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4/10/11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유키사다 이사오 : 별점 1.5점

결혼을 앞두고 있는 리츠코 (시바사키 코우)는 어느날 이삿짐 속에서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발견하고는 약혼자인 사쿠타로(오사와 다카오)에게 짧은 편지 한 장만을 남겨두고 사라져버린다. 리츠코의 행선지가 '시코쿠'라는 것을 알고 그녀의 뒤를 쫓는 사쿠타로. 하지만 그곳은 사쿠타로의 고향이자, 첫사랑 아키와의 추억이 잠들어있는 곳이다.

17년전, 1986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사쿠는 얼굴도 예쁘고, 우등생에 스포츠까지 만능이자 모든 남학생들이 동경하던 아키와 하교 길에 마주친다. 천연덕스럽게 사쿠의 스쿠터에 올라탄 아키는 이후 사쿠와 함께 라디오 심야방송에 응모엽서를 보내고, 워크맨으로 음성편지를 주고받는 등 투명한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단둘이 처음으로 무인도 "유메지마(꿈의 섬)"에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갑자기 아키가 쓰러진다. 병원에 입원한 아키는 그녀 특유의 밝음을 잃지 않고, 사쿠는 그런 그녀의 곁에서 애정을 듬뿍 쏟아주지만, 아키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현실과 직면하게 된 사쿠는 아키를 위해 세상의 중심이라 불리는 호주의 울룰루(에어즈 락)에 그녀를 데려가기로 마음 먹고 병원을 몰래 빠져 나오지만, 태풍에 발이 묶여 비행기를 타지도 못한 채 아키는 공항 로비에서 쓰러진다.

리츠코를 찾으러 떠났지만 어느덧 자신의 추억 속에 빠져들어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쉬는 아키를 만난 성인 사쿠타로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과거를 쫓고있던 리츠코. 마침내 두 사람은 추억 저편 한구석에 숨겨져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 곳에서 오래전 전달되지 못했던 아키의 마지막 음성편지가 십여 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사쿠타로에게 도착하는데...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화제작이자 흥행작이었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어제 이글루 이벤트에 당첨되어 공짜 예매권으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가을에는 역시 멜로드라마가 좋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고 흥행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도 끝난 상태, 예고편도 꽤 마음에 들었었고 거기에 일본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제 생각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다지 촬영이 뛰어나거나 화면이 섬세한 것도 아니고 기대했던 86년 당시의 복고적인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장면도 거의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국내 TV 단막극 "베스트극장" 수준의 영화로 보여지네요.

각본도 조금은 엉성하여 리츠코가 애초에 사쿠와 아키의 메신저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좀 더 포장하여 재미를 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 표현이 너무나 밋밋하여 조금 아쉽고요, 아키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보다 눈물을 쥐어짜는 최루성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속 시원했을텐데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서 차이때문인지 담담하게만 표현된 부분이 많더군요. 지나친 신파에는 물론 거부감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심심하게 표현될 줄은 몰랐네요.

거기에 "백혈병" 이라니.... 70년대 러브스토리 이후 멜로 드라마의 전형을 만들려는 의도인진 모르겠지만 설정이 너무 얄팍하잖아요? 카세트 테이프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설정 역시 "편지"같은 영화에 비스무레하게 많이 등장한것이고.... 거기에 영화는 또 왜 이렇게 우라지게 긴거야?

물론 아키와 사쿠의 고교시대 장면들은 제법 재미있는 장면이 몇개 나오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음악도 좋지만 딱 거기까지인 영화입니다. 이 정도야 위에 말한대로 "베스트극장" 수준이겠죠. 별점은 1.5점입니다.

대 히트작을 혹평하자니 일본의 700만명이라는 사람들이 조금 걸리는군요. 제가 나이가 들어 감성이 무뎌진 탓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시대인 80~90년대 초반을 중심으로 표현한 영화 치고도 상당히 재미없었습니다. 차라리 우리영화 "품행제로"가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제 주변에 졸던 사람 상당히 많더군요. 비슷한 또래일까나....)

하여간 공짜가 아니였으면 조금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이 슌지급의 감성을 기대한 내가 잘못인가?

PS : 주제가인 "눈을 감고" (by 히라이 켄)는 좋아하는 곡이지만 정말 영화의 "엔딩곡"으로만 쓰여서 역시 실망...

PS 2: 주요 캐스팅도 아키를 빼고는 전부 실망... 특히나 여자친구는 남자 주인공이 너무 못생겨서 감정이입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

PS 3: 사쿠가 심야방송 라디오를 듣는 화면에 아다치의 "미유키" 표지가 잡히더군요. 주 매개체인 "테이프"를 제외하고는 역시 80년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소품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