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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제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신 분들이라면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오래전 '추리 소설 속 요리'에 대해 몇 편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우연찮게도 이야기가 잘 되어 그 글들이 책으로 묶여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정식 출간 전이며, 출판사에서 텀블벅을 통해 펀딩 진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상세 정보는 위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추리 소설 속 요리에 관심있으시다면 한 번 둘러봐 주셨으면 합니다. 제발요~

2019/07/28

라이온 킹 (2019) - 존 파브로 : 별점 2.5점

 

<<알라딘>>의 뒤를 잇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의 다섯번째 (맞나요?) 작품. 그런데 실사라고 불러야 할 지,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요. 실사처럼 만들었지만 모든 내용이 전부 CG일 테니까요. '실제' 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실사라고 불러야할까요?

아시다시피 내용은 애니메이션과 거의 동일합니다. 등장하는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알라딘>>보다는 훨씬 원작을 많이 참고하고 있지만 영화만의 차별화 포인트, 각색 요소도 일부 존재합니다. 하이에나와 사자가 사이가 좋지 않고, 하이에나의 수도 엄청나게 많은 독자적인 세력이라는 점입니다. 전투력에서는 사자 세력에 뒤지기에 햇빝이 닿지 않는 그림자 지역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이죠. 스카가 왕의 자리를 찬탈(?)한 뒤, 하이에나는 스카와 손을 잡고 프라이드 랜드 전면에서 학살을 일삼게 되는데 꽤 그럴듯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장치들도 눈에 뜨입니다. 왜 다른 사자들은 스카의 독재를 용인하는지? 어쨌건 저쨌건 현실적으로 스카가 딱 한 마리밖에 없는 숫사자이자 '왕' 이기 때문입니다. 왜 심바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의식 때문입니다. 스카가 돌아온 심바를 왕을 죽인 자라고 비난하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죠.

하지만 이런 줄거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핵심 포인트는 CG로 구현한 각종 동물들이니까요. 그 기술력, 완성도는 정말이지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야생 동물들이 연기를 하고, 대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정말 넋을 잃고 보게 되더군요.
그러나 너무 야생동물 그대로를 구현했기에 연기와 노래가 어색한 부분도 있습니다. 좀 더 재미있게 가져갈 수 있었던 부분도 야생 동물처럼 그려내어 재미가 떨어진 부분도 많아 보이고요. 티몬과 품바를 비롯한 유쾌한 친구들의 활용이 아쉽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한대로 클라이막스에서 스카와 심바의 격투는 누가 누군지 구분이 잘 안간다는 문제도 있어요. 스카는 탈모도 심하고 체구와 몸 색깔도 분명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런 특징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기대한 수준의 딱 그런 영화였기에 저는 만족합니다. 고증에 대한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많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허나 이건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니 딱히 문제라고 생각되지도 않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나카야마 시치리 / 김윤수 : 별점 1.5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4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오마에자키 교수의 집이 폭파되고 그 안에서 산산조각 난 시체와 함께 개구리 남자의 범행 성명서가 발견된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 도마 가쓰오를 쫓지만 그런 경찰을 비웃듯 개구리 남자는 이번에는 '사' 로 시작되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연이어 잔혹한 범행을 성공시킨 뒤 성명서를 남긴다. 이전, 개구리 남자로 가장하여 아들을 살해한 사유리마저 의료교도소에서 탈주한다. 캐리어 관리관의 수사 지시에 반발한 고테가와는 개구리 남자 사건 수사에서 배제되어 와타세 경부의 묵인하에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는데....

단점도 있었지만 괜찮은 부분도 있었던 전작에 대한 기억이 나쁘진 않아서 읽게 된 작품.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오면 안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추리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 합니다. 전작의 '이름 순서대로라는 룰에 의한 무차별 살인 같지만 사실은 의도가 있다' 는 핵심 트릭이 동일하게 반복된 탓입니다. 이건 <> 과 동일하다는 점에서도 감점 요소인데 이번에는 여기에 '사고로 죽은 사람을 자신이 죽인 걸로 위장한다'는 <<호그 연쇄살인>> 아이디어까지 곁들였더군요. 이 정도면 표절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그나마 전작에서는 두 번에 걸친 반전으로 표절했다는 느낌보다는 의외성을 강하게 전해 주는데 그런 요소도 전무하니까요. 오마에자키 교수가 죽지않고 살아있었으며, 도마 가쓰오를 가장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반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반 백치에 가까운 도마 가쓰오가 일련의 지능적인 범죄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낮다는건 누구나 알 수 있기에 반전의 쾌감 또한 약해요.
경찰력이 총 동원된 상황에서 오마에자키 교수가 오노우에 기자를 습격하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 살해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기자 습격은 백주 대낮에 다른 언론 매체들도 출동한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는 '스'로 시작되는 인물이 타겟이 되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와타세 경부의 번득이는 추리도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더 강합니다. 교수 폭사 현장에서 임플란트를 발견하지 못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아무리봐도 그렇게 치밀하게 현장 조사를 했다고 설명되지는 않거든요. 이 사실을 수사반, 그리고 고테가와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도 불분명하고요.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와타세 경부가 오마에자키 무네타카 교수는 정말 죽은게 아니라는걸 언제 알아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걸 알아낸 순간, 유력한 용의자는 백치에 가까운 도마 가쓰오가 아니라 엄청난 지능범 오마에자키라는게 명확해집니다. 모든 수사기관이 쫓는 인물의 신상 명세가 바뀌어야 하는건 물론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전무합니다. 단지 일종의 깜짝쇼처럼 반전으로 등장할 뿐이에요.
물론 와타세 경부는 교수의 진짜 목적이 교수의 딸과 손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정신병을 위장하여 중형을 피한 후루사와 후유키 살해라는걸 알고 이를 안배하여 잠복하고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의 타겟에는 후루사와 외에도 후루사와에게 무난한 선고를 내렸던 재판관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교수를 놓쳤다면 굉장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경찰들끼리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는지는 영 알 수가 없네요. 자세한 설명 없이 고테가와 혼자 날뛰게 만들어서 얻는 잇점도 전무하고요. 와타세 경부의 추리로 모든게 해결될 수 있는데 고테가와는 왜 생고생을 하는걸까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왜 오마에자키 교수가 노숙자 헤이 씨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사유리는 어떻게 도피 행각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등인데 특히 사유리가 의료교도소에서 탈옥하여 후루카와에게 진짜 복수를 완료한다는 결말은 정도가 심해요. 사유리가 오마에자키 교수의 칼이 되어 범행을 실행할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둘이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없어서 어떻게 후루카와 범행에 이르게 되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오마에자키 교수의 말대로 후루카와를 죽인 뒤, 재판관들까지 살해하는게 최종 목적인걸까요? 그리고 사유리의 목적 중 하나가 후루카와일 수 있다는건 와타세 경부나 고테가와는 충분히 추리할 수 있었을텐데 이를 방조한 것도 석연치 않고요.

