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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8

조각맞추기 - 에드 멕베인 / 홍지로 : 별점 2.5점

조각맞추기 - 6점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두명의 남자가 시체로 발견된 현장에 출동한 브라운 형사는 폭격을 맞은 듯한 현장을 보고 뭔가 중요한 것이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라 여기나 찾은 것은 시체가 쥐고 있던 사진조각뿐.
그러나 이후 브라운-카렐라를 찾아온 보험조사원을 통해 사진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 사진은 전부 모으면 6년전 75만달러가 탈취당한 은행강도들이 돈을 숨긴 곳을 표시한 곳을 알게되는 일종의 지도였던 것.
브라운은 사건 해결을 위해 나머지 사진 조각을 찾아나서고, 차례로 사진의 소유자들은 시체로 발견되나 결국 사진을 모두 모으고 진상까지 밝혀내게 된다.


<87분서 시리즈> 중 24번째 작품. 원제는 'jigsaw'로 1970년 작품입니다.
위의 줄거리 요약을 통해 설명하였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6년전 은행강도단 네명이 은행을 털기 전 가족과 지인에게 남긴 사진의 행방을 쫓는 것입니다.

일단 작품의 묘사라던가 전개가 기존에 읽었었던 에드 멕베인의 <87분서> 초기작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특히 적나라한 묘사가 그러해요. 이전에는 잔인함은 있어도 끔찍함은 없었는데 이 작품은 잔인하고 끔찍할 뿐 아니라 지저분하기까지 하달까요? 작품 전개에 잘 맞고 현실감을 부여해주는 장치기는 하지만 빈민가나 게토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범죄들에 대한 묘사라던가 퇴물 청녀 도로테아 맥널리를 찾아갈 때의 묘사는 과연 여기가 사람사는 도시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단지 끔찍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경쾌한 유머가 곁들여져 있고, 특히 흑인인 아서 브라운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저렴한 묘사와 아서 브라운의 재담을 결합함과 동시에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까지 드러내는 전개는 확실히 거장, 그랜드 마스터다왔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조지아 출신 아가씨를 협박하는 장면은 백미였어요. "편견이란 멋진 것이다. 남부인 최악의 판타지를 구현하는 과정!"
그 외에도 8장의 사진 조각에 얽힌 인간군상들에 대한 묘사도 생생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또 은행강도 일당들이 말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항공사진 조각내어 정보를 공유한다는 작위성에 대해 설명하는게 아주 그럴듯해요. 범죄자들이 경찰과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 즉 "오락성"을 집어 넣기 위해서라니 정말 천재적인 발상아닙니까? 설득력없는 설정에 대해 작가가 이렇게까지 포장해서 내놓는 작품은 본적이 없는데 심지어 그럴싸하기까지 하다니!!! 이 설명덕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 경찰을 이용하려고 한 어빙 크러치의 매력도 확 살아나니 일거양득! 뭐 다 "오락성"을 위한거니까요.
아울러 실제 소재인 사진 퍼즐을 책 속에 담아내어 전개하는 것도 독특한데 의외로 괜찮아서 놀랐습니다. 다 모이지 않으면 장소를 알 수 없다는 설정을 효과적으로 전해주기도 하고요.

허나 물론 단점도 존재합니다. 아무리 "오락성"이 중요한 요소라 하더라도 정도를 지켰어야죠. 예를 들면 필요한건 누가 사진을 가지고 있느냐라는 것인데 편리하게도 명단이 존재하고 그 명단을 경찰이 너무 쉽게 손에 넣는 것은 안일한 전개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어빙 역시 어설픈 알리바이를 바탕으로 사람을 죽여가면서까지 사진을 모을거였다면 구태여 경찰에 의뢰할 필요가 없었죠. 원래 어빙이 확보했던 사진 두장이 핵심이고 거기에 도로테아와 제럴딘의 사진만 있으면 돈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삽질이기도 하고요. 왜 경찰을 찾아가기 전에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는지, 왜 제럴딘과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는지, 제럴딘 이전에 칸에게서 왜 사진을 사려 하지 않았는지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경쾌하게 읽히는 재미는 있지만 추리적, 소설적 완성도는 그렇게 정교하지 않은,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펄프 픽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에드 멕베인의 최고작은 50~60년대 작품들이라 생각해 왔는데 이 작품 역시 한 증거가 아닐까 싶군요. (다른 증거는 <Long Time No See (1977)>). 출간 자체는 고마운 일이지만 이렇게 순서를 뒤죽박죽 섞지 말고 모쪼록 초기작부터 순서대로, 꾸준히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2014/02/27

반전 - 아이작 아시모프 외 / 박준형 : 별점 2.5점

하우미스터리의 벼룩시장을 통해 구입한, 지금은 절판된 앤솔러지.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 출간된 책으로 편저자가 여러 단편집을 읽은 뒤 멋진 반전이 있는 작품만 엄선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출간되었는데 저작권 개념없이 출간되었으리라 생각되네요.

여튼, 모두 1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 작품의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 노래하는 종
- 황금알을 낳는 거위
- 반중력 당구공

프레데릭 포사이스
- 제왕
- 면책특권
- 완전한 죽음

제프리 아처
- 뉴욕에서의 하룻밤
- 구식 사랑
- 깨어진 습관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
- 이집에 축복 있으라
- 메리 고 라운드
- 너무나 선량한 남자
- 살인 게임


소개 작가의 면면만 보아도 화려하죠? 작품들도 반전을 테마로 한 앤솔러지답게 "기묘한 맛" 류의 작품들이 많은데 모두 기본 이상은 해 줍니다.
또 아시모프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국작가의 작품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극히 영국적인 사고방식 (지나칠 정도의 계급의식과 체면치레)이 작품에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독특했어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미 다른 앤솔러지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8편입니다... 결국 딱 5편만을 위해 구입한 셈이죠.
그런데 그 5편 중 가장 기대가 컸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의 작품 4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수록작들의 가치만 놓고 보면 별점 3점 이상은 충분하겠지만 읽지 않은 5편만의 평균 별점은 2.3점.. 조금 올려도 2.5점밖에는 못 주겠어요.
어렵게 구한 "고서당"류 책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덧붙이자면,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는데 선정된 단편이 모두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반전을 가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제프리 아처의 작품은 여기 수록된 단편이 모두 수록된 단편집을 읽어보았지만 작품의 수준을 떠나 반전만 놓고보면 여기 수록작보다 뛰어난 작품이 많거든요.
때문에 혹 관심있으신 분들께는 여기 수록된 작품들이 전부 수록된 작가별 단편집 쪽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이 책이나 원래 단편집이나 절판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니까요.


