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 - 토모이 히츠지 지음, 김선숙 옮김/꼼지락 |
수프가게 시즈쿠의 점장 아사노가 아는 사람만 아는 아침 영업시간에 방문한 손님들의 고민, 수수께끼를 풀어준다는 일상계 추리물.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그렇게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일상계답게 대단한 사건이나 수수께끼가 등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어떤 에피소드는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에요. 덕분에 설득력은 높지만 대체로 시시합니다.
추리보다는 시즈쿠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수프에 대한 묘사가 더 볼거리입니다. 뭐 하나 빼 놓기 어려울 정도로 맛있는 수프들이 연이어 소개되거든요. 묘사도 빼어나서 군침을 돌게 만들고요. 단순한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추리와 연관되어 등장하는 수프도 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비너스는 알고 있다>>에 등장하는 클램차우더입니다. 시아니의 연인 호시노는 뉴욕에 유학했으며 토마토를 좋아한다는 여성이죠. 그러나 그녀가 본고장의 맛이라고 만들어 준 클램차우더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토마토를 넣어 만든 맨해튼 식이 아니라 크림을 넣은 보스턴 식이었습니다. 이 사소한 실수는 호시노의 거짓말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러나 다른 수프들은 그냥 배경 묘사에 그칩니다. 조금 과하다 싶은 만화적인 설정들도 - 천상의 맛을 선사하는 훈남이자 탐정 쉐프와 인형같은 딸이라니! - 감점 요소고요.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는 평균 이하이기에 전체 별점은 2점입니다. 그래도 후속권이 출간되면 읽어볼 생각입니다. 수프 묘사는 그만큼 독보적이니까요. 제가 수프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일상계 추리물을 좋아하시고 수프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각 에피소드별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거짓말쟁이 본 팜므>>
광고 회사 무료 책자 제작 부서에서 일하는 리에는 어느날 명품 화장품 파우치를 회사에서 분실한다. 동료 누군가가 가져간게 확실하지만 누구인지는 모르는 상황. 그런데 파우치를 누군가가 리에의 자리에 되돌려 놓은 뒤, 회사의 후배 하세베 이요로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을 받게 된다.
아는 사람만 아는 아침 영업시간이 있는 수프가게 시즈쿠의 아사노 점장과 딸 츠유, 종업원 신야 군, 그리고 무료 책자 제작 부서의 리에와 상사 콘노 후미코, 동료 이노 가츠오, 신입사원 하세베 이요라는 주요 등장인물과 주요 설정이 소개되는 첫 작품입니다. 회사에서의 갈등, 그로 인한 위통에 시달리는 리에의 고민을 아사노 점장이 해결해주다는 내용이죠.
추리적으로는 공정합니다. 아사노 점장에게 주어지는 단서는 독자와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안락의자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죠. 나이가 많은 후미코 편집장과 리에의 동료 이노가 연인 사이였다는 추리도 과감하면서도 그럴듯 합니다. 추리의 시발점이 되는게 프랑스 요리인 '혀가자미 본 팜므'라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본 팜므의 뜻인 '좋은 여성, 좋은 아내'라는 말 때문에 나이가 많은 후미코가 부담을 느끼고 결별을 통보한게 모든 사건의 원인이라는 거죠. 그 뒤 이노는 리에의 파우치를 후미코의 것으로 착각하고 가져갔다가 돌려 놓았는데, 돌려 놓는 모습을 본 하세베 이요가 리에를 질투하여 미워했던 것 - 이요는 이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 입니다. 이 모든 건 독자에게도 이미 공개된 여러가지 정보와 단서 - 후미코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 후미코가 리에의 파우치에 관심을 가졌다 등 -를 통해 뒷받침되고요.