어린 시절 친구를 난도질해 토막냈던 미코시바 변호사의 등장도 문제입니다. 실존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 왔는데,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에 죄를 묻지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법의 허술함을 고발하고 싶은 취지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코시바 변호사의 비중이 애매해요. 비중만 보면 좀 더 입체적으로, 복잡하게 그려낼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그냥 능력있는 변호사 역할에 그칩니다. 하는 역할도 고테가와에게 조언을 주는게 전부고요. 이는 와타세 경부가 이미 추리해낸 내용과 같으니 구태여 등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형법 39조,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나쁜 짓을 해도 죄를 묻지 않는건 문제라는 주장도 반복되어 지루합니다. 사회파 추리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정도가 지나친 탓입니다. 만악의 근원 후루사와가 정신병을 가장하여 중형을 선고받지 않고 의료교도소에서의 나름 평탄한 생활을 보낸다는 묘사로 독자의 공분을 이끌어 내기는 하나 역시나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작에서 가장 좋았던 결말이 퇴색되어 버린게 가장 아쉽습니다. 아-이-우-에-오 순으로 이어진 범행이 진짜 흑막 오마에자키로 끝난다는건 아주 깔끔했는데 이래서야 한 권 분량의 사족을 만든 것에 불과하거든요. 독설가 와타세 경부 캐릭터만 여전히 날카롭다는게 위안이에요. 2차대전에 대해서 제정신이 아닌 양 전혀 승산이 없는 전쟁에 돌입했던거라고 가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하죠. 만악의 근원이자 죽어 마땅한 후루사와가 어떻게든 정리(?)되는 결말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책임 능력이 있고 없고간에 죗값은 지은 죄와 동일하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유명 소설들의 트릭을 베낀 뒤 사회파스러워 보이는 장황한 문제 제기와 고어 묘사를 덧붙인게 고작인 작품입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읽으셨더라도 구태여 찾아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9/07/27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 - 토모이 히츠지 / 김선숙 : 별점 2점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 - 4점
토모이 히츠지 지음, 김선숙 옮김/꼼지락

수프가게 시즈쿠의 점장 아사노가 아는 사람만 아는 아침 영업시간에 방문한 손님들의 고민, 수수께끼를 풀어준다는 일상계 추리물.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그렇게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일상계답게 대단한 사건이나 수수께끼가 등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어떤 에피소드는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에요. 덕분에 설득력은 높지만 대체로 시시합니다. 

추리보다는 시즈쿠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수프에 대한 묘사가 더 볼거리입니다. 뭐 하나 빼 놓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는 수프들이 연이어 소개되거든요. 묘사도 빼어나서 군침을 돌게 만들고요. 단순한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추리와 연관되어 등장하는 수프도 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비너스는 알고 있다>>에 등장하는 클램차우더입니다. 시아니의 연인 호시노는 뉴욕에 유학했으며 토마토를 좋아한다는 여성이죠. 그러나 그녀가 본고장의 맛이라고 만들어 준 클램차우더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토마토를 넣어 만든 맨해튼 식이 아니라 크림을 넣은 보스턴 식이었습니다. 이 사소한 실수는 호시노의 거짓말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러나 다른 수프들은 그냥 배경 묘사에 그칩니다. 조금 과하다 싶은 만화적인 설정들도 - 천상의 맛을 선사하는 훈남이자 탐정 쉐프와 인형같은 딸이라니! - 감점 요소고요.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는 평균 이하이기에 전체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후속권이 출간되면 읽어볼 생각입니다. 수프 묘사는 그만큼 독보적이니까요. 제가 수프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일상계 추리물을 좋아하시고 수프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각 에피소드별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거짓말쟁이 본 팜므>>
광고 회사 무료 책자 제작 부서에서 일하는 리에는 어느날 명품 화장품 파우치를 회사에서 분실한다. 동료 누군가가 가져간게 확실하지만 누구인지는 모르는 상황. 그런데 파우치를 누군가가 리에의 자리에 되돌려 놓은 뒤, 회사의 후배 하세베 이요로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을 받게 된다.

아는 사람만 아는 아침 영업시간이 있는 수프가게 시즈쿠의 아사노 점장과 딸 츠유, 종업원 신야 군, 그리고 무료 책자 제작 부서의 리에와 상사 콘노 후미코, 동료 이노 가츠오, 신입사원 하세베 이요라는 주요 등장인물과 주요 설정이 소개되는 첫 작품입니다. 회사에서의 갈등, 그로 인한 위통에 시달리는 리에의 고민을 아사노 점장이 해결해주다는 내용이죠.

추리적으로는 공정합니다. 아사노 점장에게 주어지는 단서는 독자와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안락의자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죠. 나이가 많은 후미코 편집장과 리에의 동료 이노가 연인 사이였다는 추리도 과감하면서도 그럴듯 합니다. 추리의 시발점이 되는게 프랑스 요리인 '혀가자미 본 팜므'라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본 팜므의 뜻인 '좋은 여성, 좋은 아내'라는 말 때문에 나이가 많은 후미코가 부담을 느끼고 결별을 통보한게 모든 사건의 원인이라는 거죠. 그 뒤 이노는 리에의 파우치를 후미코의 것으로 착각하고 가져갔다가 돌려 놓았는데, 돌려 놓는 모습을 본 하세베 이요가 리에를 질투하여 미워했던 것 - 이요는 이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 입니다. 이 모든 건 독자에게도 이미 공개된 여러가지 정보와 단서 - 후미코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 후미코가 리에의 파우치에 관심을 가졌다 등 -를 통해 뒷받침되고요. 

이 정도면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 기대와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비너스는 알고 있다>>
하세베 이요는 대학 시절 동경했던 선배 시이나의 실연을 위로해주기 위해 그에게 수프가게 시즈쿠를 소개해준다. 시이나는 연인 호시노가 급작스럽게 종적을 감춘 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이요는 어떻게든 시이나의 기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전편에서 등장했던 리에의 후배 하세베 이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추리적으로는 별 볼일 없는 범작입니다. 시이나의 결벽증에 가까운 여성관에 캬바쿠라에서 일한 과거가 있는 듯한 호시노 묘사가 덧붙여지면 진상이 너무 뻔하니까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단서의 제공도 지나치게 정직합니다. 앞서 요약 소개에서 말씀드렸던 클램차우더 수프와 호시노의 정체를 연결하는 전개는 좋지만 다른 부분은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은 없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후쿠짱의 다이어트 분투기>>
하세베 이요의 친척 후쿠짱 미츠바의 다이어트 과정이 펼쳐지는 내용. 
후쿠짱의 몸이 이상하다는건 독자들 모두 알 수 있어서 추리적인 매력은 거의 없습니다. 섭식장애로 38kg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반전은 꽤 충격적이나 이를 화장실 냄새 (구토 탓)와 구토 시 위산으로 노래진 차아라는 단서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손등에 난 상처는 단서라고 할 수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아사노는 미츠바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독자는 이를 확인할 수 없기에 공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후쿠 짱에게 계속 음식을 선물하는 지인들과 후쿠짱의 가족, 특히 동생 가나코와의 갈등에 대한 반전도 딱히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그냥저냥한, 평균 이하의 이야기였습니다.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려>>
리에는 시즈쿠에서 아침을 먹다가 반지 도둑으로 몰린다. 결혼 전 밤새 놀고 가게를 방문한 3인조 중 반지의 주인 린이 화장실을 사용한 직후 화장실에 들어갔기 때문. 그러나 진범은 린의 친구 유리노였다.
범인 유리노가 원추리 꽃에 반지를 숨겼다는 건 너무 뻔해서 추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기도 불분명하고요. 그래도 딱 한가지, 유리노의 신발에 라유가 튄 게 단서가 된다는건 볼만했습니다. 그녀가 신발을 닦기위해 허리를 굽혔으며 덕분에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추리로 이어지는데 상당히 설득력있었거든요. 

그러나 반지를 숨긴 동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건 문제에요. 행복해 보이는 친구를 질투했다는데 영 별로였습니다. 사건 직전에 세 명의 친구들이 만나서 밤새 놀았다는 설정이 있으니까요. 보통 이런 경우, 함께 놀더라도 밤을 세울 리는 없잖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나를 못 본채 하지마>>
현재 : 리에는 쇼핑 중 츠유가 엄마를 만나는걸 목격하고 뒤를 쫓는다. 츠유의 엄마는 죽었다고 들었기 때문. 츠유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휴댚ㄴ으로 누군가 통화하는 걸 보고 시즈쿠를 찾아 아사노 점장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과거 : 순경 아사노 시즈쿠는 아름다운 소녀와 그녀의 엄마라는 유즈키 아사코를 우연히 만난다. 그녀는 소녀가 여러모로 위태위태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을 쏟게 된다.


