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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오후 3시 까지 -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외 / 정태원 : 별점 3점

오후 3시까지 - 6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정태원 옮김/글사랑

그동안 좀 뜸했었네요. 너무나도 지독한 독감에 걸리고 회사일도 바쁜 나머지...  오랫만이니만큼, 예전에 구입했었지만 읽지 않고 쌓아 두었던 책들 중에서 읽기 쉬워보이는 단편집을 골라 보았습니다.

이 책은 알프레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에 수록된 단편 중 13편을 엄선하여 편집한 앤솔러지입니다. 짤막하게 작품별로 소개해드리자면

"하인리히 헤런은 어디에?"
흑마술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공포 스릴러(에 가까운) 단편입니다. 추리적인 요소는 약하고 반전도 그냥 그렇지만 섬뜩한 이야기를 괴담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전개는 제법 괜찮았습니다.

“낡은 부적”
순문학 느낌 강한 단편. 보험사기를 다룬 심리물인데 끔찍한 사건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점점 붕괴되어 가는 사람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다룬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피가 낭자한 잔인한 묘사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이는?”
일종의 완전 범죄를 다룬 범죄물. 잔인하다기 보단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마음에 안드는 버스기사 택시로 쫓아가서 때려주기”와 비슷한 이야기랄까요. 여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후 3시 까지”
수록작 작가 중 유일하게 아는 작가인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아브라함 레빈 형사 시리즈 단편. 심리 서스펜스물입니다.
어떤 남자의 자살을 막으려는 레빈 형사의 심리를 한정된 짧은 시간동안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소품 느낌이 강하긴 하나 작가의 명성에 값하는, 읽는 재미는 충분히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

“막다른 길”
전형적인 미국 헐리우드 형사물 스타일의 하드보일드 드라마.
나름대로 비비 꼬아놓기는 했지만 전형적이고 뻔한 이야기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리모트 컨트롤”
암살자의 완전범죄를 위한 변장, 그리고 사건을 은폐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꽤 재미있으며 치밀한 점이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아요. 2% 정도 아쉬웠달까요?

“이중살인”
불륜 상대가 변태 성욕자에게 살해된 후, 아내를 변태 성욕자를 가장해서 살해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반전의 묘미가 상당합니다. 반전 하나때문에라도 읽어볼 가치 충분한, 괜찮은 단편이었어요.

“산타바바라에서 생긴 일”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브릿지”를 소재로 하여 사기와 살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밀한 브릿지 묘사외에는 건질게 별로 없고 특히나 결말부분이 실망스러웠습니다. 브릿지를 잘 안다면 즐길거리가 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수준이하였던 작품입니다.

“지하철에서 생긴 일”
한 선원의 과거 항해에 대한 회상으로, 예전 배에서 잔혹하기로 유명했던 1등 부 기관사 폴란스키와 그의 그리스인 조수, 그리고 의사 출신이라는 수수께끼의 남자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범죄 서스펜스물이라기 보다는 잔잔한 소품에 가까운 작품으로 교훈적이기는 하지만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였습니다.

“해리 해스팅스 방식”
해리 해스팅스라는 작가와 한 도둑이 벌이는 재미난 이야기.
아이디어 자체가 워낙 기발하고 글 전체가 유머스러워서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추리 단편에서 보기힘든 결말도 마음에 들고요. 이 앤솔러지 전체를 통틀어 베스트로 꼽고싶은 추천작입니다.

“도시의 풋내기”
독특한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 해결사와 현상금 사냥꾼을 섞어놓은 듯한 주인공의 캐릭터가 정말 괜찮습니다. 동시에 벌어지는 두가지 사건을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깔끔한 이야기 구조도 좋았고요.

“동업자”
두 동업자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킬러를 고용했다가 자멸한다는 작품. 유머스럽고 가벼운 소품입니다.

“2차선”
우연히 지방국도에서 만난 대형 트럭에게 쫓기게 된 운전사를 그린 서스펜스 물.
제가 옛날에 봤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듀얼”과 굉장히 비슷해서 조사해 봤더니 원작이 맞더군요. 영화보다는 덜 했지만 글이라는 수단으로 전달할 수 있는 최대치의 서스펜스를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결말부분은 조금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말이죠.

이렇게 전체적으로 걸작들은 아니지만 평균작 이상의 작품들로 구성된 괜찮은 앤솔러지였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매거진도 집에 몇권 있는데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역시 머리를 식힐때는 추리 단편만한게 없는 것 같아요.