아이작 아시모프

<노래하는 종>

이미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했던 유명 단편.
"달과 지구의 중력 차이는 몸이 기억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과학적 추리가 돋보이는 SF 추리물입니다. 1954년에 발표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에요.
또 외계환경공학자이지만 우주선도 타지 못하는 천재인 웬델 어스 박사 캐릭터가 인상적이라 찾아보니 역시나 시리즈가 있더군요! 다른 웬델 어스 시리즈도 읽고 싶은데 과연 언제나 가능할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시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읽었었던 작품.
그런데 반전이라고 할만한것은 없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이 전부로 단편집 성격과는 거리가 멀고 딱히 재미있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어려운 과학 이론을 소설처럼 쉽게 쓰는 작가의 능력은 잘 알 수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인기를 끌기는 어렵다 생각되네요.

<반중력 당구공>
프리스와 브룸이라는 앙숙이 등장하여 "반중력"을 구현하는 쇼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작품. 반중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적 고찰이 뛰어나고 그곳에 들어간 당구공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역시 설득력이 넘칩니다.
무엇보다도 반전이 앤솔러지 취지에 부합할만큼 괜찮아서 마음에 드네요. 결국 브룸의 거의 모든것을 차지하게 된 프리스 박사의 순간적 기지가 그것인데 과학적일 뿐더러 복선에도 충실하고 나름 여운도 남기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프레데릭 포사이스 작품들>
단편집 <마지막 에이스>를 통해 접했던 작품들. <황홀한 죽음>이 <완전한 죽음>으로 제목이 바뀐 것 말고는 동일한 작품들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에이스> 최고의 단편들은 아니라 생각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제왕>만큼은 다시 읽어보니 11년전에 읽었을 때와 다르게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당시는 제가 결혼 전이고 지금은 결혼 후이기 때문이겠죠. 왠지 저도 모리셔스로 떠나고 싶어집니다.

<제프리 아처 작품들>
역시나 단편집 <포기하기 힘든 유혹>을 통해 접했던 작품들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가장 좋은 작품이 실려있다고 보기는 좀 어려워요. <구식 사랑>은 반전이라고는 등장하지도 않고 말이죠. 여기 수록된 작품들보다는 <포기하기 힘든 유혹>을 권해드립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크리스티나 브랜드)
<이 집에 축복 있으라>
자기 집에 어느날 찾아온 부부, 그리고 그날 밤 낳은 부부의 아들이 "예수"라고 확신하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평범한 일상 속 광기와 광기가 충돌한다는 설정의 "기묘한 맛" 류 단편으로 서늘한 느낌은 확실히 전해줍니다.
그러나 죠셉, 마를린 부부의 사고방식은 좀 이해가 안되네요. 메이스 부인과 본 부인을 처치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요? 단지 시점의 문제지... 아기가 있다고 집을 얻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 오버가 심한 것 같고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메리 고 라운드>
포르노 사진을 둘러싼 스캔들과 살인을 다룬 작품. 협박자가 협박하던 재료 (포르노 사진)가 협박자를 살해한 범인을 통해 다시 협박에 사용된다는, 약간 윤회와 같은 구성이 독특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부모들의 범죄를 알고 있었다라는 결말은 좀 약했어요. "그때문에 언젠가 이득을 볼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을 조금 더 강조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냥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너무나 선량한 남자>
기묘한 정신병을 가진 남자를 그린 짤막한 소품.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병적, 범죄적으로 비튼 작품이랄까요? 솔직히 이해도 잘 안되고 공감도 안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

<살인 게임>
범죄자와 범죄 피해자의 아이들을 돌봐온 인격자 재미니 변호사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건다. 수수께끼와 같은 절규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어! 긴 팔!"와 함께.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방문이 잠긴 재미니의 5층 사무실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창문은 막 깨진 듯 흔들리고 칼에 찔린 상처에서는 피가 나지만 범인은 찾아볼수 없는 상태. 유사한 전화를 남기고 경찰 한명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어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지게 되는데...

기묘한 밀실트릭이 등장하는 본격물. 초, 중반부에 유력한 용의자를 한명씩 등장시켜 그 용의자가 가능했을 범죄의 방식을 논하는 문답식 전개방식이 독특했습니다. 한니발 렉터를 연상케하는 탐정역의 노인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으며 마무리에서 쟈일스의 할아버지일 것이라는 여운을 짙게 남기는 것도 작위적이기는 하나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쳤다 보기 어렵습니다. 트릭이 너무 별로이기 때문이죠. 일단 전화 목소리가 피해자를 가장한 범인의 목소리였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반칙이라 생각되며 아무리 경황이 없어도 경찰들이 같이 출동한 동료가 누구인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경찰을 너무 물로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작위적이고 우연에 의지한 전개 (갑작스러운 비에 레인코트를 입지 않은 것을 목격하고 알리바이에 이용한다던가)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작가의 이름값이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많이 처지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라는 명성은 장편에서만 유효한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2014/02/24