현재와 과거의 아사노 가족에 대한 두 편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됩니다. 현재는 아사노의 딸 츠유가 왜 '엄마'라고 부르는 여자와 함께 다니는지에 대한 이야기, 과거는 아사노 순경과 한 소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죠.

추리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가 볼만합니다. 츠유가 만난건 엄마가 아닌데, 그 여자는 츠유의 엄마인 척 한다는 수수께끼를 정말 몇 안되는 주어진 단서로 풀어내는게 꽤 그럴듯하거든요. 진상은 그녀는 츠유의 친구 렌카의 엄마였다는 것입니다. 렌카를 꼬드겨 현금카드를 빼돌릴려고 했던건데 정작 자기 딸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일이 언제인지,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모두 까먹었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있음직하다 싶어서 와 닿았습니다.

그러나 아사노 점장의 과거를 다룬 과거 이야기는 별로입니다. 소녀가 사실은 소년이었다는 반전은 기발하기는 하지만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관계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아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보여요. 소년 아키라가 아사노 순경과 10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다는 전개는 진짜 난데없더군요. 제일 첫 에피소드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랑'과 연결되기는 하는데 그렇게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냥 이 이야기는 빼고 리에가 아사노에게 품은 연심을 확인한다는 정도로 끝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9/07/26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시가 아키라 / 김성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6점
시가 아키라 지음, 김성미 옮김/북플라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미타는 택시 안에 스마트폰을 두고 내린다. 그것을 주운 남자는 폰 속 도미타의 여자친구 아사미에게 반한다. 그는 전문 해커이자 연쇄 살인범으로 자신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아사미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한 편, 인적이 뜸한 야산에서 신원 불명의 여성 변사체가 잇달아 발견되어 경찰은 수사에 나선다.

제15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최종 수상작. 최근 상당히 화제가 된 듯 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SNS는 누구나 쓰고, 해킹에 완벽하다고 할 수 없기에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은 많습니다. 휴대폰 위치 추적을 활용한 작품이 개중 많은 편이죠. 해킹에 촛점을 맞춘다면 찬호께이의 <<망내인>>이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고요. 하지만 <<망내인>>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살인이라는 실제 범죄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때문에 대단한 해킹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반대로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특히 살인 직전까지 페이스 북 등을 잘 활용하여 피해자를 옭아매는 과정은 설득력이 높아요. 비슷하게 페이스 북을 주로 활용했던 <<리얼 라이즈>>는 영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었는데 말이죠. 아마 이런 부분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하게 된 요인이 아닐까 싶네요.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우선 범인은 습득한 도미타의 핸드폰의 비번을 풉니다. 도미타의 생일이 비밀번호였는데 이를 알아낸 방식이 기발합니다. 마침 전화를 걸어 온 애인의 이름이 화면에 표시되었기 때문에 이 이름의 페이스북 가입자를 조사한 뒤 바탕 화면 사진과 일치하는 가입자를 찾아냅니다. 이를 통해 도미타의 페이스북 계정을 알아내어 생일을 확인하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도미타의 핸드폰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 놓은 후 폰을 돌려줍니다. 페이스 북을 통해 알아낸 정보로 도미타, 아사미와 관련된 가짜 페이스북 친구들을 다수 만들어 연결하고요.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아사미에 관련된 정보를 하나둘씩 입수하면서 도미타 폰에 고의로 랜섬웨어 감염을 일으킨 뒤, 친구 소개를 가장하여 보안 전문가로 직접 나타나 도미타와 아사미의 신임을 얻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사미에게도 개인 정보 유출과 해킹 등의 사건을 일으키고 해결해 준 뒤, 틈을 타 납치하게 되죠.
페이스 북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도미타의 직장 동료로 가장한 고야나기의 질척거림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수긍할만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도미타 핸드폰 속 사진의 GPS 정보를 분석하여 아사미의 집이 어디 근처인지를 알아낸다던가 하는 디테일들도 괜찮았어요.

이런 범죄 계획, 실행도 흥미롭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범인이 이미 살해하여 유기한 피해자들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믿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피해자들의 스마트폰만 살려 놓은 뒤 가끔 문자 메시지 연락을 하는 정도인데 이게 아주 잘 먹히거든요. 가족, 친지와 멀어지고 모든 걸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는 현대 사회이기에 가능했던 속임수인데 실제로 아주 그럴듯해 보여서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아사미를 납치하여 살해하려는 실제 범행 쪽 이야기는 아쉽게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아사미에게 누드 사진을 보내는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거든요. 범인이 보안 전문가 우라노로 가장하여 신뢰를 쌓았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수준의 범죄면 경찰에 바로 신고할 수도 있잖아요? 다케이와의 불륜을 암시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을 해킹하여 게시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케이의 행동을 컨트롤하는건 불가능한데 다케이가 경찰에 신고했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 범행을 통해 다케이를 아사미로부터 떼어 놓는다고 해도 범인이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요.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페이스 북 조작은 <<리얼 라이즈>> 수준 정도가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조작한 나의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퍼트려 내 개인의 평판을 망가트리는 식으로 말이죠. 평판을 망치는 것 외에 페이스 북을 통해 상황을 제어하거나 조작하는건 아무래도 어려우니까요.
결국 납치는 방심한채 술을 마시는 아사미를 만나 그녀의 술에 약을 타는 고전적인 방식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이럴 생각이었다면 도미타, 다케이를 떼어버리고 차분히 보안 전문가 우라노를 신뢰하고 의지하게 만든 뒤 당당히 집에서 납치하는게 정답이었을겁니다. 이미 연쇄 살인 및 사체 유기가 발각되어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범행을 서두를 이유는 없죠. 바텐더가 분명 아사미와 함께 나가는 범인을 목격하기도 했으니 더더욱 그러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사미를 납치한 뒤 그녀가 Siri로 도미타에게 전화를 걸어 구조된다는 결말이 가장 문제입니다. 해킹 전문가인 범인이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습니다. 폰이 아이폰이라는걸 명확히 알았는데도 이 기능을 간과한건 납득하기 어렵거든요. 전화를 받은 도미타가 이전 해킹 덕분에 아사미 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설정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에요. 해킹과 폰 위치 추적은 별 상관이 없잖아요? 백신을 설치했다면 모를까.