2004/03/25

로마문화 왕국, 신라 - 요시미즈 츠네오 / 오근영 : 별점 3점

로마문화 왕국, 신라 - 6점
요시미즈 츠네오 지음, 오근영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간만에 맘잡고 읽은 제법 두꺼운 분량의 역사 서적.

그동안 가벼운 독서를 주로 한 탓에 쉽게 집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신라의 뿌리는 그리스 로마문화다!"라는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는 주장을 다양하고 신라의 수목형 왕관과 황금보검, 미소짓는 상감옥, 기타 다양한 유물들에 대한 상세하고 다양한 자료들로 설명하고 있는 덕에 생각보다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로마 문화의 증거라고 하는 것들 중 특히 유리 -상감옥- 를 근거로 하여 영향을 준 로마 문화권을 흑해 서쪽 해안의 어떤 곳이라는 추정까지 전개해 나가는 과정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고요. 삼국 중 신라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형태의 여러 유물들을 관련 로마 유물과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서술하고 있으며 당시의 세계 정세와 역사관도 자료로 제시하는 등, 관련 사료와 문헌에 대한 연구자료도 충분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말대로 "황금과 보물의 왕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인 신라의 다채로운 황금 유물들과 각종 보물들의 사진 감상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저도 모르는 신라 유물이 정말 너무도! 너무도 많더군요.

딱 아쉬운 것은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라서, 그래서 "일본서기"를 주요 문헌 중 하나로 인용함으로써 한국 정통 사학에 반하는 내용도 제법 섞여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올컬러인 탓에 책 값이 18,500원이라는 고액이라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그래도 국내에 나와 있던 천편일률적인 역사서들보다는 읽는 재미와 지적 흥분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보기드문 책입니다. 그간 알고 있었던 역사적 상식을 깨는 놀라움은 감탄스러울 정도에요. 저자가 30여년 동안 연구한 결과라고 하는데 이런 끈기와 노력이라는 부분은 본받아야 할 것 같군요. 물론 이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류의 역사서적에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04/03/24

웰컴 투 더 정글! -The RunDown- 피터 버그 : 별점 2점

웰컴 투 더 정글 - 4점 피터 버그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지녔지만 언젠가는 근사한 레스토랑을 여는 게 꿈인 최고의 '회수전문가' 벡(드웨인 존슨). 단 한번의 실패도 없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인 그에게 최고의 위기가 될지도 모르는 의뢰를 받게 된다. 베일에 쌓인 보물을 찾겠다고 정글로 간 트라비스(숀 윌리엄 스코트)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한 벡은 위험천만의 황금도시 '헬도라도'로 떠난다.

생각보다 쉽게 트라비스를 찾아내는데는 성공하지만 신비의 보물 '가토'의 존재를 아는 그는 동행을 거부하고 게다가 정글의 독재자 헷쳐(크리스토퍼 월켄)마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벡과 트라비스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신비의 여인 마리아나가 나타나면서 일은 점점 복잡하게 꼬이기 시작하는데…

인디아나 존스의 뒤를 잇는다! 라는 거창한 카피와 함께 분위기도 비스무레하게 흉내낸 액션영화. 개인적으로 “더 락 (드웨인 존슨)”의 팬이기때문에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슈퍼스타 프로레슬러인 더 락의 액션연기는 확실히 남다른 점이 있기는 하더군요. 이연걸류의 화려하지만 가벼운 액션이 아닌 묵직하고 중량감 느껴지는 정통 “스트롱스타일” 액션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런 액션 연기는 정말 간만에 보네요. 간간히 프로레슬링 기술도 섞어서 보여주는 것도 팬으로서의 재미였어요^^ (초반 나이트클럽 격투씬에서는 “락바텀”!까지 보여주더군요)
또한 “회수전문가”라는 직업이나 총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신념같은것으로 포장된 벡이라는 캐릭터가 꽤 멋집니다. 트라비스역의 숀 윌리엄 스콧도 허풍세고 말도 많지만 의외로 행동파인 촐랑이로서 괜찮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친구 캐릭터는 영화마다 거의 다 비스무레 하군요.

