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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9

800만가지 죽는 방법 - 로렌스 블록 / 김미옥 : 별점 2.5점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6점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황금가지

과거 형사였던 매튜 스커더는 실수로 소녀를 사살한 이후 가족과 직업을 잃고 하루하루 자격조차 없는 탐정일로 연명한다.
알콜 중독 증세가 심해 술을 끊으려고 노력하던 중 창녀 킴 다키넨으로부터 포주 챈스에게 창녀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메시지를 대신 전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뉴욕을 뒤지고 가지고 있는 모든 연줄을 동원해서 챈스와 만난 매튜는 그에게 킴의 메시지를 전하고, 챈스는 순순히 허락하여 의뢰는 끝나지만 킴이 호텔에서 전신을 난자당한 시체로 발견된 후, 킴의 요구를 알게된 경찰에 의해 챈스는 용의자로 몰린다.
챈스로부터 진범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매튜는 금주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과 사건의 해결을 위한 수사를 병행하나 챈스 휘하의 다른 창녀 서니가 자살하고 쿠키라는 호모마저 난자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좋다는 평판이 너무나 자자해서 도저히 읽지 않을 수 없었던 로렌스 블록의 작품. 알콜 중독자 탐정 매튜 스커더가 등장하는 무려 480여페이지에 이르는 대장편입니다.

일단, 로렌스 블록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려주네요. 길기도 하고 묘사도 장황하지만 내용이 잘 짜여져 있는 편이라 많은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분량에 비한다면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내용 역시 크게 복잡하거나 대단한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잘 짜여져 있는 이야기가 취향이라 반갑기도 했고요.
또한 추리적으로는 하드보일드치고는 상당히 본격물에 가까울 정도로 공정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탐정이 갑자기 한방에 진상을 꿰뚫는 하드보일드 특유의 전개를 갖추고는 있으나 복선과 정보가 잘 짜여져 있어서 진상에 이르는 과정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거든요.

그 외에도 제목처럼 너무나 다양한 죽음의 방식이 존재하는 뉴욕을 그려낸 묘사는 최고 수준이며 탐정역의 매튜 스커더도 일반적인 마쵸 타입의 하드보일드 탐정과 다르게 인간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말랑말랑, 나쁘게 말하면 구질구질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독특한 캐릭터에요. (지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흑인 포주 챈스가 더 제 취향이긴 했습니다. 굉장히 쿨~한 모습이 딱이에요)

하지만 진상이 드러나는 마지막 30페이지를 제외한 4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앞부분은 추리적으로는 불필요한 묘사나 설명, 이야기가 많아 약간 지루한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매튜 스커더의 알콜 중독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과 인간적인 모습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한 탓에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순문학 작품이라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추리 소설"로는 읽기전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보기는 어렵기에 감점합니다. 좀 더 압축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덧 : 포와로 님의 포스트를 보면 영화가 있던데 조사해 보니 제프 브리지스가 매튜 스커더로 나오네요. 아무리 각본이 올리버 스톤이라도 이 소설을 영화화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쟝르에 "액션"이 생뚱맞게 끼어있는 만큼 억지로 구해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포스터는 정말 압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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