그리고 데뷰작이기 때문이겠지만 소설적인 완성도도 부족합니다. 캐릭터 설정부터 견고하지 못해요. 도미타가 가장 좋은 예입니다. 그는 거의 전편에 걸쳐 아사미에게 의지하는 무능력한 찐따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아사미를 구해주고 그녀의 과거마저 모두 이해한다는 대인배로 급작스럽게 거듭나죠. 왠지 모르게 계속 좋은 사람, 훈남으로만 묘사되는 다케이는 반대로 단 몇 줄의 묘사를 통해 불륜을 즐기는 인간 쓰레기로 돌변하여 리타이어하고요.
여기에 더해 아사미가 과거 AV 배우 야마모토 미나요였다는 설정은 왜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와 별 상관도 없을 뿐 아니라 아사미로 가장한 미나요가 아사미의 대학 시절 잠깐의 연애 상대였던 다케이와 다시 만나는 행동은 비현실적입니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낼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 화를 불러올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러한 과정에서 그녀가 진짜 아사미인 것처럼 심리묘사를 해 가며 독자를 속일 이유 역시 없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톡톡 튀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닥 기대에 값하지는 않았습니다. 해킹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망내인>>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9/07/21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교과서 - 요시다 히로시 / 동소현 : 별점 3점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의 교과서 - 6점
요시다 히로시 지음, 동소현 옮김/다산4.0

일본의 기획자가 알려주는 책을 내는 방법. 왜 책을 써야 하는지에서 시작해서 어떤걸 써야 하는지, 어떻게 출판사와 기획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도 그동안 책 한 권 내볼까 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린 적이 있는데 제 생각이 얼마나 짧고 어설펐는지 알게 되었네요. 이 책에 따르면 제가 어떤 걸 써야했는지부터 불분명했더라고요. 창피하고 부끄럽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위해 나만이 가진 가치와 테마를 찾아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말로 시작하지만 상세한 방법론이 뒤를 잇습니다. 우선은 '책으로 쓸만한건 좀처럼 있을 법 하지 않은 일, 즉 '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이며 나만의 USP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질문은 다음의 3가지이다'입니다.
1. 어렸을 때 부터 좋아했던 일은? (지속성)
2.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는 일은? (집중)
3. 남들이 별로 하지 않는 일 중에 하고 있는 일은? (탁월함)
여기서 핵심은 세번째 질문입니다.

쓰고 싶은 분야를 찾는 5개의 고리는
1. 돈 : 진귀한 수집품 관련 등
2. 시간 : 오랜 시간을 들여 쌓은 경험
3. 전문성 : 면허나 가업, 지역 정보 등
4. 네트워크 : 정보와 인맥
5. 라이프워크 :내가 평생 하고 싶은 일, 열정
이고요.

그리고 글을 쓰기 전에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를 알아야 하며, 자신의 인생을 포지셔닝 해야 한다는군요. 현재를 알고 목표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으며, 내 위치를 알아야 어떤 글을 쓸지가 명확해지니까요. 위치에 해당하는 타입은 카리스마 형, 대가형 (전문가 스타일), 장인형 (달인 스타일)의 세 가지가 있는데 전문가는 노하우를 갈고 닦으며 연구하는 연구자, 장인은 한 가지 일만 파고들어 목적을 달성하는 인물을 말합니다. 카리스마형은 자기계발서, 대가형은 비즈니스 관련 도서 (수단이나 방법 방식, 실무, 학문, 정보를 알려주는), 장인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의 스킬이 담겨 있는 전문 서적이 어울리고요. 그럴듯하죠?

이에 따라 제가 쓸만한 분야, 방향을 뽑아본다면 저는 어렸을 때 부터 추리 소설 읽는걸 좋아했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요. 또 남들이 별로 하지 않는 블로그에 서평 올리기를 16년 넘게, 매년 수십권씩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즉, 저의 USP는 추리 소설 서평이 되겠죠. 그리고 쓰고 싶은 분야 항목에서도 오랜 시간을 들인게 각종 도서들의 서평입니다.
하지만 이를 자기 계발서나 정보서로 포장하기는 조금 힘들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 하나의 스킬이 담긴 책으로 써야 할겁니다. 추리 소설 중심의, 다른 책들 서평을 결합한 그런 책이요. 예를 들자면 "추리 소설 속 요리" 같은 식이겠죠.

이렇게 쓰고 싶은걸 찾았다면, 어떻게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습니다. 작가의 매력적인 프로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기획서"가 가장 중요하다는군요. 그리고 직접 "황금 기획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무려 17개 항목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죠.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면 다음의 순서입니다. '제목, 부제, 메인 카피, 책의 내용, 저자명, 저자 프로필, 감수자, 감수자 프로필, 기획 의도, 기획 배경, 예상 독자, 유사 경쟁도서, 유사 경쟁도서와의 차별 전략, 사양, 원고 마감 예정일, 기타 희망사항, 마케팅.'
여기서 제목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에요. 잘 나가는 책의 비결은 제목이 80%, 장정 (제본 + 디자인)이 20%라고까지 하니까요. 보다 자세하게는 '제목은 0.3초, 부제는 3초, 카피는 30초만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고 합니다.
그 뒤에도 글을 쓸 때의 법칙 등이 이어집니다. 여기서는 '처음과 마지막 세 줄을 정성들여 써라.' 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런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수확은 책을 쓰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여러가지 답이 있지만 '책은 공간적인 확장성 뿐 아니라 시간적인 확장성도 있다. 20년이 지나도 50년이 지나도 자녀와 손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게 가장 와 닿았습니다. 책을 통해 친지와 후손들이 저를 추억할 수 있다면, 책은 꼭 한 권 정도 볼만 할겁니다. 절판이 되거나 잊혀질 수 있지만, 최소한 그 책을 기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계속 남아있을테니까요.

이렇게 책을 내야겠다는 의욕에 불을 지폈다는 점에서 별점은 3점입니다. 실용적인 가치도 높은 만큼 책을 내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정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귀신나방 - 장용민 : 별점 1점

귀신나방 - 2점
장용민 지음/엘릭시르

브로드웨이의 한 뮤지컬 극장에서 오토 바우만이라는 자가 열일곱 살 소년을 살해한다. 소년은 좋은 부모에게 좋은 교육을 받은 흠잡을 것 없던 아이. 소년과 살인범은 아무 관계 없는 사이로 경찰은 전혀 살해 동기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수백 명이나 되는 목격자 앞에서 소년을 죽인 오토 바우만은 사형을 선고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 사형 집행일을 사흘 앞둔 날 그는 갑자기 특별 면회 요청을 하게 되는데, 상대는 과거 전도유망했던 기자 크리스틴. 갑작스럽게 사형수와 인터뷰를 하게 된 크리스틴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알라딘 책 소개 인용)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작가 장용민의 장편 소설. 별다른 정보 없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히틀러의 부활을 다루고 있어서 좀 의외였습니다. 한국 작가가 섣불리 손 댈 소재는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히틀러의 부활에 대한 창작물은 굉장히 많아서 차별화를 통한 비교 우위를 가져가기도 쉽지 않을테고요. 예를 들어 히틀러의 머리 (뇌)만 따로 보관했다가 다른 몸에 이식한다는 <<모레>>, 클론을 만든다는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이 대표적이죠. 이 작품에서는 요제프 멩겔레의 뇌이식을 통해 젊은이로 거듭난다는 설정인데 아니나다를까, 예상대로 차별화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방법만 조금 다를 뿐, 유대인 생체 실험을 통해 기술을 터득한 멩겔레가 주도하여 히틀러의 부활을 이끈다는 케케묵은 설정이 반복될 뿐입니다. 그나마 뇌이식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도 거의 없어서 실망스럽습니다.

그래도 부활까지는 히틀러의 뒤를 쫓는 비밀 조직 아디 헌터와의 악연 등 재미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부활 이후부터입니다. 아담 휘슬러로 새롭게 태어난 히틀러가 미국 정복(?)을 위해 일으킨 사건들과 여러 계획이 펼쳐지는데 어처구니를 상실케 하거든요. 
첫번째로 아담은 시골 마을에서 6명이 죽는 참극을 일으킵니다. 일종의 심리 조작을 통해서요. 그런데 이 참극을 통해 그가 얻은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단한 능력을 보였다고 하기도 어려워요. 원래 사이가 좋았던 사람들끼리 다 틀어지게 만든 것도 아니고, 악감정이 있던 두 집안 사이에 불똥을 튀긴 정도니까요. 경제학 서적을 독파해가며 자본주의를 통달한 세기의 악마가 하는 일 치고는, 그리고 사악함을 드러내기에는 지나치게 소박했습니다.