하지만 캐릭터와 액션을 뺀 나머지가 너무 별로에요. 다른 모든 이야기는 그냥 액션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중간 다리로서나 존재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액션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정말로 부실합니다. 스토리의 밀도가 굉장히 떨어지는 문제 탓이 큰데, 벡부터가 왜 레스토랑을 열고싶어 하는지, 왜 총을 쓰기를 싫어하는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소개부터 빠져있고, 트라비스가 어떻게 가토가 있는 곳을 아는지 같은 보물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마저도 배재한체 영화가 진행됩니다. 암호풀이나 지도찾기 같은 기초적인 부분도 없는 보물찾기 영화라……  사실 마지막에 벡과 트라비스가 같이 떠나는 장면조차도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정글의 독재자를 물리치는 정의의 히어로를 그릴 작정이었다면 보물찾기나 중간에 나오는 게릴라 이야기같은 것을 다 빼고 차라리 그 시간을 캐릭터 소개로 돌리는 것이 현명했을 듯 싶네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스트롱 근육맨과 대학중퇴 천재, 비쥬얼부터 차이가 나는 꽤 괜찮은 컴비의 그럴듯한 액션 버디 무비 한편이 나올 뻔! 하다가 말은 영화입니다. 별점은 2점. 그래도 락의 팬이라면 꼭 보시길. 초반부에 아놀드가 살짝쿵 우정출연 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2004/03/19

대통령과 기생충 -서민 : 별점 2점

대통령과 기생충 - 4점
서민 지음/청년의사

"마태수"라는 이름의 "기생충 전문 탐정"이 등장해서 기생충과 관련된 각종 사건을 해결한다는 추리적 성향의 코믹물.
딴지일보에서 절찬 연재 중인 "건강동화"와 동일한 작품으로 주인공 이름만 "마태우스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에서 "마태수(마침내 태어난 수퍼스타)"로 바뀐 것입니다.

입영을 연기하기 위해 먹는 개회충을 밀거래하는 조직을 일망 타진한다던가, 정력증진을 위해 뱀을 먹었다가 고환을 잘라내게 된 사람을 도와준다던가, 심지어 기생충학을 없애려는 대통령에게 촌충을 몰래 먹이는 기생충학회의 음모를 분쇄하고 최연소 그랜드 슬램을 노리는 박세희에게 기생충을 먹이는 캐리 웹을 응징하는 등 황당무계하지만 기생충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이러한 이야기들 중 추리적으로는 삼겹살집 주인만 노리는 연쇄 살인극이 벌어지고 기묘한 흉기 때문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렵게 고생한 어머니가 잘못 익힌 삼겹살을 먹다가 감염된 기생충 때문에 사망하게 된 범인이 복수를 위해 회충으로 삼겹살집 주인들만 목을 조른다는 "삼겹살 살인사건", 밀실에서 의문사한 재벌총수 "마달피"의 죽음을 파헤치는 "상속"편이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작가인 서민씨가 기생충학과를 졸업한 현직 의사이자 기생충 전문가이기 때문인지 전문가적인 지식이 실로 대단하며, 그것을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섞어서 유머스럽게 포장하는 재주도 상당합니다. 정말 조금만, 조금만 더 추리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보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한국의 로빈 쿡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허나 문학적으로나 추리적으로나 완성도는 심하게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괜찮았던 점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대부분의 이야기가 수준 이하에요. 또 딴지일보에 연재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딴지일보에서 읽으신 분들은 구태여 사실 필요까지도 없고요. 부담없이 지하철이나 화장실에서 한번 읽기에 딱! 맞는 책인듯 합니다.

2004/03/16

내 차 봤냐? (Dude! Where’s My Car?) - 대니 레이너 : 별점 3점


주말내내 여러가지 일이 많았네요. 몸도 안좋고 기분도 별로고 해서 보면서 아무 생각 할 수 없는 영화를 골랐보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꽤 성공작이라 생각되네요.

우둔하고 어설프기 이를 데 없는 단짝 제시와 체스터. 늦잠을 자고 일어난 늦은 아침. 집에는 모르는 사람이 아무 곳에나 실례를 하고, 냉장고에는 1년을 족히 먹고도 남을 푸딩으로만 가득 차 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두 사람.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애마. 자동차가 없어졌다는 것.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 차를 어디에 두었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무작정 차를 찾아 나서지만 그들에게 있는 단서는 단 하나! 주머니 속의 성냥갑에 적힌 "Kitty Kat Strip Club"이라는 글씨. 그곳으로 향한 제시와 체스터. 클럽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반기고, 환상적인 무대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여장 남자는 제시에게 돈가방을 내놓으라고 위협하고, 그를 피해 다시 밖으로 나와 여자친구인 쌍둥이 자매의 집으로 간 제시와 체스터. 청소를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다시 쫓겨난다. 거리에서 이상한 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괴한들어게 납치되었다 풀려나고, 겨우 진정한 그들에게 이번엔 또 늘씬한 미녀 외계인들이 몰려오는데...

