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4/10/24

역설의 일본사 - 역설의 한일 고대사 - 이자와 모토히코 : 별점 2.5점

역설의 일본사 - 6점
이자와 모토히코/고려원(고려원미디어)

모처럼 색다른 책을 한권 읽어 보았습니다. 별 생각없이 집에 있길래 읽기 시작했는데 서론부분에서부터 기존 일본 역사학계의 왜곡된 권위주위와 사료 지상주의, 그리고 주술적 측면의 무시와 경시를 비판하면서 나름대로 새로운 논리를 펼쳐 일본의 고대사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제 1장 "고대 일본 열도인 편"에서는 왜라는 국호에 관련된 설과 자신의 이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고대 일본인들이 군락을 환(와)이라 칭하였고 외국인들이 당신들의 국명이 뭐냐고 물어보자 그냥 환(와)이라고 대답한 것이 굳어졌다는 가설인데 이른바 "캥거루" 이론과 좀 비슷하군요.

제 2장 "오쿠니누시노미코토 편"에서는 아마테라스라는 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고대 신화를 잘 모르기에 그다지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긴 합니다.

제 3장 "히미코"편은 고대 야마타이국의 여왕 히미코의 죽음에 대한 내용을 여러 사료를 통한 대담한 가설로 추론하고 있습니다. 고대 천문학에 따라 서기 248년에 개기 일식이 있었으며 때문에 태양신 아마테라스와 동일하게 여겨졌던 히미코의 신성에 의문이 생기고 그래서 구나국과의 전쟁에서 참패하게 되어 살해당했다... 라는 가설입니다. 여러 사료와 증거로 자신의 이론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서 전체 내용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으면서도 독자에게 일종의 지적 흥분을 가져다 주는 곳이 많아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입니다.

제 4장 "진구 황후"편도 고대 역사에서 삼한 정벌을 했다고 하여 유명한 진구 황후의 사료를 파헤쳐서 이른바 "만세일계"라는 일본 천황가의 계보가 사실은 고대에 바뀐 적이 있으며 진구 황후와 그의 아들 오진 천황이 이 바뀐 천황가의 시조이기 때문에 날조된 역사라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뒷받침 되는 증거가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에는 빈약하다 생각되네요.

제 5장 "천황릉과 한반도"편은 천황가가 한반도에서 이주했다는 사실을 저자가 인정하고 기술하고 있지만 우리가 역사적으로 식민사관의 날조로 보는 "임나일본부"를 적극 수용하고 있어서 공평한 시각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한일 양국의 인식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가 화합하기 위해 밝혀낼 것은 빨리 밝혀내자... 라는 논리로 천황가의 천황릉 발굴 금지에 관한 비판과 더불어 한국의 차별적인 시각에 대한 비판도 전개하고 있는데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독자의 조금은 선별적인 시각이 요구되기도 하네요.

물론 시각이 독특할 뿐, 역사학자가 쓴 것은 아니라서 그 사료나 가설의 정당성에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 허나 대담한 가설과 글을 전개해 가는 논리는 나름대로 타당하여 제법 괜찮은 재미를 전해주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 조금 독특한 시각의 역사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나저나... 일본의 고대사에 대한 기존 가설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저같은 외국인(?)에게야 그냥 저냥 평범한 책이지만, 일본 본토에서의 반응이 어땠을지는 약간 궁금하기는 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