그 뒤 미국 연방 준비 위원회를 손에 넣겠다는 두번째 계획은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냅니다. 무려 800톤이 넘는 금괴의 댓가로 하는게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밀턴의 비서가 되는 것 뿐입니다! 2019년 7월 현 시세로 금 1kg이 6천만원 정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48조의 현금성 자산으로 2019년 기준 세계 부자 순위 20위권이에요. 현금성이라 투자 시 자본 증식과 대출 가능 규모를 감안하면 몇 배가 될 수 있고요. 한마디로 스스로의 돈과 능력으로 세계 금융계를 지배할 수 있는데 고작 비서가 되는게 다라니 이게 말이나 될까요? 비서가 되려는 목적도 루 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밀턴에게 뇌수술을 알선핫 댓가로 밀턴의 주식을 넘겨받으는건데 이를 위해서는 구태여 비서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경로건 간에 자신이 히틀러라는걸 증명만 하면 죽기 직전인 밀턴이 알아서 접근해 왔을 테니까요. 
그리고 연방 준비 위원회 주식을 소유한다고 그가 미국을 지배하는게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연방 준비 위원회 회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상원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이보다는 차라리 세계를 지배하는 대기업 회장이 되려는 계획이 더 설득력이 높아요. 2019년 현 시점에서 연준 위원장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보다 세계 파워 랭킹 순위가 낮거든요. 아니면 직접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던가....

세번째 계획인 (두번째 계획에서 이어지는) 케네디 암살에 히틀러가 있었다는건 이 황당한 픽션의 정점입니다. 일단 케네디 암살의 이유는 그가 은본위의 새로운 화폐계혁을 단행하여 연준을 무력화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계획을 케네디에게 알려준건? 히틀러입니다! 연준의 권력을 먹으려는게 계획인데, 연준에 괜한 위험을 가하고 그걸 또 스스로 이겨낸다? 이 쯤 되면 이야기의 합리성을 논하는게 무의미해 보입니다. 그리고 대통령 암살이라는 무모한 계획은 리스크도 너무 크고요.

거기에 더해 무리수 설정도 너무 많습니다. 우선 옛 연인 에바 브라운, 그리고 그녀의 전생인 죠안나 이야기는 없으니만 못했습니다. 괜히 사악한 카리스마만 희석되어 버렸어요. 등장하는 비중에 비하면 아무것도 하는게 없기도 하고요.
하기사, 죠안나 설정은 그나마 낫지 연쇄살인범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만든다는 설정은 어안이 벙벙합니다. 특수부대 출신 킬러들을 불러모아도 시원치않을판에 왠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UFC 파이터를 이길 수 있을까요? 게다가 연쇄살인범을 찾아내는 방법은 한니발 렉터를 표절한 천재 교수의 설명되지도 않는 수학 공식이고, 그들을 자기 부하로 만드는 방법은 히틀러가 혈혈단신 찾아가 말로 설득하는게 전부니 더 말을 해 무얼하겠습니까.

이와 반대편에 서 있는 경찰 바우만의 집요한 추적도 흥미를 자아내지 못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고작해아 달라스 경찰서의 형사인 그가 온갖 배후 정보에 손을 대 가면서 히틀러를 추적하는 과정부터가 설득력이 전무하죠. 또 그가 히틀러라고 확신하고 쏴죽인 애덤이 사실 히틀러가 아니라 뇌수술을 받은 밀턴이라는걸 정작 조사를 시작한 지 몇일 되지도 않은 크리스틴이 밝혀낸다는 이야기도 당황스러워요. 바우만의 반평생은 대체 뭔가 싶거든요.
작위적인 전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케네디 암살 현장에서 모사드 요원이 바우만을 구해주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그 정도 지켜봤으면 누가 흑막인지 당연히 알아채고 아담을 죽이거나 납치하는게 당연하잖아요? 총 한자루 전해주고 손을 터는건 영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 히틀러는 살아있다는 극적인 진상이 귀신나방 이야기와 함께 드러나는 장면도 실소를 자아내기는 마찬가지에요. 기껏 자신이 살아있는걸 아는 사람을 다 죽여놓고 퓰리처 상까지 수상한 여기자 크리스틴 앞에서 살아있다는 암시를 남기고 떠난다? 그것도 직접 칵테일을 대접하는 등 있는대로 폼을 잡으면서?

이렇게 어디서 본듯한 설득력없는 설정, 전혀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계획들, 작위적인 수사, 개연성없는 전개라는 환장의 4종 셋트가 모인 결과물입니다. 이 정도면 종이가 아까운 수준이죠.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작가가 희대의 망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를 발표한지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발전한 부분은 전무하네요. 앞으로 이 작가 작품을 더 읽어볼 일은 없겠습니다.

2019/07/14

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전창림 : 별점 2점

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4점
전창림 지음/어바웃어북

화학 박사인 저자가 다양한 미술 작품에 사용된 화학에 대해 설명해주는 내용... 으로 알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는 생각대로더군요. 특히 첫번째 장인 '마리아의 파란색 치마를 그린 물감'은 근거를 토대로 추리하는 맛까지 살아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미완성인데, 오른쪽 하단은 뭘 그리려고 했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내용이거든요. 저자는 성모 마리아를 그리려다 만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최후의 심판>>에서처럼 성모 마리아의 치마는 울트라 마린으로 칠하려 했지만 울트라 마린은 당시에 비싸고 귀한 재료라 칠하지 못했던 거라는 이야기지요. 더 싼 파란색 염료인 아주라이트로 막달라 마리아를 칠했는데 아주라이트는 안정성이 떨어져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어 칙칙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려있는 <<그리스도의 매장>>의 사진을 통해 막달라 마리아 옷 색은 칙칙한 갈색이라는걸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유화의 성분 (불포화지방산)을 알려주며 유화가 어떻게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는지를 알려주는 '유화를 탄생시킨 불포화지방산'도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항상 수백년 된 유화가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되는지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이 풀렸거든요. 유화의 아마인유 (불포화지방산) 작용을 달걀노른자로 대신한 템페라, 석고 위에 수성 물감을 스미게 한 프레스코 모두 색감과 묘사에 있어 유화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유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설명도 좋았고요.

'화학에는 문외한이었던 천재 예술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주인공입니다. 세계적인 천재로 알려진 그가 화학에는 문외한이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그는 납이나 구리를 함유한 흰색이나 녹색과 황을 함유한 버밀리온이나 울트라마린을 함께 사용한 탓에 서로 반응해서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게 되었다는군요. 그 외에도 화학을 몰라 저지른 실수가 많던데 미켈란젤로가 일찍 유화를 시작하지 않은게 전 인류의 손실인 듯 해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물감의 변화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게 '화학 반응으로 바뀐 그림의 제목' 입니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원래 밤을 그린 어두운 그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그림 보존을 위해 바니시를 발랐을 때의 실수, 그리고 납을 포함한 안료를 사용한 탓으로 그림이 검게 변한 것입니다. 이 안료는 황과 만나면 흑변하는데 19세기 산업 혁명으로 도시 공해가 심해졌을 때 대기 중의 황산화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렇게 납이 들어간 색 중 연백 (lead white)를 즐겨 사용한 화가 휘슬러는 납 중독으로 죽었다니 무섭기도 합니다.
그리고 연금술에 관련된 그림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연금술의 죽음'은 과연 화학자가 썼구나 싶었습니다. <<인을 발견한 연금술사>>라는 잘 알지도 못했던 그림까지 찾아내어 소개하다니 열정도 대단하고요.

