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유혜자 옮김/아래아 |
40여년에 걸친 대결..이라고 하면 소설이 굉장히 장편같이 느껴지는데 소설은 오히려 중편에 가까운 소품으로 짤막하지만 상당히 깊이있는 울림을 줍니다.
도로변에서 슈미드형사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됩니다. 슈미드형사의 상관인 베를락은 젊은 형사 찬즈와 같이 사건을 맡게 되고 이들은 슈미드형사가 가명으로 지역유지이자 명사인 가스트만의 파티에 참석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실 가스트만은 베를락 형사와 40여년 전부터 알고 온 사이로 둘 사이에는 가스트만이 죄를 지으면 베를락이 밝혀내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베를락이 한번도 이기지 못한 내기가 성립되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악은 처벌받고 병마와 싸우던 베를락 형사는 "딱 1년만 더"를 중얼거리며 묘한 여운을 남기고 소설은 끝납니다.
아무래도 거장의 책이니 만큼 "추리적 기법이 사용된"운운 하면서 책을 소개하는것이 이 땅에 널리 퍼져있는 추리소설 경시풍조탓인것 같습니다만, 평단의 평이야 어찌되었건 개인적으로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사건의 발생과 그 수사과정, 곳곳에 숨어있는 반전과 트릭 등이 잘 짜여져 있는 추리소설이죠. 물론 독자와의 승부같은 정통파 추리적인 묘미는 약하지만 추리 매니아로서도 읽는 재미가 상당한 소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극적 반전이 기막힌 것이 한편의 영화로 꾸며도 괜찮겠더군요. 베를락 형사이야기는 시리즈로 몇편 더 나와 있나 본데 꼭 구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순문학은 어렵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추리소설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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