비정근 - 히가시노 게이고 / 김소영 : 별점 2.5점

비정근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소영 옮김/살림


비정근 교사인 주인공이 임시 담임을 맡은 학교와 반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한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살인사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상계에 가깝습니다. 당연하겠죠. 초등학교에서 대단한 사건이 벌어질 확률 자체가 낮으니까요. 허나 평범한 일상 속 사건을 미스터리어스하게 전개하는 작가의 능력만큼은 인정할만 했습니다. 별거 아닌데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또 주인공 캐릭터도 괜찮았어요. 귀찮은 것을 싫어하지만 냉정하고 분석력이 빠르며 일을 맡기면 똑 부러지게는 하지만 더 이상의 무언가는 절대로 하지 않을 성격도 마음에 들지만 뭔가 오래전 "떠돌이 해결사" 느낌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느낌이 들기도 했거든요. 쿨하고 차갑지만 사실은 따뜻한 남자로 마을의 위기를 해결하고 떠나는 무사같은 그런 느낌말이죠.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씩 "선생님"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도 좋았고요. 이렇게 맡는 학교마다 크건 작건 사건이 일어나면 비정근 교사로 먹고살기는 점점 힘들어지겠지만....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본인이 아니면 풀 수 없는 트릭이 거의 대부분이었다는 점으로 추리에 동참하거나 공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자체는 단점은 아니지만 번역할 때 국내 실정에 맞게 조금 더 신경썼더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평이하고 무난한 단편집이었어요. 재미도 있고 캐릭터도 독특하며 일상계스러운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주는만큼 일상계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또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시는 초심자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캐릭터가 독특한만큼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6*3>
3개월 한정의 비정근 교사로서 5학년 3반의 담임을 맡게 된 주인공이 기묘한 살인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
주요 트릭이 다이잉메시지인데 원래의 메시지가 있었더라면 범인이 곧바로 체포되었겠지만 작위적으로 메시지를 변경하여 이야기를 어렵게 꼬아놓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원래의 메시지가 변경된 이유가 설득력있게 설명되는 것은 괜찮았습니다. 평작 수준은 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1/64>
반 아이들이 나누는 1/64 라는 단어와 반에서 일어난 지갑 도난 사건의 진상을 그린 작품.
평이하고 무난한 일상계지만 아쉬운 것은 "바카도지"라는 일종의 암호입니다. 일본식 암호로 국내 독자가 해석하기에 무리가 따를 뿐더러 그 자체가 너무 작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두엘기삼" 같은 건데 이게 우연히 단어처럼 보이게 되었다는건 너무 우연이 심하죠. 또 요시오카가 돈을 빼앗긴 것을 밝히지 않은 것도 의문이에요. 그게 도박의 증거가 될 수는 없잖아요?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10*5+5+1>
주인공이 다른 학교 5학년 3반의 임시 담임이 된 뒤 이전 담임 모리모토의 추락사에 대한 진상을 밝힌다는 내용.
나름 무난한 일상계인데 공식의 결과인 56이 모리모토의 체중이었을 것이다가 어머니를 통해 증언되었다면 좀 더 쉽게 풀렸을텐데 괜히 어렵게 꼬인 느낌입니다. 그리고 동기 역시도 억지스러웠고요.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다른 해결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거에요.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인간이란 약한 존재라는 주인공의 독백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라콘>
이번에는 반도 시키 초등학교의 6학년 2반을 무대로 하여 학생인 나가세 아키호의 투신자살 미수, 그리고 그와 관련된 “우라콘"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아낸다는 내용.
처음으로 제목이 공식이나 숫자가 아니라서 의외였던 작품으로 "우라콘"의 뜻만 알면 진상은 쉽게 드러나지만 뜻을 알아내는 과정을 미스터리어스하게 풀어낸 솜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상계인데 그야말로 미스터리가 됐달까요. 이러한 전개 덕분에 별점은 3점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일본식 조어인 "우라콘" 입니다. 한국식으로 "뒷담투"와 같이 번역했더라면, 최소한 각주 정도로 표기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무토타토>
이번에는 고린 초등학교 6학년 3반. 수학여행을 중지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협박장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트릭은 일본인이 아니면 풀 수 없는 트릭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억지스럽더라도 번역할 때 "이외"라는 한글을 풀어서 "0151"과 같이 표기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래도 야노의 계획에 나카야마가 숟가락을 얹어서 사건이 복잡해진 점은 괜찮았고 동생을 활용했다는 것과 그것을 찾아낸 발상도 나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꽤 괜찮은 교사임이 드러나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주인공은 주인공다워야하는 법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초등학교 6학년생이 이즈라는 지명을 듣고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언급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많은 작품을 읽어봤지만 정작 지명은 잘 모르는데... 국내가 아니라서 뇌리에 깊게 남지 않았다 위안을 삼아봅니다...

<신의 물>
이번에는 롯카쿠 초등학교 6학년 3반. 반 학생이 음독으로 쓰러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
일단 트릭은 "신의물"이라는 페트병에 쓰인 글자가 핵심인데 역시나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트릭인데 이 점은 감점 요소는 아니지만 아무리 아이들이어도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음독과 고양이 먹이 주기라는 일의 경중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을텐데 경찰에 진상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네요. 아예 저학년이었다면 모를까...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었어요.

<방화범을 찾아라>
고바야시 류타라는 초등학생이 화자이자 탐정역으로 등장하는 짤막한 단편. 주인공은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명탐정 코난>같은 아동용 추리물에 관심을 가진 결과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트릭은 일종의 밀실 트릭인데 순간접착제를 이용했다는 진상은 유치할 뿐더러 잘 됐을 것 같지도 않아서 실망스럽더군요. 만화였다면 더 나았을지 모르지만... 별점은 2점입니다.

<유령이 건 전화>
고바야시 류타 화자의 일상계. 반 아이들에게 걸려온 장난전화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로 이번에는 탐정역으로 동급생 아사쿠라 도모미가 활약합니다.
단순한 장난이라 추리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이만큼이나 흥미롭고 풍성하게 만든건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되네요. 훈훈하고 따뜻한 괜찮은 소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2014/02/21

시공건축환시담 메모리즈 1 - 토우메 케이 : 별점 2.5점

시공건축환시담 메모리즈 1 - 6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건축물에 남겨진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여자와 볼 수 있는 남자가 만난다. 그들은 서로의 능력을 합쳐서 건축물이 남긴 염원(?)을 풀어준다...

토우메 케이의 독특한 건축관련 일상계? 옴니버스물. 주인공인 니와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도입부 성격의 <집의 기억>, 니와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함께 후카자와 마유리에 대해 서서히 알아가는 <할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니와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바다의 추억>이라는 총 세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줄거리 요약만 보면 집이 가진 잔류사념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지박령을 퇴치하는 퇴마물로 보이기도 하나 내용은 평범한 일상계에 가까운 작품들입니다. 주인공들의 능력도 별게 없고 하는 일도 고작해야 남겨진 편지를 보낸다던가, 숨겨진 인형을 찾아낸다던가, 건물에게 예전의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는 것에 불과하고 그래서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 것도 없어서 큰 드라마가 존재하지 않거든요. 애시당초 건물이 피를 흘리거나 폴더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라서 뭐 해결하고 말고 할것도 없죠.

그래도 토우메 케이 스타일이 살아있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고 별거 없는 내용이지만 마지막 이야기는 아주 괜찮았어요.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의 의식이 아니라 그야말로 집 자체의 의식이 중심이 된다는 약간의 반전과 더불어 실제로 성불시켜주는 방법이 꽤 그럴듯하면서도 따뜻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선 굵은 거친 스타일의 펜화로 그려낸 작화와 전형적이라 해도 좋은 토우메 케이 스타일 캐릭터인 니와와 후카자와 마유리 컴비, 일종의 조력자인 사카모토, 아키라 컴비의 등장도 반가운 부분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약간 <환영 박람회>와 겹치기도 하는데 (특히 마유리) 작가도 환영 박람회 캐릭터들이 뛰어든 현대 무대의 일상계 판타지를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여튼. 별점은 2.5점입니다.