화학 외에 미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풀어낸 내용도 재미있는게 많았습니다.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그림을 구석구석 상세하게 분석하여 어떤 사물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는 식의 설명이 특히 좋았어요. 이런 류의 설명은 '연금술의 죽음'에서 <<프로크리스의 죽음>>, '밀랍과 수은'에서 <<이카루스의 추락>>, 홀바인의 <<대사들>> 등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은 그림 설명도 설명인데 프랑스 혁명 당시 상황까지도 상세하게 알려주는 소개가 무척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인상파 작가들이 물감을 직접 섞으면 탁해지기 때문에 한정된 밝은 색 물감만 짧은 붓터치를 사용해서 사람의 눈에 섞여서 보이게끔 했다는게 아주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전혀 몰랐네요. 쇠라의 그림도 그렇다면 확실히 의미가 있는거죠. 실물을 꼭 한 번 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화학, 과학보다는 점점 평범한 미술사 관련 책이 되어 버리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미술에 대한 설명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거리가 멀죠. 게다가 과학을 그림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억지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마티스의 그림과 색의 주기율 R.G.B를 연결시키는건 나쁘지는 않지만 딱 들어맞는다고 하기는 어려웠고, 마찬가지로 마티스의 그림이 색으로 입체를 표현했다는 설명도 그렇게 와 닿지 않았어요.
그 외에 인상파 관련된 글이 많은 점과 해부에 대한 그림, 과학 기기가 등장하는 그림에 한 장 씩을 할애하는 설명들도 앞 부분에 비하면 그닥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화학 관련된 이야기가 더 많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좀 애매한 결과물이네요. 미술사 관련 서적으로 부족함은 없지만 기대한 내용은 아니었으니까요. 후속권이 있는 듯 한데 이대로라면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은 없습니다.

2019/07/13

검은 개 - 추정경 : 별점 2점

검은 개 - 4점
추정경 지음/다산책방

촉망받는 고등학생 테니스 선수 임석이 체포된다. 약물에 취한 채 무면허로 운전해서 김유진이라는 여학생을 치어 중태에 빠트린 혐의였다. 임석은 분류심사원에 수감되어 재판을 기다린다. 빠져나갈 수 없는 혐의와 분류심사원 수감생들 사이에서도 공격당하는 그를 돕는 건 임지선 변호사 뿐이었다.

오랫만에 읽은 한국산 범죄 스릴러
이야기에는 크게 3개의 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임석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별로 친해 보이지 않았던 김별과 김유진이 함께 있었던 이유, 임석의 스파링 파트너인 노승모가 거짓 증언을 해서 임석을 함정에 빠트린 이유, 임석이 먹은 각종 약물이 어디에 들어 있었는지, 김유진이 차에 치인 이유, 김유진을 차로 친 사람은 누구인지 등 많은 수수께끼가 복잡하게 얽혀 있죠.

두번째는 실감나는 주니어 테니스 세계입니다. 랭킹과 집안의 재력, 스폰서가 누구인지에 따라 거의 인생이 결정되는 가혹한 세계가 적나라하게 표현됩니다. 승부에 이기기 위한 치사한 전략, 전술 및 사기에 가까운 연기도 여과없이 드러나고요. <<저스트 고고!>>와는 180도 다른 무서운 세계에요. 라켓이나 거트, 텐션 및 스트로크 등과 같은 전문 용어와 시합 묘사도 좋은 편입니다.
단순한 배경 묘사에 그치지도 않습니다. 테니스 이야기는 첫 번째 임석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거든요. 임석이라는 황금알을 놓치기 싫었던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 KDC의 구대철 회장이 사건을 일으킨 원흉이니까요. 그는 임석에게 도핑 약물을 몰래 먹인 뒤 그를 자신의 회사에 노예 계약으로 옭아맬 생각이었는데, 아들 구성기가 이를 거부하자 임석에게 열등감을 가졌을 친구 노승모를 끌어들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별장에서 파티가 열렸죠. 하지만 자신의 과거 악행을 증명할 증거를 지닌채 김별이 도주한 후 분노가 폭발하여 그 친구 김유진을 살해하려 한 겁니다. 마침 현장에서 약에 취해 쓰러진 임석을 범인으로 위장하고, 아들 구성기를 증인으로 내세워서 말이죠. 

세 번째는 임석이 수감된 분류심사원에서의 생존경쟁입니다. 임석이 분류심사원 29호 방에서 방장 해골의 노림을 받으며 방의 막내인 '꼽'으로 지내는 과정, 25호로 이감된 후 25호 방장 석민우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서서히 자신의 세력을 키워 결국 석민우를 쓰러트리고 결국은 해골까지 제압한다는 고등학생 학원 폭력물이나 무협지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나름 읽는 재미는 있었어요.

그러나 이 세 번째 이야기는 임석 사건 이야기와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임석의 성장기 역할만 수행할 뿐이죠. 비중으로 따지면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와 맞먹거나 능가하는 수준인데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온갖 캐릭터의 설정까지 세세하게 설명해가면서 말이죠.
하긴, 이렇게 본 이야기를 흐리는 과한 묘사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임지선 변호사는 바람난 엄마를 아빠가 살해했다는 불우한 과거가 있다는데 내용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어요. 임석 부모님도 이혼 위기이며 구성구의 경우는 아버지가 구대철 회장인지 별장 관리인 임씨인지 모른다, 노승모 아버지는 세신사이다 등의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에 화룡정점은 책 서두에 등장하는 박기자에 대한 묘사입니다. 아내를 잘 만나서 피아제 시계를 차고 다니지만 원래는 테니스 꿈나무였다는 묘사가 한껏 이어지죠. 누구나 주인공으로 착각할 정도로요. 허나 본편에서는 하는게 전무합니다. 그동안 심리 묘사나 상황에 대한 묘사가 상세하고 장황한 작품은 많이 보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쓸데없는 등장 인물들 묘사가 많은 작품은 본 적이 없네요. 이런 부분만 다 들어낸다면 중편 이하 분량으로 충분했을겁니다. 
에필로그 역시 불필요한건 마찬가지입니다. 임석이 사건 후 테니스 선수로는 실패하고 옛 테니스 아카데미 룸메이트로 세계적 스타가 된 호주 선수의 스탭이 되어 일한다는 내용인데 분량 잡아먹기에 그칩니다. 내용도 별로였고요. 그냥 임변과 만나서 맥주 한잔 하며 구성기와 노승모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끝났어도 충분했어요.

마지막으로, 임석이 촉망받는 유망주라도 세계 랭커도 아닌데 스폰서들의 관심, 취재 열기는 너무 지나쳐 보였습니다. 지금 주니어 국내 챔피언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에요. 예전 퍽치기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지만 잘 풀려서 프로야구 SK에 지명까지 되었던 '위대한' 이라는 투수가 있었습니다. 야구팬들의 거센 반대로 지명은 철회되고 결국 폭력범이 되었다는 씁쓸한 이야기인데 왠만한 프로야구팬이 아니면 알지도 못할 사건입니다. 제가 봤을 때에는 이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접대 테니스를 치다가 실제로 성접대를 했다거나 하는 스캔들이 아닌 이상요.

