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북로드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오마에자키 교수의 집이 폭파되고 그 안에서 산산조각 난 시체와 함께 개구리 남자의 범행 성명서가 발견된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 도마 가쓰오를 쫓지만 그런 경찰을 비웃듯 개구리 남자는 이번에는 '사' 로 시작되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연이어 잔혹한 범행을 성공시킨 뒤 성명서를 남긴다. 이전, 개구리 남자로 가장하여 아들을 살해한 사유리마저 의료교도소에서 탈주한다. 캐리어 관리관의 수사 지시에 반발한 고테가와는 개구리 남자 사건 수사에서 배제되어 와타세 경부의 묵인하에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는데....
단점도 있었지만 괜찮은 부분도 있었던 전작에 대한 기억이 나쁘진 않아서 읽게 된 작품.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오면 안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추리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 합니다. 전작의 '이름 순서대로라는 룰에 의한 무차별 살인 같지만 사실은 의도가 있다' 는 핵심 트릭이 동일하게 반복된 탓입니다. 이건 <
경찰력이 총 동원된 상황에서 오마에자키 교수가 오노우에 기자를 습격하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 살해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기자 습격은 백주 대낮에 다른 언론 매체들도 출동한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는 '스'로 시작되는 인물이 타겟이 되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와타세 경부의 번득이는 추리도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더 강합니다. 교수 폭사 현장에서 임플란트를 발견하지 못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아무리봐도 그렇게 치밀하게 현장 조사를 했다고 설명되지는 않거든요. 이 사실을 수사반, 그리고 고테가와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도 불분명하고요.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와타세 경부가 오마에자키 무네타카 교수는 정말 죽은게 아니라는걸 언제 알아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걸 알아낸 순간, 유력한 용의자는 백치에 가까운 도마 가쓰오가 아니라 엄청난 지능범 오마에자키라는게 명확해집니다. 모든 수사기관이 쫓는 인물의 신상 명세가 바뀌어야 하는건 물론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전무합니다. 단지 일종의 깜짝쇼처럼 반전으로 등장할 뿐이에요.
물론 와타세 경부는 교수의 진짜 목적이 교수의 딸과 손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정신병을 위장하여 중형을 피한 후루사와 후유키 살해라는걸 알고 이를 안배하여 잠복하고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의 타겟에는 후루사와 외에도 후루사와에게 무난한 선고를 내렸던 재판관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교수를 놓쳤다면 굉장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경찰들끼리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는지는 영 알 수가 없네요. 자세한 설명 없이 고테가와 혼자 날뛰게 만들어서 얻는 잇점도 전무하고요. 와타세 경부의 추리로 모든게 해결될 수 있는데 고테가와는 왜 생고생을 하는걸까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왜 오마에자키 교수가 노숙자 헤이 씨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사유리는 어떻게 도피 행각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등인데 특히 사유리가 의료교도소에서 탈옥하여 후루카와에게 진짜 복수를 완료한다는 결말은 정도가 심해요. 사유리가 오마에자키 교수의 칼이 되어 범행을 실행할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둘이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없어서 어떻게 후루카와 범행에 이르게 되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오마에자키 교수의 말대로 후루카와를 죽인 뒤, 재판관들까지 살해하는게 최종 목적인걸까요? 그리고 사유리의 목적 중 하나가 후루카와일 수 있다는건 와타세 경부나 고테가와는 충분히 추리할 수 있었을텐데 이를 방조한 것도 석연치 않고요.
어린 시절 친구를 난도질해 토막냈던 미코시바 변호사의 등장도 문제입니다. 실존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 왔는데,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에 죄를 묻지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법의 허술함을 고발하고 싶은 취지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코시바 변호사의 비중이 애매해요. 비중만 보면 좀 더 입체적으로, 복잡하게 그려낼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그냥 능력있는 변호사 역할에 그칩니다. 하는 역할도 고테가와에게 조언을 주는게 전부고요. 이는 와타세 경부가 이미 추리해낸 내용과 같으니 구태여 등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형법 39조,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나쁜 짓을 해도 죄를 묻지 않는건 문제라는 주장도 반복되어 지루합니다. 사회파 추리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정도가 지나친 탓입니다. 만악의 근원 후루사와가 정신병을 가장하여 중형을 선고받지 않고 의료교도소에서의 나름 평탄한 생활을 보낸다는 묘사로 독자의 공분을 이끌어 내기는 하나 역시나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작에서 가장 좋았던 결말이 퇴색되어 버린게 가장 아쉽습니다. 아-이-우-에-오 순으로 이어진 범행이 진짜 흑막 오마에자키로 끝난다는건 아주 깔끔했는데 이래서야 한 권 분량의 사족을 만든 것에 불과하거든요. 독설가 와타세 경부 캐릭터만 여전히 날카롭다는게 위안이에요. 2차대전에 대해서 제정신이 아닌 양 전혀 승산이 없는 전쟁에 돌입했던거라고 가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하죠. 만악의 근원이자 죽어 마땅한 후루사와가 어떻게든 정리(?)되는 결말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책임 능력이 있고 없고간에 죗값은 지은 죄와 동일하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유명 소설들의 트릭을 베낀 뒤 사회파스러워 보이는 장황한 문제 제기와 고어 묘사를 덧붙인게 고작인 작품입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읽으셨더라도 구태여 찾아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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