걱정이라면 1권부터 <환영 박람회>와 비슷하게 이런저런 떡밥을 던져놓는데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나.. 하는 점이죠. 작가의 전작을 보면 더욱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점인데 후속권까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군요.

2014/02/20

11인이 있다! - 하기오 모토 / 서현아 : 별점 2.5점

11인이 있다! - 6점
하기오 모토 지음, 서현아 옮김/세미콜론


애니메이션으로 미리 접했었던 작품. 생각해보니 하기오 모토 작품을 책으로 읽는 것도 처음이네요. 유명세에 비하면 읽는 것이 너무 늦은 것 같기도 한데, 뭐 국내 소개가 늦은 탓이 크겠죠? 여튼 표제작 <11인이 있다!>와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이라는 두편의 중편과 함께 권말 보너스 만화 수준의 <스페이스 스트리트>라는 짤막한 개그 꽁트가 실려있더군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어요. 오래된 걸작을 읽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확실히 시간이 흘렀기에 명성만큼의 재미나 가치를 느끼기는 어려운 것은 모든 고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듯 싶네요. 가끔, 정말이지 아주 가끔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럴 정도의 명작은 아닙니다.
아울러 이 작품을 좋은 번역과 디자인으로 국내에 소개하여 주신 출판사 세미콜론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드리나 가격이 너무 쎄요. 정가가 거의 만원이라니!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하긴 했지만 이른바 "가성비" 측면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한번쯤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한만큼 아직 읽지 못하신 장르문학(만화) 팬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지 나름 시대를 앞서간 반짝이는 부분은 확실히 있으니까요. 가격 부담만 없으시다면...


<11인이 있다!>는 애니메이션 원작이죠. 우주대학 입학시험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10명의 수험생이 시험을 치루는 우주선에 11명의 수험생이 타고 있다는 기발한 설정 하나만큼은 최고에요. 고립된 단체 속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설정은 흔한 것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한명이 수상하다!" 라고 알려주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작품은 보기 드물죠. <우주해적 코브라>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소위인지 중위인지가 두명이라 둘 중의 한명이 가짜다! 라는 이야기였는데... 어쨌거나 이 설정 하나 덕분에 우주선에 닥치는 갖가지 위기에서 서로 단합하기 어렵고 누가 11번째인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기에 단순할 수 있는 입학시험이 흥미롭게 흘러가게 됩니다.
또 천편일률적이기는 해도 몇몇 캐릭터는 아주 괜찮았어요. 특히 여성이 될지 남성이 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의 히로인 프롤의 독특함이 기억에 남네요. 여러가지 면에서 시대를 앞서간 히로인이라 생각됩니다. "남자"가 될 것을 주장하는 히로인이라니!

허나 시대를 거스리기는 힘들었던 것일까요? 솔직히 이야기의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일 큰 문제점은 초반 테스트에서 꽤나 강력해 보였던 타다의 초능력이 왜 먹히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되지 않는 점입니다. 여기서 11번째는 충분히 밝혀졌어야 하지 않나요?
또 흥미로운 전개에 비해 11번째가 결국 자백(?)에 의해 밝혀진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설득력은 있지만 시시했거든요. 뭔가 단서라도 던져줘서 독자에게 함께 추리하게 만들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결론적으로 흥미로운 설정에 비하면 전개는 부족하고 결말은 시시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애니메이션은 굉장히 재미있게 감상했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이러한 단점이 과연 시대가 흐른 탓인지, 아니면 애니메이션은 각색을 잘 했었던 것인지 궁금하네요.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은 <11인이 있다!>의 후일담으로 우주대학에 합격하여 훈련받는 타다 - 프롤 커플이 마야왕 바세스카의 초대에 응해 마야에 방문하나 급진파 - 전통파의 충돌로 인해 전쟁위기가 불어닥치는 상황에 처한다는 이야기. 전형적인 SF 판타지 군웅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일 캐릭터를 등장시켜 약간 하드한 SF에서 판타지로 이어진다는 구조는 초인 로크의 <신세계전대> - <빛의 검> 의 구성과 유사하죠?

그러나 이 작품은 <11인이 있다!> 보다도 더 문제가 많았어요. 행성 먀야의 위기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악당들의 음모도 유치하기 그지없으며 전쟁을 막기위한 노력, 그 와중에 낀 타다와 프롤의 행동 역시 별다른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이야기보다는 전개 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또 타다와 프롤이 대체 이 사건에서 무슨 역할을 담당하는지도 애매하며 입학동기인 4세의 죽음이 그려지기는 하지만 다른 동기들의 활약은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후일담치고는 부족한 점도 많아요. 전혀 별개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요.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이스 스트리트>는 정말이지 권말 보너스 만화 수준이라 별점을 주기는 애매합니다만, 후일담 성격으로는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2014/02/18

환영 박람회 4 - 토우메 케이 : 별점 1.5점

환영 박람회 4 - 4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환영박람회 3권 - 토우메 케이 : 별점 3점
대망의 완결편. 토우메 케이 작품 중 두번째로 완결을 보게 되었네요.
1~3권은 단편 옴니버스 작품으로 중간중간에 마야가 누구인지에 대한 떡밥을 던지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는데 이번에는 마야의 정체에 대해 긴 호흡으로 풀어나가며 떡밥을 모두 회수하고 마무리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형식은 확실히 완결편답죠.

내용도 중반까지는 비교적 흥미롭습니다. 마야 양친의 지인으로 하루카의 은사로 기억되던 후지에다 박사가 사실은 실체가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하루카가 깨닫게 된다던가, 마야가 양친을 사칭한 부부에게 납치될 뻔 하다가 도망친다던가, 마야가 입수하게 된 양친의 유품에서 "입체영상 장치"를 발견하게 된다던가 하는 식의 놀라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미는 딱 여기까지. 이 다음부터는 궁금증을 키워나가던 마야의 정체가 후지에다 - 마야의 만남을 통해 한방에 설명되는 식으로 모든 것이 급작스럽게 마무리 될 뿐입니다. 뭔가 완결에 대한 강박관념, 이야기를 끝내기 위한 의지 밖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마야의 정체 역시 떡밥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황당한 것이라 실망을 더합니다. 과거, 1900년대 초의 일본의 모습을 남기고 그때의 생활을 증언하기 위해 미래인들이 보낸 인물이다! 라는 것인데 솔직히 1900년대 초 일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미래인들이 신경써서 사진과 증언을 남기는지 이해불가에요. 최소한의 이유는 설명되었어야 할텐데 그러한 설명은 전무하고요.
그 외에 요소들, 예를 들면 관동대지진도 언급된 비중에 비하면 그 실체는 어이없다는 점(타임슬립을 위한 에너지원?)에서 역시나 짜임새따위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울러 마야와 하루카의 관계가 결국 끝까지 진전되지 못하기 때문에 마야의 마지막 순간도 애틋함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도 감점 요소라 생각됩니다. 작중에서 마야의 존재는 하루카에게 있어 동생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지니 딱히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나 슬픔을 전해주기는 어려웠겠지만 최소한 마지막만큼은 강렬하게 마무리해 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마야는 그정도 대접은 받을만한 매력적인 히로인인데 캐릭터가 낭비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드네요.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 1~3권까지의 괜찮은 분위기를 모조리 말아먹고 단점만 보이기에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네요. 역대급인 <귀등의 섬> 만큼은 아니지만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아요. 그나마 어떻게든 끝을 내었다는 점, 여전히 마음에 드는 거친 느낌의 그림과 히로인 마야의 매력에 점수를 조금 줘 봅니다.
이렇게 어설픈 다이쇼 SF물로 마무리할 바에야 추리물 분위기를 유지하며 하루카 - 마야 컴비의 활약이 이어질 것이라는 여운과 함께 끝내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아쉽군요.