그런데 또 반대로 추리적인 서사, 설명은 부족합니다. 나름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고, 임변 (임 변호사)의 조사와 추리가 없는건 아닙니다. 레카차 운전수와의 대화 등은 분명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복잡했던 진상이 밝혀지는건 결국 구성구의 자백, 증언이라 많이 허무합니다. 동영상 촬영과 비밀 웹하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운전석에 김유진의 피가 묻어 있었다는 정도로는 임석의 무죄 판결은 불가능했을겁니다. 이래서야 잘 짜여진 범죄, 법정물로 보기는 어렵죠.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모두가 미워하는 악의 화신으로 테니스 실력도 별 볼일 없다던 구성기의 변모가 대표적입니다. 급작스럽게 아버지의 악행을 고발할 정도로 정의감에 불타며 테니스 실력 역시 임석의 라이벌 급으로 격상하는는건 설득력이 너무 낮죠.
또 이러한 구성기의 활약은 이야기 전개에 치명상을 입힙니다. 이렇게 정의감을 불태울거면 애초에 임석, 그리고 김유진을 별장으로 부를 이유가 없어요. 노승모만 불러도 충분하잖아요. 차라리 노승모만 부르려고 했는데 걱정한 임석이 따라왔다면 모를까요. 몇 주가 지난 다음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숨긴 위치를 알려준 이유도 석연치 않습니다. 
아울러 김유정 살인 미수 사건이 일어난 핵심인 김별의 핸드폰 (구대철의 추잡한 무언가가 찍혀 있을)을 마침 그날 찾아서 돌아갔다는 우연까지 겹치면 좋은 점수를 줄래야 줄 수가 없네요.

국내, 아니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문 주니어 테니스 관련 범죄 스릴러라는건 독특합니다. 저도 카트린느 아를레의 <<사라진 테니스 스타>> 외에는 접해본 적이 없네요. 여러모로 작가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쓸데없는 분량이 너무 많아요. 캐릭터 설정, 이야기 전개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고요. 지금의 절반 분량으로 임석 사건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냈더라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한국 범죄물의 발전은 느껴지지만 또 아직 갈길도 멀구나 싶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19/07/07

31번지 뉴 여인숙의 수수께끼 -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 민웅기

31번지 뉴 여인숙의 수수께끼 - 4점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민웅기 옮김/바른번역(왓북)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용 의사로 일하던 저비스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장소로 왕진을 나가 모르핀 중독으로 보이는 환자 그레이브스를 치료한다. 감금되다시피하여 이동했던 상황, 심상치 않았던 환자의 상태 때문에 사건을 친구 손다이크와 상의하고, 손다이크는 그 집이 어딘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발생한 두 번째 왕진에서 저비스는 그레이브스가 거의 사망 직전 상황에 놓였다는걸 알고 왕진에서 돌아온 후 경찰에 신고하지만 당장은 사건성이 없다며 묻혀버린다.

이후 저비스는 고용 의사를 그만두고 손다이크 박사와 일하게 되는데 첫 번째 수임한 사건은 기묘한 유언장 사건이었다. 의뢰인은 사망한 제프리 할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받게 된 스티븐이었다. 그는 별 것 아닌 삼촌의 유언장 수정으로 거액을 상속받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사건을 조사한 손다이크 박사는 이 사건이 저비스가 접했던 기묘한 환자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걸 밝혀낸다.


손다이크 박사 장편. 아마도 저자 사후 70년이 지나 소개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이 풀렸기 때문이죠. 저작권 만료된 작품이 주로 발매되는 전자책 전문 출판사 '왓북'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당연히 종이책은 없고요.

읽기 전 기대가 컸습니다. 제가 사랑해 마지 않는 고전 본격물이기 때문이죠. 셜록 홈즈의 라이벌 중 한명이었던 손다이크 박사의 장편이기도 하고요. 이전에 읽었던 손다이크 박사 장편은 모두 괜찮았었죠. 

그런데 평균보다는 살짝 못하더군요. 물론 장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다운 부분은 전부 장점이에요. 첫 번째는 당시의 과학 수사가 치밀하게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현장을 방문하여 온갖 쓰레기를 샅샅이 뒤져 단서를 모으는 건 기본이고요. 초반에 저비스가 철저하게 마차에 가두어진 채로 미지의 장소로 왕진나갈 때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는 경로 추적도를 만드는 장면이 일품입니다. 단순한 나무판에 나침반을 부착하고 수첩을 곁들인 정도이긴 합니다. 그래도 방향이 바뀔 때의 시간 및 상세한 정보를 수첩에 자세하게 기록하는 방법은 돋보여요. 실제로도 꽤나 유용해 보였습니다. 그 외에 서명을 분석하기 위해 사진 확대를 이용하는 장면은 확실히 시대를 앞서간 느낌이고요.
두 번째는 본격 추리물로서 충실하다는 점입니다. 독자는 화자 저비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쫓아갑니다. 그래서 탐정과 독자에게 모든 정보와 단서는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디테일도 상당히 좋아요. 바이스 씨는 분명히 독일인이라고 했는데 집에 커피가 없고 차만 있었다게 대표적입니다. 독일인은 보통 커피를 마시지 차를 마시지 않는다고 하네요. 물론 몇 가지 단서들 (기묘하게 생긴 갈대, 깨진 유리 조각 등) 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 정체를 알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 단서는 없어도 진상에 이르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세 번째는 당연히 손다이크 박사의 팬으로 즐길거리가 많다는 점이죠. 저비스가 의사를 떼려 치우고 손다이크 박사의 조수로 일하게 된 첫번째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손다이크 박사가 법의학자가 아니라 변호사로 소개되는게 특이했습니다.

그러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고 많게 느껴집니다. 가장 큰 단점은 진상이 너무 알아차리기 쉬운데, 저비스만 알아차리지 못하는 점입니다. 당대 독자 수준이 저비스 수준이라 이렇게 썼겠지만 지금 읽기는 너무너무 답답했습니다. 이미 독자는 초반부, 저비스가 왕진나가 진찰했던 환자 그레이브스가 시체로 발견된 제프리라는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편에 취해 결국 약물 과용으로 사망했다는 사인, 그리고 한 쪽 눈에 두드러진 실명에 가까운 증상 등의 단서 때문이죠. 과연 누가 그를 감금하여 살해했을까?라는 질문의 답은 당연히 유일하게 이득을 보는 피해자의 형 존이 유력하고요. 그리고 존이 제프리와 꽤 닮았으며 배우로 활동했다는 이력을 듣고나면 그가 제프리로 변장해서 뉴 여인숙에 거주했다는걸 모르면 바보입니다. 설형문자 액자가 뒤집혀 있었다는 증거까지 있는데 말이죠. 그러나 저비스는 이런 점을 도무지 깨닫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뿐입니다.
초반부 저비스는 분명히 능력이 있는 걸로 묘사됩니다. 홀로 그레이브스에게 왕진갈 때가 좋은 예입니다. 그레이브스 코의 안경 자국을 보고 이건 얼마 전 까지 안경을 쓰고 있다는걸 나타내므로 오랜 기간 혼수상태였다는 바이스 씨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걸 추리해 내거든요. 그러나 두 번째 왕진부터 바보가 되어버립니다. 의식을 찾은 피해자는 저비스가 계속 "그레이브스 씨"라고 말을 걸 때마다 당황해합니다. 누가 봐도 자기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런걸 계속 놓칩니다. 손다이크 박사의 표현을 빌겠습니다. "저비스, 자네는 정말 구제불능이군".
단지 바보일 뿐 아니라 제프리 죽음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이고 범죄의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를 죽게 내버려둔 셈이거든요. 손다이크가 악당들의 위치를 알아낼 방법까지 알려줬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핑계는 단지 바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봐도 추리 소설의 사이드 킥으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비스를 자신의 파트너로 불러온 손다이크도 언젠가는 크게 후회하지 않을까 싶네요.

추리에 있어서도 헛점이 조금 눈에 뜨입니다. 바이스 박사가 은신처를 떠나면서 편지가 올까 두려워 열쇠를 가지고 자주 왕래했다는 설정이 특히 그러했어요. 곧바로 다음 세입자가 입주해버리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던걸까요?
변장용 안경에 반드시 돗수가 있어야 한다는 추리는 현 시점에서 보면 그닥 일리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안경용도 아니고, 회중 시계용도 아닌 유리의 정체가 범인을 밝혀내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데 와닿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작위적인 우연, 불필요한 장치도 지나치게 많습니다. 저비스의 왕진이 사건과 겹치는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저비스가 그레이브스 씨라고 불리운 제프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사건이 어떻게 되었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부분을 덜어내고 추리를 펼치는게 더 완성도는 높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바이스 씨의 부인이 사시였다던가, 바이스 씨와 마부는 동일인물이었다는 등의 장치는 불필요했고요.