줄거리만 보면 황당무계한게 정리가 잘 안되지만 실제로 보면 영화는 꽤 명쾌한 편입니다. 화면과 개그만 보며 즐기는 “덤앤더머”류의 바보 코미디이기는 한데 단순히 슬랩스틱이나 화장실 코미디만 신경쓰던 다른 코미디와는 달리 나름대로 제법 신경 쓴 각본도 좋고요. 예를 들자면 처음에 나오는 푸딩이나 체스터가 즐겨보는 동물 다큐멘터리 같은 복선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아울러 위대한 지도자 “졸탄”, 차원이동기인지 뭔지 하는 류빅스 큐브와 같은 설정은 최고였어요. 아무 생각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제시와 체스터 컴비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웃기고요. 주인공 컴비인 숀 윌리암 스콧이나 애쉬튼 커처는 상당히 핸섬한 편인데 주로 바보 역으로 많이 나오네요. 뭐 그래도 잘 어울립니다만. 쌍둥이 중 키큰 쪽인 “제니퍼 가너”의 어렸을 때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군요.

하지만 욕심이 지나쳤던지 너무 이곳저곳으로 벌려놓은 이야기를 조금 더 정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간의 경찰서 취조 장면이나 타조농장 에피소드, 여장남자의 돈가방 이야기는 정말 사족이었던 듯 싶네요. 마지막의 “거대여자 외계인”은 그 상상력이 좀 과했던 것 같고요.

그래도 B급 무비 정신이 투철한, 간만에 머리를 비우고 웃으며 볼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케이블 TV에서도 방영한다고 하니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약간 취향이 애매한 영화이긴 합니다만…..

덧 : 제목이기도 한 그 차는 정말 똥차더군요………

2004/03/12

국치일!

정말 하기 싫지만 다시 정치 이야기 한 줄 올립니다.

오늘은 국치일입니다. 3월 12일.

유통기한 한달짜리 국회가 어떻게 대통령을, 그것도 사리사욕을 위해 탄핵한단 말입니까?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야당 당수들과 그 떨거지들, 용서하지 못합니다.

나라는 그들 일부 정치 귀족들의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것이죠.

너무 화가나서 몇줄 적어 보았습니다.

2004/03/11

중앙일보 김정란 교수 . 시인의 탄핵 관련 사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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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는 정치 이야기 별로 안하는데, 읽어왔던 것 중 제일 핵심을 짚어내는 칼럼인 듯 해서 소개합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자토이치 - 기타노 다케시 : 별점 3점


'자토이치’는 도박과 마사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맹인 방랑자. 하지만 이 남루한 행색의 사내에겐 외모와는 달리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 있다. 번개처럼 빠르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대를 찌르는, 전광석화 같은 검술이 그것! 민심이 흉흉한 어느 마을에 당도한 자토이치. 그는 도박장에서 비밀스러운 게이샤 자매를 만난다. 치명적인 미모를 지닌 ‘오키누’와 그녀의 동생 ‘오세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채 주점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마을에 군림한 채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긴조’는 숙적들을 처단하기 위해 떠돌이 무사인 하토리’를 고용하기에 이른다. 맹인 검객, 게이샤 자매, 떠돌이 무사. 이제 이들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대결 앞에 서게 되는데…

기타노 다케시의 신작.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오래전에 영화화된 시리즈를 리메이크 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화제 초청 작품 답지 않은, 전형적인 사무라이 무협 활극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맹인 검술 천재 자토이치와 낭인 무사로 복수와 아내를 위해 경호원 일을 하는 고수 핫토리, 10년전 도적단에게 살해당한 부모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게이샤 자매와 서서히 밝혀지는 흑막 등이 그러하죠.