2014/02/17

바다 한가운데서 - 나다니엘 필브릭 / 한영탁 : 별점 5점!

바다 한가운데서 - 10점
나다니엘 필브릭 지음, 한영탁 옮김/중심

1920년 실제로 일어났던 미국의 포경선 에식스호의 조난을 둘러싼 이야기로 아주 오래전, <딴지일보>였었나.. 에서 소갯글을 읽은 뒤 관심을 가지게 된 책. 그러나 폭풍 절판된 이후 얼마전까지는 도저히 구할길이 없었습니다. 원하는 헌책을 구입하는 노하우는 제법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으나 헌책방은 물론 근처 도서관 어디에서도 구할 방법이 없었더랬죠. 그런데 얼마전 알라딘에 중고도서 매물이 심지어 "알라딘 직배송"으로 저렴하게 떴길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이 책을 찾아 해멘 시간이 거의 10여년이라 손에 들어오니 그야말로 감개무량하더군요.

사실 이전의 책 소갯글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표류한 에식스호의 선원들이 결국 식인까지 저지르며 살아남는 과정에 대한 처절함, 그리고 그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최초 표류 시 보트의 방향을 "식인종"이 살고 있으리라 여겨진 소시에테 제도가 아니라 남아메리카 쪽으로 잡은 탓이 크다는 아이러니함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으로 어떻게 보면 자극적인 소재에 끌린 탓이 크죠.
그러나 책 자체는 생각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총 300여페이지의 분량 중 거의 절반은 에식스 호 선원들의 처절한 표류와 생존기이지만 그 외의 약 절반은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디테일에 할애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19세기 초의 낸터컷이라는 포경의 도시와 포경이라는 조업에 대해 다큐멘터리와 같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점입니다. 당시 포경을 위한 원양 어업의 과정,어장, 실제 포경의 방법, 잡은 고래의 처리 등 다른 책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디테일이 한가득이에요. 지도와 사진같은 도판도 기대 이상이고요.
그리고 에식스호가 향유고래의 공격으로 침몰하게 되고 이후 처절한 표류가 허먼 멜빌의 굴지의 걸작 <<백경>>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허먼 멜빌은 <<백경>> 출간 1년 뒤에 실제로 낸터컷을 방문하여 에식스호의 선장이었던 폴라드와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니 이 사건과 사건을 다룬 회고록이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물론 당연하게도 표류, 생존에 대한 디테일도 최고입니다. 생존자들이 다음에 먹힐 사람을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했다던가, 뼈만 남은 잔해를 뒤지고 빠개어 골수까지 빨아먹었다는 등의 처절한 행위 뿐 아니라 가장 먼저 죽은 4명의 선원이 흑인이었다는 것, 결국 살아남은 최후의 5인은 이른바 "낸터컷 출신자" 뿐이었다는 불편한 사실도 가득합니다. 그리고 굶주림과 갈증이 인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 및 굶주림으로 체지방이 극한으로 떨어진 살코기를 섭취하면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순 살코기보다는 적당히 기름이 낀, 마블링 좋은 고기가 더 맛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것... 일까요?
그 외에도 실제 바다에서 있었던 각종 사고들의 사례를 들어 함께 설명해 주는 것도 아주 좋았던 부분이에요. 유사한 조난자들이 시체를 다른 방법으로 활용 (낚시의 미끼로 사용함)하여 전원 생존한 사례를 함께 설명해주는 식으로 말이죠. 덧붙이자면 바다사나이들이 왜 바다에서 식재료를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는 참으로 의아한 부분이지만 이 책에 따르면 그들이 조난하게 된 바다가 극단적으로 물고기들이 없는 해역이었다고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재수가 없었던거죠.

마지막으로 사건에 대한 에필로그도 충실합니다. 폴라드 선장이 조난 후에 다시 포경선의 선장이 되고 같이 조난당했던 2명의 선원이 함께 배를 타는 최대급의 신뢰를 얻지만 또 난파당하여 바다사나이로서의 생명이 끝난 뒤 낸터컷에서는 하위계급인 자경단원을 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하게 되었다던가, 1등 항해사로 조난 중에 나름의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선보인 체이스는 이후 당당히 선장으로 활약하게 되지만 정신병원에서 말년을 보내게 되었다는 등 모든 생존자들의 후일담도 빠짐없이 기록하고 심지어 "낸터컷"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까지 서술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사고를 겪고도 결국은 다시 바다로 나가다니... 정말 이해하기 힘든 삶인것 같기는 합니다만.

