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온사나이 - 켄 폴레트/서지원 |
1914년 영국의 귀족원 의원 월든 백작은 급작스러운 윈스턴 처칠의 방문을 받는다. 처칠의 방문 목적은 군비를 확충 중인 독일의 위협에 대비해 러시아와의 동맹을 수립해야 한다는 밀명. 때문에 백작은 처조카이자 러시아 짜르의 조카이고 해군 제독인 알렉스와의 회담을 준비한다.
한편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펠릭스는 이 회담의 정보를 입수한 뒤, 알렉스를 암살하여 무고한 러시아 민중의 전쟁 참여를 막고자 영국으로 출발하게 된다...
영화로도 유명한 첩보물 "바늘구멍"의 원작자 켄 폴레트의 역사 첩보 스릴러. 1차대전 직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여 무정부주의자의 암살 계획을 그린 작품입니다.
일단 느낀 점은 바늘구멍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과연 같은 작가의 작품다왔달까요. 적대국의 스파이이자 악당인 주인공이 주변 여성(?)의 도움으로 수차례의 도주 끝에 임무에 성공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한다는 - 바늘구멍은 최후의 순간에 실패하고 죽어버리긴 했지만 - 설정은 거의 판박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영국 귀족에 대한 세부 묘사 (파티나 체면을 위한 여러 의식 등)가 굉장히 디테일하며 무정부주의자들의 활동, 권총 및 직접 제작하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한 암살 계획 및 발각된 펠릭스의 수차례에 걸친 탈주극, 실존인물과 실제 역사적 사건들이 등장하는 전개 (특히나 처칠의 악역스러운 묘사!) 등 흥미진진한 소재가 넘쳐나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타락하고 아무 생각 없는, 자신밖에 모르는 영국과 러시아 귀족들보다는 무정부주의자의 편을 들고 싶어지는 전개가 인상적이에요. 펠릭스는 악역처럼 묘사되고는 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일종의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죠. 때문에 집념의 암살 계획은 성공하지만 아무 소득없이 끝나버린다는 결말은 굉장히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에 집착한 듯한 불필요한 성적 묘사가 대표적이죠.
또 월든 백작의 딸 샬롯의 지나친 정치 참여 의식 또한 전혀 설득력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펠릭스와 리디아, 그리고 샬롯과의 관계는 굉장히 중요한 극적 장치이긴 하지만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솔직히 설득력있는 설정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재미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읽은 비슷한 소재였던 쥘 베르느의 "황제의 밀사" 쪽이 저는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황제의 밀사"나 다시 구해서 읽어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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