마지막으로 사건이 밝혀지는 계기가 된 다시 쓴 유언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확인이 되지 않는건 문제라 생각됩니다. 원래는 존은 250 파운드만 받기로 했었는데 바뀐 유언장은 '잔여 재산 수여자' 가 되어서 죽은 고모의 유산 3만파운드를 받는다는데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모든 유산의 수령인은 조카 스티븐인데 왜 고모의 유산이 잔여 재산이 되어 존에게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너무 쉬운 내용이라 이렇게까지 길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감점합니다. 좀 짧아지더라도 저비스의 왕진 부분을 빼고 정리하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손다이크 박사의 팬이시라면 모를까, 구태여 구해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9/07/06

리얼 라이즈 - T.M. 로건 / 이수영 : 별점 1.5점

리얼 라이즈 - 6점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arte(아르테)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4살 아들과 살아가는 평범한 30대 가장이자 영어교사 죠셉은 어느날 우연히 아내가 지인인 벤과 호텔에서 만남을 갖는걸 목격한다. 아내가 떠난 뒤 벤과 잠깐 마찰을 빚다가 벤을 밀치는데 뒤로 넘어진 그는 피를 흘린채 일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아들 윌이 천식 발작을 일으켜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다.
윌에게 약을 준 뒤 다시 호텔 주차장을 찾지만 벤과 벤의 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뒤 죠셉은 벤으로 보이는 누군가로부터 온라인상에서 테러를 당한다. 상황을 조사해본 결과, 아내와 벤이 불륜 관계였다는걸 알게 되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사라진 벤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린다.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벤을 직접 잡아야 한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누군가로부터 모함을 받아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이를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 이런 류의 장르물은 얼마나 주인공이 철저하게 위기에 처하는지가 핵심인데 그 부분은 아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긴장감이 잘 살아나서 마지막까지 흡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그려내는 1인칭 시점의 묘사도 탁월합니다. 특히 오랫만에 읽은 남성이 쓴 1인칭 글이라 그런지 남성 취향 저격 묘사들이 많더군요. "벤과는 대부분 축구 얘기만 했다. 서로 잘 모르는 남자들이 그래도 뭔가에 대해 대화할 수 있도록 발명된 세계 공통어 말이다." 같은 축구와 펍에 대한 묘사가 그러하죠. 아들 윌에 대한 묘사도 상세해요. 정말 그 시기 아이의 모습을 아주 잘 그려내었더라고요.

하지만 범죄물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위험에 빠졌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와 같은 두뇌 게임이 전무한 탓입니다. 죠셉이 위기에 처한 뒤 벌이는 각종 행동이 모두 무의미한 삽질이거든요. 이 과정에서 뭐라도 하나 알아냈다면 좋았을텐데 그런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마지막에 위험을 무릅쓰고 선덜랜드로 이동하여 벌인 조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중요한건 모두 선덜랜드로 이동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며, 설령 몇몇 단서들에 대해 죠셉이 깨달았다고한들 무의미했어요. 죠셉은 베스와 앨리스를 구하기 위해 아무런 준비 없이 벤의 저택으로 향해 스스로 위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죠셉이 알아낸건 멀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 뿐, 결국 베스의 말에 의해 진상을 깨닫게 되죠. 이미 멀, 그리고 베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상하다는걸 눈치채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개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베스의 딸인 앨리스의 도움이 없었으면 베스의 계획대로 강간범으로 몰린 파렴치범으로 살해당했을게 뻔합니다.

또 일견 치밀해 보였던 베스의 계획도 결국 돌이켜보면 헛점 투성이입니다. 베스와 멀이 처음에 벤을 살해한 뒤 왜 시체를 숲에다 유기하지 않았을까요? 시체만 발견되었다면 죠셉은 그 날로 구속되어 최소 20년은 교도소에 있어야 했을 겁니다. 구태여 저택으로 시체를 가지고 와서 은닉할 필요는 없었죠. 반대로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죠셉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저택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그렇지, 엄연히 딸이 집에 있는데 총질을 해서 사람을 죽일 생각을 한건 당쵀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멀과 벤이 호텔에서 만난건 사실이고, 이를 조셉이 목격한 것도 사실인데 왜 멀의 누드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는 불필요한 추가 작업도 의문입니다. 그냥 불륜을 저질렀다는 멀의 증언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죠셉이 동기가 있다는걸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해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경찰만 알면 되는데 주변 사람들이 아는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벤이 살아있는 척 문자와 SNS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폰과 PC를 해킹하여 정보를 빼돌렸다는 설정도 불필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 북이나 SNS를 이야기에 끌어들여 화려함을 더하는 수단일 뿐,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정보를 남기면 경찰에게 꼬리를 잡힐 수도 있으니까요. 경찰이 이를 죠셉의 자작극이라 여긴건 단지 운이 좋았을 뿐, 경찰이 심도깊게 수사를 진행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외에도 치밀하지 못한 작위적인 설정과 전개가 너무 많습니다. 첫 만남에서 벤이 죠셉을 밀치다가 우연찮게 쓰러져 기절하고, 갑자기 윌이 천식 발작을 일으키며 주차장에 CCTV가 제대로 없었다는 3중 우연 상황부터가 작위적입니다. CCTV의 경우, 최소한 페이스북이 대세가 된 현대 호텔에서 있음직한 상황은 아니겠죠.
벤이 살아있는 것처럼 죠셉과 독자를 속이지만 벤이 죠셉을 수렁으로 몰고가는 전개도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는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거대 기업체의 수장이자 백만장자가 자신이 죽은 것 처럼 위장하여 불륜 상대의 남편을 파멸로 몰고 간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영원히 몸을 숨길 상황도 아니고 이유도 없잖아요. 돈을 써서 해결사를 고용한 뒤 죠셉을 없애버리는게 상식적이죠. 실제로 벤은 해결사를 통해 경쟁자를 박살낸 경험이 있는걸로 묘사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럴거라면 죠셉에게 메시지 따위를 남길리도 없고 은밀하게, 조용하게 해결했을테죠.
게다가 이 모든 허술함을 감싸는 동기, 베스와 멀이 서로 동성간 사랑 때문에 벌인 범행이었다는 건 작위적이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설정의 극치입니다. 베스가 빈털터리로 쫓겨날게 두려웠다 한들 죠셉을 끌어들여 살인극을 벌일 이유가 뭘까요? <<악마같은 여자>>처럼 한 번 정도 관계를 더 꼬아 놓는다면 모를까, 급작스럽고 이해하기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흡입력은 있지만 읽고나면 단점만 더 생각나는 그런 독서였습니다. 별로 권해드릴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19/07/01

알라딘 20주년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0주년이 되었네요.
20주년 기념으로 이런저런 이벤트가 시작되었는데, 20년 동안 제가 사용한 기록을 누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도 있어서 이용해 보았습니다.

거의 알라딘 초기(약 17년 전)부터 이용했던 유저라 나름 감개무량하고, 독서량이 아니라 구입 기준으로도 상위 0.5% 안에 포함되는걸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나네요. 워낙 책을 사는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작작 좀 사야겠다 싶기도 합니다. 딴건 몰라도 이사가는게 너무 힘드니까요.

최근에 여러 인터넷 서점들이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말들도 많죠. 갈아타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쌓은 정이 있으니 앞으로도 알라딘을 주력으로 이용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