여튼 결론내리자면 명성에 걸맞는 가치와 재미를 가진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간 이 책에 대한 갈망을 감추지 못하고 유사한 책을 몇권 구해 읽어보았었으나 모두 완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실하거나 중반에 종교적인 내용같은 삼천포로 빠지는 책들이었는데 확실히 원조는 다르네요. 10여년을 기다려 입수했을 때의 기쁨까지 감안하여 별점은 5점! "2000년 최우수 논픽션" 등 여러 논픽션 관련 상을 수상했다는 이력은 허언이 아니었어요.
이런 좋은 책이 나오자마자 절판된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아쉽기만 합니다. 해양 조난, 식인, 포경 (그리고 <백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어떻게든 구하셔서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 개인적으로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는 무한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 저라면 어땠을까요? 저 역시 폴라드 선장처럼 조카를 잡아먹어서라도 살아 남았을 겁니다. 꼭 살아남아서 가족에게 돌아가야 하니까요. 책 내용에서 밝혀지지는 않지만 저는 이러한 원초적인 생존본능은 돌아갈 곳에 대한 갈망이 자리잡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4/02/14

BM 넥타 - 후지사와 유키 : 별점 2.5점

비엠 BM 넥타 12 - 6점
후지사와 유키 지음/삼양출판사(만화)

발표된지 10여년이 지난 크리쳐 + 재난물.
거의 모든 쓰레기를 섭취, 소화하며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궁극의 식량대용 생명체 "BM (Bio Meat)"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히 사람도 먹을 뿐 아니라 그 번식능력이 너무나 압도적이라 결국 무서운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내용으로 총 3부 구성입니다.
각 부마다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초등학생, 중학생, 성인으로 구분되며, 1부는 주인공들이 사는 도시, 2부는 주인공들이 우연히 방문한 대형 주상복합 센터, 3부는 규슈를 제외하고 BM에게 점령당한 일본을 무대로 펼쳐지고요.

BM이 여러가지 이유로 밖으로 나오게 되어 식인과 증식을 거듭하며 무대가 된 곳을 멸망시킨다는 뻔한 내용으로 일관하며, 주인공 파티도 행동파 리더 칸, 냉정한 두뇌파 신고, 괴력의 반바, 홍일점 카노미야 등 뻔하디 뻔한 스테레오 타입인데다가, 전개도 우연과 작위성이 지나치고 마지막의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무리한 해피엔딩은 그야말로 서둘러 끝냈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등 문제점은 많습니다. 그림도 뛰어나다 할 수 없는, 낡은 느낌의 작화고요.

그러나 이상화 선수 1,000미터 경기 시작이 늦어져 겸사겸사 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읽고 자게 될 정도로 흡입력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 졸려...) 이유는 바로 주 소재인 "BM"의 압도적 설득력 때문이죠. "식인"과 "압도적인 증식력"이라는 키워드는 "좀비물"과 동일하기도 하지만 "좀비"와 다른 점은 BM은 환경난과 식량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창조한 것이다라는 나름의 과학적인 이유가 있거든요. BM을 관리하는 방식의 설정도 꽤 디테일하게 잘 짜여져 있는 편이며 BM과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일행이 BM의 약점 - "햇빛 아래에서는 움직일 수 없음", "불에 약함", "소리에 반응하여 움직임 (특히 특정 소리에는 강하게 반응)" - 을 이용하여 위기를 벗어나는 것이 꽤나 재미나게 그려지는 것도 BM의 디테일한 설정에 힘입은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위험한 것이라 한번 유출되면 사람도 관계없이 해당 지역을 초토화시켜야 한다는 상부의 방침도 논리적으로 겹쳐져 주인공들의 사투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들고 있고요.
그 외에도 일반적 상식을 깨고 1부에서부터 초등학교를 무대로 BM의 식인파티가 벌어지는 것을 묘사하는 식의 심리적 터부를 건드리는 잔인한 묘사, BM을 이용하여 사욕을 채우려는 사악한 인간군상도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였습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초등학생이 죽어나가는 만화는 처음 본 것 같네요.

결론내리자면 한번쯤 볼만한 가치는 있달까요? 모든 분들께 추천해드릴 작품은 아니지만 "좀비물"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찾아 읽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4/02/11

2013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2012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국내 최고의 추리 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투표입니다. 2013년 출간된 추리소설을 대상으로 각자 3권씩 투표하여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이죠. 진짜 추리 애호가들이 뽑은 리스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좋은 책도 한권 뽑게 되어 있고요. 1위~3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전체 순위는 여기서 확인하시길.

1위 14표
<64> 요코야마 히데오, 검은 숲
<살의의 쐐기> 에드 맥베인, 피니스 아프리카에

3위 6표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푸른숲
<레드 브레스트> 요 네스뵈, 비채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미쓰다 신조, 한스미디어

베스트 커버 디자인
3표
소실점의 적절한 성공 사례 <허구추리>
두 권이 손을 맞잡는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핸디한 판형, 안정적인 시리즈의 전개 <87분서 시리즈>


참고로 제가 선정한 1, 2위는 에드 멕베인의 <살의의 쐐기>와 <킹의 몸값>, 3위는 5편의 공동 3위 중 별점 4점짜리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이고 디자인은 <구석의 노인 사건집>을 꼽았습니다. 1,2,3위 순서는 제 리뷰 별점 순서고요,
디자인은 모든 책들이 일취월장하고 있고 특히나 엘릭시르, 피니스 아프리카에 등 신진 출판사와 레이블의 디자인이 아주 돋보여서 한권을 꼽기는 정말로 어려웠지만 <구석의 노인 사건집>이 판형부터 마음에 들 뿐더러 레이블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준높은 일러스트들을 각 챕터마다 배치하고 관련된 정보까지 전달하는 등의 디테일이 빼어났기 때문에 선정했습니다.

제 1위인 <살의의 쐐기>가 전체 1위를 해서 기쁘기도 한데 공동 1위인 <64>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2014/02/10

Q.E.D 큐이디 4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큐이디 44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큐이디 43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튜바와 무덤>
탐정동호회 3인이 등장하는 작품. 그들이 엮인 사건 치고는 놀랍게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그담당인 포지션은 여전하지만 "탐정"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에나리의 모습에서 나름의 성장이 느껴져서 좋더군요.

그런데 사건 자체만 놓고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일단 목격자가 확실한 상태에서 당장 시체만 발견되지 않는다고 범인이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거든요. 목격 증언이 있다면 아무리 알리바이가 뛰어나더라도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되지 않을까요? 물론 작품 내에서는 에나리 등의 실수로 인해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설명되고는 있지만 살인사건은 경우가 다르죠.
또 트릭도 문제가 많습니다. 경찰이 현장 주변은 빼고 공장만 뒤진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범인이 잠깐의 시간을 이용하여 튜바와 시체를 바꿔치기 하고 튜바를 훼손하여 쓰레기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핵심트릭이 과연 실현이 가능했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10분 이상은 걸릴 것 같은데 말이죠. 튜바를 부수는 소음은 어떻게 했을지도 모르겠고요.
마지막에 "교살"이라는 살해방법에 대한 범인의 증언 실수를 이용하여 옭아매는 모습 역시 발상은 나쁘지 않으나 전형적인 함정수사이며 딱히 강한 설득력을 지닐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 이럴바에야 탐정동호회의 소소한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되는게 더욱 좋았을 것 같아요. 그들도 성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진지하고 묵직한 사건에는 별로 어울리지는 않았습니다.