피가 난무하고 과장될 정도의 검술 액션에 사운드와 영상의 조화에 신경쓴 여러 장면은 볼 만 합니다. 그리고 긴조 일당의 배후를 밝혀내는 후반 부분까지의 스토리도 제법 짜임새 있고요. 하지만 금발머리의 자토이치는 나름대로 멋지고 잘 어울렸지만, 그 외의 호평 받았다는 탭댄스 장면 같은 지나치게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장면은 빼고 대신에 보다 더 고전적인 정통 활극으로 만들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도 그 장면들은 마음에 들기는 했어요. 작품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문제지. 그리고 마지막의 핫토리와 자토이치의 대결은 고수들 대결답게 단칼에 끝내긴 하는데 조금 맥이 빠지더군요. 좀 더 멋진, 웅장한 한판 대결을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신기치나 옆집 바보 같은 개그 캐릭터도 전면에 배치 되어 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마지막 장면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 등, 기타노 다케시스럽지 않은 상당히 흥행위주의 작품으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코미디언으로서의 기타노 다케시스러운 영화랄까요? 별점은 3점. 소재나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었던 만큼 후속작도 기대해 봅니다.

2004/03/10

낯선 들판에서의 유희 -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 안정범 류필하 : 별점 2점

낯선 들판에서의 유희 - 6점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지음, 안정범 류필하 옮김/문학세계사

모스크바 경찰국 강력계 형사 아나스타샤 형사는 돌리나라는 지방의 요양소에 휴가와 요양을 겸해 머물게 된다. 그 도시는 마피아의 절대 권력 아래 매우 평화로왔지만, 몇 달 전 조직의 일원이 마까로프라는 이름만을 남긴 채 죽은 사건으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요양소에서 옆방에 머물고 있는 음악가 레기나 할머니와 영화를 제작하는 그의 제자 다미르를 알게 되고,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게임의 표적이 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살해당한 뒤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그녀는 도시의 실질적 통치자 데니소프의 요청으로 사건 수사에 나서며, 영화를 찍기 위해 왔다가 영화의 내용이 살인사건과 관계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도망친 난쟁이와 창녀에 의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드러내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어 본 러시아 추리소설. 이 작가 작품은 현재 러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러시아 국민 2명중 한명이 책을 읽었을 정도로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소문은 익히 많이 들었지만 왠지 직접 구입해서 읽기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미루고 있었는데 자주 찾는 헌책방에서 싼 맛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제가 다른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런데, 아마 아나스타샤 형사가 이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라 생각됩니다.

내용은 휴가 중에 스너프 필름 촬영과 그에 관련된 살인 사건에 우연히 휘말리게 된 형사가 그 지역의 유력자의 원조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릴러물로, 일단 주인공 아나스타샤 캐릭터가 꽤 마음에 드네요. 부모의 영향으로 5개국어를 하며 냉정하고 굉장히 분석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나 슈퍼맨은 아니고 나름의 고민과 아픔이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거든요. 러시아의 부패 상황, 경찰관도 뇌물을 먹이고 모든 부분에 있어 돈이 오가며 도시의 유력자는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현실감을 높여주는 것도 좋았던 부분이고요.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여기서 “낯선 들판”은 연고가 없는 낯선 도시, 그리고 “유희”는 사건을 둘러 싼 지적인 게임을 지칭하는데 제가 읽어본 추리소설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을 만한 멋진 제목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아쉽게도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이 강해요. 치밀함 없이 이곳저곳 중구난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지막 몇 페이지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마무리도 약하고 시원한 맛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초반부의 흥미진진한 전개에 비해 마지막의 스너프 필름 조직의 우두머리를 밝혀 나가는 과정은 별다른 재미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흥미가 떨어지는 점, 범인만 밝혀내고 아무런 해결없이 끝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가명-본명을 밝히는 트릭은 역자가 해설에서 밝혔듯, 러시아에서는 굉장히 일반화된,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러한 트릭인 것 같은데 한국인 독자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책 앞 뒤에 실린 선전 문구처럼 멋진 소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범작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의 불모지같던 러시아의 추리소설이라는 특이한 책을 접하게 되어서 재미 이상의 만족감은 느껴지나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그래도 미국이나 영국, 일본, 프랑스 이외의 다른 국가 추리소설들도 많이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읽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아요. 이런게 바로 행복한 고민이겠죠?

2004/03/08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 별점 2.5점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 6점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황소자리

요사이 꽤 화제가 되고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저는 헌책방에서 14년전의 정신세계사 출판본으로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요새 나온 책은 12,000원인데 10년 전 책은 딱 반값인 6,000원이더군요.