이 정도면 시리즈의 첫 시작으로 기대와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비너스는 알고 있다>>
하세베 이요는 대학 시절 동경했던 선배 시이나의 실연을 위로해주기 위해 그에게 수프가게 시즈쿠를 소개해준다. 시이나는 연인 호시노가 급작스럽게 종적을 감춘 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실의에 빠진 상태였다.이요는 어떻게든 시이나의 기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전편에서 등장했던 리에의 후배 하세베 이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추리적으로는 별 볼일 없는 범작입니다. 시이나의 결벽증에 가까운 여성관에 캬바쿠라에서 일한 과거가 있는 듯한 호시노 묘사가 덧붙여지면 진상이 너무 뻔하니까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단서의 제공도 지나치게 정직합니다. 앞서 요약 소개에서 말씀드렸던 클램차우더 수프와 호시노의 정체를 연결하는 전개는 좋지만 다른 부분은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은 없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후쿠짱의 다이어트 분투기>>
하세베 이요의 친척 후쿠짱 미츠바의 다이어트 과정이 펼쳐지는 내용.
후쿠짱의 몸이 이상하다는건 독자들 모두 알 수 있어서 추리적인 매력은 거의 없습니다. 섭식장애로 38kg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반전은 꽤 충격적이나 이를 화장실 냄새 (구토 탓)와 구토 시 위산으로 노래진 차아라는 단서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손등에 난 상처는 단서라고 할 수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아사노는 미츠바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독자는 이를 확인할 수 없기에 공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후쿠 짱에게 계속 음식을 선물하는 지인들과 후쿠짱의 가족, 특히 동생 가나코와의 갈등에 대한 반전도 딱히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작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그냥저냥한, 평균 이하의 이야기였습니다.
<<날이 저물 때까지 기다려>>
리에는 시즈쿠에서 아침을 먹다가 반지 도둑으로 몰린다. 결혼 전 밤새 놀고 가게를 방문한 3인조 중 반지의 주인 린이 화장실을 사용한 직후 화장실에 들어갔기 때문. 그러나 진범은 린의 친구 유리노였다.
범인 유리노가 원추리 꽃에 반지를 숨겼다는 건 너무 뻔해서 추리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기도 불분명하고요. 그래도 딱 한가지, 유리노의 신발에 라유가 튄 게 단서가 된다는건 볼만했습니다. 그녀가 신발을 닦기위해 허리를 굽혔으며 덕분에 바닥에 떨어진 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추리로 이어지는데 상당히 설득력있었거든요.
그러나 반지를 숨긴 동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건 문제에요. 행복해 보이는 친구를 질투했다는데 영 별로였습니다. 사건 직전에 세 명의 친구들이 만나서 밤새 놀았다는 설정이 있으니까요. 보통 이런 경우, 함께 놀더라도 밤을 세울 리는 없잖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나를 못 본채 하지마>>
현재 : 리에는 쇼핑 중 츠유가 엄마를 만나는걸 목격하고 뒤를 쫓는다. 츠유의 엄마는 죽었다고 들었기 때문. 츠유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휴댚ㄴ으로 누군가 통화하는 걸 보고 시즈쿠를 찾아 아사노 점장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과거 : 순경 아사노 시즈쿠는 아름다운 소녀와 그녀의 엄마라는 유즈키 아사코를 우연히 만난다. 그녀는 소녀가 여러모로 위태위태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을 쏟게 된다.
현재와 과거의 아사노 가족에 대한 두 편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됩니다. 현재는 아사노의 딸 츠유가 왜 '엄마'라고 부르는 여자와 함께 다니는지에 대한 이야기, 과거는 아사노 순경과 한 소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죠.
추리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가 볼만합니다. 츠유가 만난건 엄마가 아닌데, 그 여자는 츠유의 엄마인 척 한다는 수수께끼를 정말 몇 안되는 주어진 단서로 풀어내는게 꽤 그럴듯하거든요. 진상은 그녀는 츠유의 친구 렌카의 엄마였다는 것입니다. 렌카를 꼬드겨 현금카드를 빼돌릴려고 했던건데 정작 자기 딸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일이 언제인지,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모두 까먹었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있음직하다 싶어서 와 닿았습니다.
그러나 아사노 점장의 과거를 다룬 과거 이야기는 별로입니다. 소녀가 사실은 소년이었다는 반전은 기발하기는 하지만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 관계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아서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보여요. 소년 아키라가 아사노 순경과 10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다는 전개는 진짜 난데없더군요. 제일 첫 에피소드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랑'과 연결되기는 하는데 그렇게 공감가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그냥 이 이야기는 빼고 리에가 아사노에게 품은 연심을 확인한다는 정도로 끝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