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요,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산다해서 오.대.수라구요"
술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는 오대수. 본인의 이름풀이를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라고 이죽거리는 이 남자는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가진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어느 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집에 돌아가는 길에 존재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납치, 사설 감금방에 갇히게 되는데...
"그 때 그들이 '십오년'이라고 말해 줬다면
조금이라도 견디기 쉬었을까?"
언뜻 보면 싸구려 호텔방을 연상케 하는 감금방. 중국집 군만두만을 먹으며 8평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텔레비전 보는 게 전부.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뉴스를 통해 나오는 아내의 살해소식. 게다가 아내의 살인범으로 자신이 지목되고 있음을 알게 된 오대수는 자살을 감행하지만 죽는 것조차 그에겐 용납 되지 않는다. 오대수는 복수를 위해 체력단련을 비롯, 자신을 가둘만한 사람들, 사건들을 모조리 기억 속에서 꺼내 '악행의 자서전'을 기록한다. 한편, 탈출을 위해 감금방 한쪽 구석을 쇠젓가락으로 파기도 하는데.. 감금 15년을 맞이하는 해, 마침내 사람 몸 하나 빠져나갈 만큼의 탈출구가 생겼을 때, 어이없게도 15년 전 납치됐던 바로 그 장소로 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누군지, 왜 가뒀는지 밝혀내면... 내가 죽어줄께요"
우연히 들른 일식집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린 오대수는 보조 요리사 미도 집으로 가게 되고, 미도는 오대수에게 연민에서 시작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게 된다. 한편 감금방에서 먹던 군만두에서 나온 청룡이란 전표 하나로 찾아낸 7.5층 감금방의 정체를 찾아내고... 마침내, 첫 대면을 하는 날 복수심으로 들끓는 대수에게 우진은 너무나 냉정하게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이 가둔 이유를 5일 안에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는 것.
대수는 이 지독한 비밀을 풀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 미도를 잃지 않기 위해 5일간의 긴박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야 한다. 도대체 이우진은 누구이며? 이우진이 오대수를 15년 동안이나 감금한 이유는 뭘까? 밝혀진 비밀 앞에 두 남자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15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갖혀있던 오대수(최민식)이 그 이유와 복수를 위해 과거를 복습하는 5일간의 체험기. 이 정도는 다들 접하셨으리라 믿고요, 나중 반전은 영화 특성상 생략하겠습니다. 전 먼저 일본 원작 만화를 읽어 보았는데 기본 설정 (영문을 알 수 없는 감금과 그 이유와 복수를 위한 과정) 빼고는 전혀 다른 스토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놓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올해 본 스릴러들, -아이덴티티, 사이퍼, 팜프파탈, 에니그마, 프레일티...- 등등등 중에서도, 그 어떤 것보다도 빼어난 영화였습니다.
일단 무엇보다 최민식의 광기어린 연기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역시 최민식!이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냉정한 귀족 악당 이우진역의 유지태도 생각보다 연기가 꽤 괜찮더군요.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치밀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것 같습니다. 워낙 압권인 최민식때문에 빛이 바래 보이긴 하지만요. (둘이 동년배로 나오는 설정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연기력이나 캐리어로 볼때 이우진 역에 한석규를 쓰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스타일리스트 박찬욱 감독의 영상은 "복수는 나의 것"이후 완전히 물이 오른것 같습니다. 뭔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화면들이 가득합니다. 피와 폭력이 난무하지만 오버하거나 잔인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것은 감독의 연출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생각되네요. (물론 연기도 대단하죠) 아! 음악도 굉장히 좋습니다.
연기력, 연출, 화면, 음악 다 좋지만 저는 정말 반전을 생각하지 않고 무심히 보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갑자기 튀어나와 놀랐습니다. 스토리가 무리 없도록 치밀하게 짜여지다가 나중에 터트리는 각본도 완성도가 대단히 높더군요.
이런 영화가 "한국영화"라는것이 고맙기까지 하네요. 제 생각에는 일본같은 곳에는 그냥 수출을 해도 좋은 결과가 있을것 같습니다.
화이팅!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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