제목만 보면 환타지나 SF같지만 그건 아니고, 제목 그대로 자기 자신의 시간을 통계화, 수치화하여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산 러시아 과학자 류비세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전기문학이죠.
이 책에 따르면 류비세프는 그 자신만의 시간 관리법을 통해 음악과 영화, 운동과 같은 취미생활 및 자신의 연구와 저술활동에도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해 일을 처리해 나갑니다. 그의 학술적 관심분야는 전공인 곤충학 뿐만 아니라 물리학, 철학, 문학, 역사 등 모든 영역에 달해 있었고 이 모든 관심분야에 대한 연구 및 저술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자원고 12,5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저술을 남기고도 여가 및 취미생활마저 거르지 않는 지극히 효율적인 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그만의 시간 관리 방법은 하루 24시간 중 효과적인 순수 집무시간을 10시간으로 하여 그것을 3등분 한 것을 “1단위시간”으로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일을 함에 있어서 1단위시간이나 0.5 단위시간으로 배분하여 처리하며 그 오차는 10분을 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모든 계획을 월 / 연 단위로 결산하여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관리를 위한 시간 통계법의 골자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읽은 관련 서적 및 편지를 전부 분류하여 색인화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처리하며 계획에 있어서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연말 결산을 보면 “1966년, 1부류의 사업에 소모한 시간은 도합 1,906시간이다. 원래 계획은 1,900 시간이었다. 1965년에 비해 27시간이 붙었다. 하루 평균시간은 5.22시간, 즉 5시간 13분이다” 즉 하루 5시간 13분씩, 1년 내내 순수한 학문연구를 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그 어떤 휴식시간도 포함되지 않는 순수 시간만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실로 대단할 뿐이죠.

하지만 "시테크”에 활용할 만한 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생활을 전부 수치화하여 통계를 내고 그 계획에 맞춰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기계같은 삶에 더 가까와 보이기도 하고요. 계획을 세워서 그 과정을 체크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만, 그 이상의 일은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하겠죠.

저자에 따르면 류비세프는 진정 충만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 단정하고 있고, 저 역시 그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행복은 개개인에 따라 다를테니까요. 하지만 전 지금도 행복합니다. 시간이란 분명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이지만, 돈과 똑같이 저를 구속하는 요소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놓는 것 정도는 좋겠죠. 일단 올해는…. 결혼준비?^^

여튼,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예상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서 감점하지만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것은 좋네요. 저에게는 불가능하지만, 철저하고 계획적인 사람이 비슷한 수준으로나마 흉내라도 낼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독특한 자기개발서, 혹은 시간관리법을 찾으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덧 : 류비세프가 인터넷과 컴퓨터가 보급된 이 시대에 살았으면 보다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안됐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2004/03/07

8명의 여인들 - 프랑수아 오종

 


이 영화는 유명한 프랑수와 오종 감독의 영화로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설정만 보고 정통 추리물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1950년대 프랑스 한 시골 저택.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이 모이지만 그들의 사랑하는 가장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저택은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살인자는 집에 있던 여덟 명의 여인들 중 한 사람인 것이 틀림없다. 그의 부인이었을까? 노처녀 처제? 욕심 많은 장모? 건방진 가정부 아니면 성실한 가정부? 어쩌면 그의 두 딸들? 깜짝 방문을 한 매력적인 여동생일 가능성은?

내용은 간략한 줄거리 대로 “고립된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전 퍼즐형 추리물의 전형적인 구도인데 예상외로 정통 추리물은 일단 아니더군요. 자세한 현장검증도 없고 알리바이도 제멋대로이며 단서 또한 거의 전무합니다. 살인사건 그 자체는 8명의 여인들의 고민과 복잡한 가정사를 끌어내는 동기일 뿐이며 이야기는 추리적인 구성보다는 복잡한 가정사와 개개인의 사생활을 중심으로 일종의 폭로극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영화가 뮤지컬과 코미디가 혼합된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굉장히 연극적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익숙해지니 상당히 유쾌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뭔가 독특하고 이색적인 구성이나 전개방식이 재미있더군요.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코미디 같은 분위기로 끌고나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특히 어머니와 고모의 격투 후 키스장면.. 과 어머니가 할머니를 술병으로 때리는 장면 등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명 배우들로만 포진된 8명의 여인들의 연기도 대단했고요. 특히 이모역의 연기가 정말 압권!입니다.

제 기대대로 정통 추리극은 아니었지만 독특하고 이색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같이 보았던 관객들의 평도 사뭇 여러가지였던 것 같은데, 전 재미있었습니다. 그래도 워낙 독특하고 이색적인 작품이라 차마 극장에서 꼭 보시라고 권하지는 못하겠네요.

