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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전창림 : 별점 2점

미술관에 간 화학자 1 - 4점
전창림 지음/어바웃어북

화학 박사인 저자가 다양한 미술 작품에 사용된 화학에 대해 설명해주는 내용... 으로 알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반부는 생각대로더군요. 특히 첫번째 장인 '마리아의 파란색 치마를 그린 물감'은 근거를 토대로 추리하는 맛까지 살아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그리스도의 매장>>은 미완성인데, 오른쪽 하단은 뭘 그리려고 했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내용이거든요. 저자는 성모 마리아를 그리려다 만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최후의 심판>>에서처럼 성모 마리아의 치마는 울트라 마린으로 칠하려 했지만 울트라 마린은 당시에 비싸고 귀한 재료라 칠하지 못했던 거라는 이야기지요. 더 싼 파란색 염료인 아주라이트로 막달라 마리아를 칠했는데 아주라이트는 안정성이 떨어져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어 칙칙해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려있는 <<그리스도의 매장>>의 사진을 통해 막달라 마리아 옷 색은 칙칙한 갈색이라는걸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유화의 성분 (불포화지방산)을 알려주며 유화가 어떻게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는지를 알려주는 '유화를 탄생시킨 불포화지방산'도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항상 수백년 된 유화가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되는지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증이 풀렸거든요. 유화의 아마인유 (불포화지방산) 작용을 달걀노른자로 대신한 템페라, 석고 위에 수성 물감을 스미게 한 프레스코 모두 색감과 묘사에 있어 유화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에 유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설명도 좋았고요.

'화학에는 문외한이었던 천재 예술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주인공입니다. 세계적인 천재로 알려진 그가 화학에는 문외한이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그는 납이나 구리를 함유한 흰색이나 녹색과 황을 함유한 버밀리온이나 울트라마린을 함께 사용한 탓에 서로 반응해서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게 되었다는군요. 그 외에도 화학을 몰라 저지른 실수가 많던데 미켈란젤로가 일찍 유화를 시작하지 않은게 전 인류의 손실인 듯 해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물감의 변화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게 '화학 반응으로 바뀐 그림의 제목' 입니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원래 밤을 그린 어두운 그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 그림 보존을 위해 바니시를 발랐을 때의 실수, 그리고 납을 포함한 안료를 사용한 탓으로 그림이 검게 변한 것입니다. 이 안료는 황과 만나면 흑변하는데 19세기 산업 혁명으로 도시 공해가 심해졌을 때 대기 중의 황산화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렇게 납이 들어간 색 중 연백 (lead white)를 즐겨 사용한 화가 휘슬러는 납 중독으로 죽었다니 무섭기도 합니다.
그리고 연금술에 관련된 그림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연금술의 죽음'은 과연 화학자가 썼구나 싶었습니다. <<인을 발견한 연금술사>>라는 잘 알지도 못했던 그림까지 찾아내어 소개하다니 열정도 대단하고요.

화학 외에 미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풀어낸 내용도 재미있는게 많았습니다.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그림을 구석구석 상세하게 분석하여 어떤 사물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는 식의 설명이 특히 좋았어요. 이런 류의 설명은 '연금술의 죽음'에서 <<프로크리스의 죽음>>, '밀랍과 수은'에서 <<이카루스의 추락>>, 홀바인의 <<대사들>> 등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은 그림 설명도 설명인데 프랑스 혁명 당시 상황까지도 상세하게 알려주는 소개가 무척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인상파 작가들이 물감을 직접 섞으면 탁해지기 때문에 한정된 밝은 색 물감만 짧은 붓터치를 사용해서 사람의 눈에 섞여서 보이게끔 했다는게 아주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전혀 몰랐네요. 쇠라의 그림도 그렇다면 확실히 의미가 있는거죠. 실물을 꼭 한 번 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화학, 과학보다는 점점 평범한 미술사 관련 책이 되어 버리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미술에 대한 설명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거리가 멀죠. 게다가 과학을 그림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억지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마티스의 그림과 색의 주기율 R.G.B를 연결시키는건 나쁘지는 않지만 딱 들어맞는다고 하기는 어려웠고, 마찬가지로 마티스의 그림이 색으로 입체를 표현했다는 설명도 그렇게 와 닿지 않았어요.
그 외에 인상파 관련된 글이 많은 점과 해부에 대한 그림, 과학 기기가 등장하는 그림에 한 장 씩을 할애하는 설명들도 앞 부분에 비하면 그닥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화학 관련된 이야기가 더 많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좀 애매한 결과물이네요. 미술사 관련 서적으로 부족함은 없지만 기대한 내용은 아니었으니까요. 후속권이 있는 듯 한데 이대로라면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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