<Question!>
이혼 조정 신청 중인 두쌍의 부부와 토마 일행이 일종의 퀴즈쇼에 참가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Q.E.D 특유의 학습만화스러운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 "페르마의 정리" 및 그와 연관된 골드바하의 추측, ABC 예상, 타원곡선 등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으며 참가한 사람들의 지식을 활용하여 단서를 제공하고 이것을 페르마의 정리와 엮어서 풀어나가는 전개 역시 일품이었습니다. 일종의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의 흑막(?)이 누구인지에 대한 것도 꽤 설득력 높았고요. 아울러 토마가 일종의 '조력자' 포지션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 이채로왔어요. 수학자들끼리는 서로 통하는게 있는거겠죠.
그러나 기대했던 추리, 퀴즈와 퍼즐을 풀어나가는 재미는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웠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학습만화로는 최고수준이기는 한데.... 뭔가 좀 아쉽네요. 똑똑한 귀요미 소녀 미오 캐릭터가 낭비된 느낌도 강하고요.

결론적으로 전체 평균 별점은 2점. 재미가 없다고 하기는 뭐하나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음 권에서는 추리적으로도 명성에 걸맞는 결과물이 나왔으면 합니다.

2014/02/07

하숙인 - 마리 벨록 로운즈 / 박선경 : 별점 1점

하숙인 - 2점 마리 벨록 로운즈 지음, 박선경 옮김/현인

오랜 집사-하녀 생활 끝에 하숙 사업을 시작한 번팅 부부는 극심한 경제난에 처하나 때마침 하숙인 슬루스가 입주하여 한숨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번팅 부인은 하숙인 슬루스가 연쇄살인마 "복수자"일 것이라는 강한 의심에 사로잡히는데...


히치콕 감독 영화의 원작소설. 히치콕 감독 영화는 본적이 없지만 리메이크작은 감상했었기에 호기심에 읽게된 작품.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최악이었어요. 아무리 두꺼워도 재미만 있다면야 쉽게 읽히는 법인데 다 읽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릴만큼 지루할 뿐 아니라 알맹이는 하나도 없는 작품이거든요. 한마디로 시간낭비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숙인이 연쇄살인마인것 같다. 어떻하지?"라는 화두를 초반에 던져놓고는 끝날때까지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고요. 
물론 의심이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니고 슬루스의 은밀한 밤의 외출을 눈치챈 하숙집 여주인 엘렌이 엿보기, 엿듣기 등을 통해 없어진 가방과 잠겨진 서랍과 같은 단서를 얻기는 합니다. 번팅 역시 우연히 슬루스 옷의 핏자국과 고무창 구두의 비밀을 눈치채기는 하고요. 그러나 뭐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지는건 없어요. 조조가 여백사의 가족을 몰살시킨 이유가 여백사가 돼지를 잡아 대접하려는 것을 오해한 것에서 비롯되었듯, 이 모든 것은 오해일 수도 있기에 독자에게 뭔가 서서히 진상을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하숙집 부부의 방관이 시종일관 끝까지 이어질 뿐입니다. 전개도 감질날 정도로 느리고요. 단지 시대의 문제일까요?
게다가 300여 페이지를 넘는 작품의 결말이 하숙인이 진짜 범인이었다는 것, 그나마도 추리나 수사가 아니라 일종의 자백으로 끝난다는건 황당하기만 합니다. 사람 사귀는 것을 싫어하는 은둔형 외톨이 하숙인이 갑작스럽게 나들이를 가자고 요청하는 마지막 상황이 설득력이 없어서 더더욱 그러하죠. 즉, 그냥 연쇄살인이 있고, 하숙집에 손님이 들고, 몇가지 단서로 그가 범인임이 밝혀진다는 기본적인 전개조차 망각한 반전도 없고 설득력도 없는 억지스러운 결말에 불과합니다. 특별한 반전을 기대한 것은 아니나 이래서야 300페이지나 될 필요는 없죠.

또한 빅토리아 시대를 웅변하는 듯한 엘렌 중심의 심리묘사도 쓸데없이 장황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조울증 증세가 있는 꽉 막힌 중년부인의 심리묘사 그 자체인데 솔직히 읽으면서 짜증만 나더라고요. 아무런 긴장감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쓰잘데 없는 묘사들로 신사와 숙녀에 대한 낡아빠진 사고방식이 가득한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런 불필요한 묘사를 걷어내고 압축하는게 더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잭 더 리퍼 사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명되는데 런던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한세기 전 고전을 접했다는 가치 외에는 건질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혹 관심이 있으시더라도 멀리하시는게 여러모로 유용하실것 같군요. 히치콕 감독의 영화는 살짝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2014/02/06

Justice League: War (2014) - 제이 올리바 : 별점 1.5점



이상한 상자를 도시 곳곳에 설치하는 괴수가 등장한다. 그 상자는 일종의 공간이동 장치. 장치를 이용하여 다크사이드가 자신의 부하 괴수들과 함께 지구를 침공하며 슈퍼맨, 배트맨, 그린랜턴, 플래시, 원더우먼, 샤잠, 사이보그는 힘을 합쳐 이들과 맞서 싸우게 되는데...

간만에 구해본 DC comics animation. 브루스 팀의 Retro 배트맨 TAS의 광팬이기는 하나 점점 마음에 들지 않는 쪽으로 스타일이 변하길래 관심을 끊었었는데 우연찮게 보게되었습니다. 상세정보는 여기서 확인하시길.

특징이라면 일종의 저스티스 리그 리부팅 작품이라는 점으로 히어로들이 이 작품을 계기로 뭉친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캐릭터 설정도 조금씩 다르더군요. 예를 들면 원더우먼은 캐릭터 자체가 이전 작품들과 굉장히 다른, 그야말로 그리스 신화 속 여전사로 묘사되고 그린랜턴 할 조단은 스파이더맨과 맞먹는 떠벌이에 샤잠은 기존에 봤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변신 전 아이의 성격을 유지한채 몸만 커진 원거리 전격마법 전용 히어로로 그려진다던가 슈퍼맨과 배트맨의 복장도 변경된 점 등이 그러합니다. <틴 타이탄스>에서나 보았던 쩌리 히어로 사이보그가 탄생과정이 그려지는 주역 히어로라는 것도 이채로왔고요.