그나저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라는 감독의 작풍이 원래 이러한 것인지, 아니면 연극을 원작으로 해서 지극히 연극적인, 연출 기법보다는 배우 개개인의 연기와 각본에 의존하는 작품을 만든 것인지는 좀 궁금해 집니다. 다른 작품들도 한번 구해 봐야 겠군요.

2004/03/04

스쿨 오브 락! - 리처드 링클레이터

 


이 영화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꽤 인상깊었던 잭 블랙 주연의 영화입니다. 무엇보다도 포스터로 보는 사람을 압박하는 영화죠. 잘 만든 포스터와 여러 영화평들로 사뭇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락 밴드 단원인 듀이 핀 (잭 블랙 분)은 로커 답지 않게 뚱뚱하고 촌스러운 외모 때문에 밴드에서 쫒겨 난다. 월세가 밀려 집에서도 쫒겨 나게 된 그는 급한 김에 친구 네드의 이름을 사칭하고, 호레이스 그린 초등학교의 대리교사로 취직한다. 수업 첫날부터, 공부를 가르칠 생각은 않고 시간 때울 궁리만 하던 듀이는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열릴 락 밴드 경연대회에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참석하려는 것!

클래식기타와 피아노, 첼로, 심벌즈 등의 악기를 다뤄본 애들을 뽑아, 리드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드럼을 가르치고, 다른 아이들에겐 백 보컬, 매니저, 코디, 장비 담당 등의 일을 맡긴다. 3주동안, 듀이와 아이들은 여자 교장 멀린스 (조안 쿠삭 분)의 눈을 피해 교실에서 락 음악을 연습하고, 드디어 오디션 접수까지 끝낸다. 마침내, 경연대회가 있던 날, 듀이가 가짜 선생임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멀린스 교장을 앞세우고 대회장으로 쳐들어 오는데…


주연과 포스터, 간략한 영화소개만 보아도 “가짜”인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소재로 한 설정자체는 흔하디 흔한, 누군가 이야기 했지만 "시스터 액트"류의 코미디 물입니다. 그러나 열혈 락커가 일년 학비가 만 오천불이나 된다는 상류층 고급 초등학교 학생들을 락으로 세뇌시키며 진정한 락커로 만든다는 줄거리는 신선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습니다. 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죠. 무엇보다 주인공 듀이역의 잭 블랙의 원맨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진짜배기 락커가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잭 블랙의 노래나 기타도 꽤 마음에 들더군요. 유쾌한 맛이 있어서요. 무엇보다 “스쿨 오브 락”이라는 밴드명으로 참가한 마지막의 밴드배틀 장면은 압권입니다. 역경을 딛고 촌스럽고 유치하지만 자기의 음악을 선보이는 아이들과 듀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죠.

하지만 기대했던것 만큼 웃기진 않았습니다. 각본과 감독이 “비포 선라이즈”라는 달착지근 영화를 만들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이고 가족영화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인지 화장실 유머 같은 저질 유머나 슬랩스틱 코미디 대신 락에 빠져가는 아이들과 인간적으로 성숙해 가는 듀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정도 교훈적인 내용도 줍니다. 마지막에 교장, 듀이의 친구와 학부모들도 듀이와 아이들을 이해하며 마무리 하는 해피 엔딩은 너무 전형적이라는 느낌까지 줍니다. 락& 코미디판 “홀랜드 오퍼스”가 정답이겠죠.

그래도 오디션을 통해서 가려 뽑았다는 귀여운 아이들 (특히 베이스 치던 아이… 크면 분명 미인이 될 것 같습니다)과 잭 블랙의 연기를 보는 것, 덤으로 흥겨운 락까지 흐르는 즐거운 영화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볼 만 합니다.

2004/03/01

오늘 산 책입니다.

간만에 집에서 쉬면서 근처 헌책방에서 몇권 구입했습니다.

요사이 화제가 되고있는 그라닌의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 하지만 제가 구입한것은 새로 출간된 것이 아닌 이전 정신세계사 판본이더군요.
알렉산드라 마리니나의 "낯선 들판에서의 유희", 그동안 한번쯤 꼭 보고 싶었는데 마침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고리키 파크", 인상적이었던 "북극성"이라는 작품의 전작으로 아르카디 렌코가 주인공이더군요. 기대되는 책입니다.
그리고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1권, 호러는 원래 좋아하진 않지만 단편집이고 해서 한권 구입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꿈을 빌려 드립니다" 중단편이 포함된 산문집입니다. 오래전에 "백년동안의 고독"을 너무나 인상적으로 읽었었는데 마침 눈에 띄더군요.

