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2 - |
이 수수께끼를 자신들의 즐거움으로 즐기던 이상 동호회 회원 건희와 덕희는 현재까지 활동하는 미지의 조직에게 쫓겨가며 점차 진실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는데...
예전에 영화화도 되었던 히트작이지요. 영화는 워낙 평이 엄청나서 보지는 않았지만, '책은 괜찮더라...'는 말을 들어왔던 차에, 가끔 들르는 헌책방에서 권당 천원에 팔길래(합이 2천원!) 냉큼 집어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물론 이상이라는 천재 시인의 수수께끼 같은 시를 소재로 상상력을 발휘한건 좋았어요. 일제시대때의 쇠말뚝 등의 현재진행형 이슈를 도입한 설정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요.
문제는 전체적으로 너무 싸구려티가 난다는 겁니다. 소설 쓰기의 기본이 부족한 인터넷 소설 습작 수준이에요. 긴박감없는 전개탓에 좋은 설정이 다 묻혀버렸습니다. 캐릭터, 장면 장면도 모두 전부 어디에서 본 듯 하고요.
게다가 이상의 시를 해석하는 가장 중요한 암호 트릭이 너무나 지루하고 따분했습니다. 과학적인 설명이나 이론적인 해설은 전혀 없이, 두 주인공의 상상에만 의존하는 것도 모자라, 아무런 근거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1행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 조선총독부를 의미한다"는 한줄로 모든걸 해결해버리는건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비밀 장소가 "국립중앙 박물관"이라는 것을 밝히는 제 1행의 해석부터가 이렇게 설득력이 없으니 더이상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결과적으로 이 두 젊은 작가의 상상력은 아이디어와 설정까지였을 뿐, 그것을 넘어서는 그 어떤 것도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구태여 평점을 매기자면 아이디어 및 설정 4점 / 나머지 모든 부분 0점!) 무덤에 누운 이상이 벌떡 일어나 분노에 찬 저주를 퍼부을 만한 작품으로, 별점은 0.5점입니다. 2000원이라는 돈 조차 아까운 책입니다. 보시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거저 드리겠습니다.
각본을 좀 더 괜찮게 수정했다면 그나마 영화적으로는 괜찮았을 소재인데 어떻게 이 책이 영화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지 그것부터 알 수 없네요.
PS : 아울러 페이지를 좀 빼곡히 쓰고 글줄을 조금만 더 붙여도 충분히 한권으로 만들 수 있는 책을 2권으로 만든 출판사의 가증스러움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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