그러나 약간의 독특함말고는 건질건 별로 없었습니다. 이유는 내용이 너무 간단해서 액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탓이 큽니다. 정확하게 시간을 재어보지는 않았지만 액션이 전체의 2/3 이상되는 느낌으로 악당이 없으면 영웅들이 자기들끼리 싸울 정도에요. 덕분에 시종일관 화끈하긴 하지만 영웅들이 모이는 것도 개연성이 별로 없고 악당의 침략 역시도 딱히 명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며 영웅들에게 딱히 위기라는게 있지도 않고 액션도 단순히 몸으로 부딪치는 것들이 전부라 보다보면 지칠 정도였습니다. 지루하기도 하고요. 한번쯤 패배해서 전열을 재정비한다던가 그런것도 없어요. 슈퍼맨이 납치당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관객에게 긴장감보다는 "어떻게 탈출해서 악당을 혼내줄까?" 라는 생각만 들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저스티스 리그 멤버 중에서도 최강인데 당연하잖아요?
아울러 모든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격퇴하는 빌런 다크사이드가 강하기는 하지만 별다른 매력이 없는 것도 감점요소입니다. 생긴것과 능력에 비하면 양 눈을 너무 쉽게 잃는 등 액션 템포의 강약조절에도 문제가 많았어요. 미국식, 일본식 그 어느쪽도 아닌 듯한 작화도 그닥이었고 말이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 짧고 화끈하다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커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브루스 팀이 복귀해서 Retro 스타일의 묵직한 작품을 다시 뽑아주면 좋겠습니다.

2014/02/05

붉은 고양이 - 로버트 샘슨 / 고양이 출판사 : 별점 3점

붉은 고양이 - 6점
로버트 샘슨/고양이 출판사


소행성에서 우라늄을 채굴하는 우주 채광선 베르다 호는 경쟁사인 "내행성 금속"사의 최신예 채굴선 카스틸에게 광산의 채굴권을 빼앗길 위험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베르다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주 고양이라고 불리는 소행성에 살고 있던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우라늄 정제작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선장 엘더버그의 독촉을 받으며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일등항해사 스콧 저릴은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출판사 책 소개 인용)

짤막한 고전 SF 단편. 1954년 SF 잡지인 "행성 이야기"의 1월호(Planet Stories January 1954)에 게재된 것이라고 하네요. 알라딘에서 무료로 e-book이 공개되어 있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우주 고양이"로 묘사되는 외계 생명체의 설정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으며 우주 고양이의 생태에 대해 약간의 복선을 깔아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추리물적인 느낌을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 외에도 우라늄 채굴에 일종의 우선권? 같은 것이 존재하다던가 우주선의 성능 차이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고요.

물론 워낙 고전이기에 내용 자체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뻔한 편일 뿐더러 카스틸호도 스콧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고양이들을 충분히 가둘 수 있지 않았을까 (이미 스콧이 납상자라는 힌트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니) 등의 의문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번역도 아주 매끄럽다고 보기는 좀 어렵고요.

하지만 무료로 읽었을 뿐더러 번역된 것 자체가 고맙기만 합니다. 프로젝트 구텐베르크(The Project Gutenberg)를 통한 저작권 프리 컨텐츠를 번역한 것인데 이런 책이 많아지면 정말 좋겠네요. 별점은 3점. 워낙에 짧아 십여분이면 읽을 수 있는 만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고양이 출판사도 건승하시길~

2014/02/03

겨울왕국 (2012) : 별점 3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 [2CD 디럭스 에디션] - 6점
크리스틴 벨 외 노래/유니버설(Universal)


설 연휴기간동안 와이프와 애기와 함께 감상. 온 가족이 즐긴 첫 영화네요.
내용은 익히 잘 아시는대로 자매의 화해를 다룬 일종의 백합물로 영상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으며 음악도 아주 좋더군요. 역대급이라 할만한 "Let It go"는 물론이고 그간의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은 주제곡 빼고는 귀에 들어오는 곡이 몇곡 없었는데 ("Under the Sea"와 "하쿠나마타타" 정도만 기억나네요) 이 작품은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등 대부분의 곡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빠른 전개와 연출도 좋아서 초반 10분 정도에 음악과 함께 모든 배경 설명을 처리한다던가 조금 지루할만하면 등장하는 음악들, 뮤지컬처럼 구현한 씬들의 아기자기한 디테일과 깨알같은 유머 등도 볼거리고 말이죠.
한마디로 보고 듣고 즐기는데는 최고의 컨텐츠였습니다. 딸가진 아빠로서 처음 본 남자를 믿으면 안된다는 괜찮은 교훈을 전해준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든 점이에요. 물론 딸아이는 잘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작품적으로 그렇게까지 높은 평가를 받을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연출과는 별개로 각본이 좀 이상했거든요. 안나와 한스가 사랑에 빠진것이 도화선이 되어 즉위식날 모든 사건이 터져버리는 급작스러운 상황부터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럴거면 방구석에 숨어지내온 십수년의 세월은 무의미하죠. 어차피 며칠 못 참고 들통날것을.... 그러고보니 트롤이 존재하는 세계관에서 마법 좀 쓴다고 괴물 취급받는것도 이상하죠. <X맨>도 아니고.
또 전형적인 디즈니 왕자님인 한스의 돌연한 배신, 흑화도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스가 안나를 구하러가서 굉장한 활약을 보인것과도 배치된다 생각되고요. 어차피 전권을 위임받았으니 아렌델에 머물러서 기다리는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안 돌아오면 일종의 섭정으로 영구히 통치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하긴 전형적 디즈니 공주님의 전형인 행동파 왈가닥 안나, 전형적 디즈니 개그 캐릭터 올라프에 비하면 이러한 반전이 더 독특하긴 했습니다만.
아울러 엘사가 "Let It Go"를 불러제끼며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며 (닥터 맨하탄?) 살짝 악역 포스를 풍기는 장면은 아주 좋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 점이에요. 어디선가 본 정보로는 엘사가 원래 악역이었지만 지금의 설정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는데 차라리 강력한 악역이 되는게 더 현실적이었을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이러한 중세 봉건국가 시스템에서는 엘사의 마법이야 말로 천하의 패권을 쥘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될텐데 왜 숨기느라 전전긍긍했을까요? 전방위 원거리 공격마법에 무제한의 눈사람 병사까지 만들 수 있는 직접 타격능력까지 막강한 능력자가 고작해야 성에 스케이트장이나 만들고 있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래도 이러한 불만은 제가 나이가 많이 먹은 탓이 클테고 제 딸아이는 아주 좋아했으니 만족하렵니다. 저 역시 보는 동안은 즐겁게 몰입하면서 관람하였고요.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계속 "공주님 나오는거"를 찾는 딸아이 때문에 조만간 재관람하게 될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