이렇게 해서 10,000원 미만입니다. 이래서 헌책방 찾기를 그만둘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배형준

 


원래는 “8명의 여인들”을 보려고 했는데 애매한 시간땜에 바꿔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몰랐는데 강동원씨가 무대인사를 하는 날이었는데 강동원씨가 등장하자 잠깐 난리가 나더라고요. 전 사실 누군지도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은건가?

깜찍한 외모, 순수한 미소, 유려한 말솜씨..100% 완벽美를 자랑하는 그녀, 영주. 하지만 그녀 본색은 고단수 사기경력으로 별을 달고 있는 터프걸. 영주는 가석방 심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볍게 통과한다. 출감하자마자 영주는 유일한 혈육인 언니결혼선물로 준비해둔 목공예 기러기 한쌍을 들고 부산행 기차에 오르는데.

한편, 용강마을 약사인 희철 역시 여친에게 프로포즈할 반지를 들고 부산으로 가던 중 영주를 만나게 된다. 첫 만남부터 영주에게 치한으로 오인 받아 죽도록 맞는 것도 모자라 낯선 남자에게 반지까지 소매치기 당한 희철. 가석방 중인 영주는 도둑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다시 반지를 찾아주려 하지만 이 와중에 그녀의 짐 가방과 희철의 반지가 뒤바뀌고 만다.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에 용강마을에 들어선 영주. 하지만 한번 꼬인 것이 어디 쉽게 풀리랴. 희철의 가족들은 반지를 가지고 나타난 영주를 희철의 애인으로 오인하고 진실을 밝히기엔 뒤가 깨림직한 그녀는 결국 약혼녀 연기에 돌입하고 만다.

여친에게 프로포즈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희철은 영주의 의도치 않은 사기극에 분노하지만 이미 한발 늦은 상태. 희철은 가족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순진한 여인을 버린 파렴치한으로 찍히고 마침내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이제 영주와 희철, 진실과 거짓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영화는 실제 제작비는 25억이 들었다고 하니 최근 추세로는 상당히 저예산 영화입니다. 하지만 최근 본 국산 코미디 영화 중에서는 각본의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듯 합니다. 조폭이나 욕이 나오지 않는것도 마음에 들지만 초반에 최희철이 주영주의 사기와 여러 주변 상황에 속아 파렴치한으로 몰리게 되는 과정이나 용강이라는 순박하고 인정많은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여러 잔잔한 에피소드들도 마음에 듭니다. 무엇보다 최근의 코미디 영화들 처럼 에피소드들의 시트콤식 나열이 아닌 큰 줄기를 가지고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가 좋더군요.

하지만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주영주의 교도소 동기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주영주와 한탕을 위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고추총각 선발대회” 를 이용하는 부분은 앞뒤가 잘 맞지 않더군요. 교도소 동기들을 크게 속여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야기가 구성상 필요했던 것 같지도 않고요. 물론 그 고추총각 선발대회 장면은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기대했던 치밀한 주영주의 사기행각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아서 아쉽더라고요.

헐리우드 영화였다면 교도소 동기들을 고추총각 선발대회에서 잘 떨쳐내고 자기 자신은 무사히 빠져나온 주영주가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마지막에 최희철이 찾아오는 것으로 무난하게 마무리 했을 것 같은데 이 영화는 같은 결말이지만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몇몇 장면을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선생 김봉두”가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선생 김봉두는 좀 이런 장면이 많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몇몇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특히 주영주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에서 잘 처리하며 뭔가 뭉클한 것을 전해 주더라고요. 이런 감동과 눈물의 연속들로 조금 마지막 부분이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장면들이 잘 구성될 수 있는게 한국 영화의 힘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좋은 영화였습니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따뜻한 테마로, 조폭이 나오지 않아도 코미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만에 보기드문 한국 영화랄까요? 요사이 한국영화가 잘 나가는 이유를 느끼게 해주는 여러 좋은 요소들이 많은 만큼 한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저도 용강에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PS : 이른바 멀티플렉스라는 곳에서 보았는데 중간중간에 타 상영관에서도 “태극기..”를 하고 있어서 이런 다른 영화들 볼 시간이 너무 애매하더군요. 이렇다면 대체 멀티플렉스가 무슨 의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