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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5

마지막 에이스 - 프레드릭 포사이스 : 별점 4점

"자칼의 날"등으로 유명한 첩보/스릴러 작가 F.포사이스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증거", "목격자", "광고번호H331","마지막 에이스", "면책특권","아일랜드에는 뱀이 없다(이하 아일랜드)", "황홀한 죽음", "제왕","재수없는 날" 순입니다.
"목격자"와 "아일랜드.."는 이전에 다른 단편 앤솔로지에서 읽었었던 단편이니, 새롭게 접한것은 7편이네요.

그 중에서 제일 첫번째 작품 "증거"는 걸작입니다. 독특한 설정, 계단을 올라가는 듯한 스릴, 반전까지 짧은 분량에서 더 이상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힘들정도로 완성도 높은 단편입니다.

"목격자"는 예전에 다른 미스테리 앤솔로지에서 접했었던 이야기로("세계 미스테리 명작여행") 설정과 내용은 조금 뻔하지만 평작 이상은 됩니다. 킬러가 총을 반입하는 과정이 내용보다 오히려 흥미진진했습니다.

"광고번호 H331"은 한 중년남자의 일탈과 그것때문에 협박당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공포, 스릴 등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용이 역시 좀 뻔했다는 것이고요.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의 살짝 반전은 괜찮았습니다.

"마지막 에이스"는 수록 단편들 중 추리 및 스릴러물 성향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처지는데 왜 표제작인지 모르겠네요. 포커에 빠져들게 되는 과정의 묘사는 흥미진진하고 디테일하지만 결말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너무 익숙한 반전이었어요.

"면책특권"은 신문기사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한 주인공이 법률서적을 뒤진 끝에, 면책특권이라는 법률을 이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는 이야기인데........., 일종의 콩트로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의 요소는 별로 없습니다. 존 그리샴이 쓴 가벼운 단편물 같은 느낌입니다.

"아일랜드.."는 아마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포사이스의 단편이겠죠? 세계 미스테리 걸작선에 수록되어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좋은 작품이지요.

"황홀한 죽음"은 자신이 죽은 뒤 유산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 한 자산가의 이야기인데, 이색적이긴 하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부자들 이야기를 싫어하나봐요. 
그래도 보기싫은 여동생 가족을 골탕먹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국 이루어 낸다는 구성과 마지막 묘사까지 완성도는 대체로 높습니다.

"제왕"은 헤밍웨이를 다분히 의식하고 쓴것이 분명한 "낚시"단편입니다. 순문학에 가까운 단편이지만 감정의 변화와 막판 뒤집기 (반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모자란)가 통쾌한 나름대로 멋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노인과 바다"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요..

마지막 "재수없는 날"은 그야말로 모든것이 꼬여버린 한 도둑의 이야기인데 코믹한 분위기가 넘치는 소품입니다. 아일랜드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포사이스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가벼운 것 같아서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범작과 수작이 골고루 섞여있고, 범작에서도 포사이스의 재능은 느낄 수 있는 꽤 괜찮은 단편집입니다. 모든 작품에서 포사이스 특유의 단계적으로 늘어가는 스릴과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코믹한 요소가 많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이야기가 나름대로 "해피앤딩"인것도 특이합니다.

이 책은 저같이 단편소설 매니아에겐 딱 알맞는 책인것 같아요. 단편 하나하나의 길이도 적당하고 쉽게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다면 강추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PS: 9편이 실려있는데 책 뒷커버에는 "F.포사이스의 전율적인 스릴러 10편이 들어있다"라고 되어있군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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