남편을 같이 안장하기 위해 파헤치자 정체모를 남자의 시체가 묘지안에 있다는 것이 발견되고, 교회 목사 시어도어는 피터경에게 사건 해결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피터 웜지경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작품 중에서 베스트라 칭할만큼 유명한 고전 명작이죠. 이전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해외편 본격물"에서 읽고 집어든 책입니다. 아... 저는 정말이지 이런류의 리스트에 너무 혹하는거 같아요.

사실 명성이야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선뜻 읽게되지 않은 이유는 이전에 접했던 피터 웜지경 시리즈가 저하고는 잘 안맞았던 탓이 큽니다. 돈많고 인기도 많고 매너도 좋은 귀족 탐정이라는 하이틴 로맨스같은 캐릭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이전 리뷰 참고) 작품들도 고전 본격물 치고는 트릭 등에서 미흡했다 생각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대표작다운 확실한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전좌명종술"이라는 것을 이용한 암호트릭으로 트릭 자체는 상당히 공들여 잘 만들었다 생각되네요. 종의 이름을 가지고 만든 말장난이라던가, 명문 등 여러가지 장치를 동원해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고요. 수다쟁이 목사 등 캐릭터들도 확실하고 확실히 읽는 맛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전좌명종술"에 대한 현학적인 재미도 큽니다. "나인 테일러스"라고 해서 9명의 재봉사가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죽은 사람을 위해 치는 종을 "나인 테일러스"라고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죠.^^ 덕분에 "전좌명종술"에 대한 흥미도 생겼고 말이죠. 유튜브 통해 "Change ringing"으로 찾아보니 몇개 나오는데 (샘플) 뭐 생각만큼 듣기가 좋은 것 같지는 않네요^^

그러나 재미에도 불구하고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게 기본적인 부분에서 설득력이 좀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만 나열해보자면
1. 가장 중요한 설정 중 하나인 왜 시체를 구태여 수고스럽게 묘지에 다시 파묻었는지?
2. 에메랄드 목걸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그렇게 오랫동안 숨겨둔 이유는?
3.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암호문을 남긴 이유.

정도를 들 수 있겠네요. 특히나 3번 항목은 사실 작품에는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 트릭을 위한 장치로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아무도 못 알아보는, 자기만 알아보는 암호가 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입니까....

그 외에도 제프리 디콘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명 역시 부족해서 도대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모범수였다가 갑자기 탈옥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8년 형기 중 이미 4년을 보냈는데 왜 갑자기 탈옥을 했을까요? 때문에 작품을 읽으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웠어요. 초-중반에는 누명을 뒤집어쓴 불쌍한 피해자로 보이다가 갑자기 천하에 둘도없는 사악한 악당으로 돌변해 버리니 이거 참 읽으면서도 적응이 안되더군요. 아울러 위의 두번째 항목과도 연관이 있는 "완벽한 신분세탁" 이후에도 입국을 두려워한 이유 역시 그다지 와닿지 않았고요.
그리고 본격 추리소설 치고는 동기와 범인, 피해자가 죽은 방식 등 핵심 요소들이 빨리 드러나는 편입니다. 다른 작품들을 통해 많이 접했던 동기이기 때문에 알아낸 것이긴 한데 확실히 너무 뻔한게 아닌가 싶고, 개인적으로는 등장인물들 중 그 누구도 피해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뻔한데...

너무나 이름이 높은 고전 명작이긴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확실히 너무 낡은게 아닐까 싶네요. 볼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피터 웜지경 캐릭터 역시 제게는 확실히 부담이었고 말이죠. 별점은 3점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리스트에서 또 하나 작품을 클리어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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