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들판에서의 유희 - 알렉산드라 마리니나 지음, 안정범 류필하 옮김/문학세계사 |
모스크바 경찰국 강력계 형사 아나스타샤 형사는 돌리나라는 지방의 요양소에 휴가와 요양을 겸해 머물게 된다. 그 도시는 마피아의 절대 권력 아래 매우 평화로왔지만, 몇 달 전 조직의 일원이 마까로프라는 이름만을 남긴 채 죽은 사건으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요양소에서 옆방에 머물고 있는 음악가 레기나 할머니와 영화를 제작하는 그의 제자 다미르를 알게 되고,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게임의 표적이 되지만 그들 중 한 명이 살해당한 뒤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그녀는 도시의 실질적 통치자 데니소프의 요청으로 사건 수사에 나서며, 영화를 찍기 위해 왔다가 영화의 내용이 살인사건과 관계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도망친 난쟁이와 창녀에 의해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드러내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읽어 본 러시아 추리소설. 이 작가 작품은 현재 러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러시아 국민 2명중 한명이 책을 읽었을 정도로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 소문은 익히 많이 들었지만 왠지 직접 구입해서 읽기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미루고 있었는데 자주 찾는 헌책방에서 싼 맛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제가 다른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그런데, 아마 아나스타샤 형사가 이 작가의 시리즈 캐릭터라 생각됩니다.
내용은 휴가 중에 스너프 필름 촬영과 그에 관련된 살인 사건에 우연히 휘말리게 된 형사가 그 지역의 유력자의 원조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릴러물로, 일단 주인공 아나스타샤 캐릭터가 꽤 마음에 드네요. 부모의 영향으로 5개국어를 하며 냉정하고 굉장히 분석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나 슈퍼맨은 아니고 나름의 고민과 아픔이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거든요. 러시아의 부패 상황, 경찰관도 뇌물을 먹이고 모든 부분에 있어 돈이 오가며 도시의 유력자는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는 설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현실감을 높여주는 것도 좋았던 부분이고요.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여기서 “낯선 들판”은 연고가 없는 낯선 도시, 그리고 “유희”는 사건을 둘러 싼 지적인 게임을 지칭하는데 제가 읽어본 추리소설 중에서도 베스트로 꼽을 만한 멋진 제목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나 아쉽게도 완성도가 높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이야기가 겉도는 느낌이 강해요. 치밀함 없이 이곳저곳 중구난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지막 몇 페이지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마무리도 약하고 시원한 맛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초반부의 흥미진진한 전개에 비해 마지막의 스너프 필름 조직의 우두머리를 밝혀 나가는 과정은 별다른 재미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흥미가 떨어지는 점, 범인만 밝혀내고 아무런 해결없이 끝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가명-본명을 밝히는 트릭은 역자가 해설에서 밝혔듯, 러시아에서는 굉장히 일반화된,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러한 트릭인 것 같은데 한국인 독자가 읽고 이해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어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책 앞 뒤에 실린 선전 문구처럼 멋진 소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범작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의 불모지같던 러시아의 추리소설이라는 특이한 책을 접하게 되어서 재미 이상의 만족감은 느껴지나 쉽게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그래도 미국이나 영국, 일본, 프랑스 이외의 다른 국가 추리소설들도 많이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읽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아요. 이런게 바로 행복한 고민이겠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