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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챔피언 시저의 죽음 (Some Buried Caesar) - 렉스 스타우트 / 이춘열 : 별점 4점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지음, 이춘열 옮김/시공사

뉴욕에서 열리는 난초 박람회 출품차 여행 중이었던 네로 울프와 조수 아치 굿윈. 그들은 우연히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그 곳에서 거대한 수소 "시저"의 공격을 받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시저의 주인인 식당업자 프랫의 도움과 함께 그 수소가 전설적인 종우 챔피언이라는 것, 그리고 프랫이 그 챔피언을 거금을 주고 구입해서 바베큐 파티를 열 예정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마침 방문했던 목축업자들이 이 계획을 저지하려고 하나 실패한 직후, 프랫의 지역 라이벌인 오스굿의 아들 클라이드가 나타나 프랫에게 바베큐 파티가 실패할 거라며 내기를 걸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시저 근처에서 클라이드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네로 울프는 클라이드의 아버지 프레더릭 오스굿의 의뢰로 사건 조사에 나섰다. 주요 증인 중 한명인 브론슨 마저 살해된 뒤 아치 굿윈마저 수사 방해의 혐의를 쓰고 유치장에 갇히고 마는데...


렉스 스타우트의 전설적 탐정 네로 울프가 등장하는 장편. 아주 예전 학생시절 도서관에서 읽고 난 후 구하려 했으나 시그마북스가 절판되는 바람에 포기했었는데 우연찮게 구하게 되어 무척 반가왔던 작품입니다. 이거 참 얼마나 옛날에 읽었는지 시저가 말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소더군요. 약간 황당...

네로 울프 시리즈는 개인적으로는 작품에서 풍기는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좋아서 "독사"와 "요리사가 너무 많다" 는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두 작품 모두 명성에 비한다면 좀 지루한 점이 있었죠.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러한 선입견을 깨 주는 작품입니다.
일단 황금기 시절의 정통 추리소설에 걸맞는 수준의 추리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그리고 살인 사건에 따른 추론을 네로 울프가 제대로, 그것도 공정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이야기 전개에서도 2개의 살인사건의 연관성과 각종 복선의 교묘한 조합을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결말부분에서의 네로 울프의 약간의 사기행각은 조금 반칙으로 보이긴 하지만 독자까지 놀래키는 다른 깜짝쇼 작품들과는 다르게 시종일관 네로울프의 확고한 추론을 바탕으로 행해지고 있으므로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되고요.

무엇보다도 추리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명탐정 네로 울프의 진가를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거구에 움직임을 극도로 싫어하고 잘난척으로 똘똘 뭉친 미식가 천재, 거기에 난 애호가로서의 설정까지 한번에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치 굿윈이라는 추리사에 길이 남을 독특한 조수의 활약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유머가 넘치면서도 임기응변에 능한, 그리고 액션에도 일가견이 있는 아치의 매력이 여러모로 잘 드러나고 있으며, 덕분에 네로 울프가 제가 싫어하는 잘난척 탐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점이 유머로 포장, 순화되어 전달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시그마 북스의 장점인 좋은 번역 덕분에 유머러스한 본편의 대사와 상황을 잘 풀어내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사실 앞서 이야기한 "독사"와 "요리사가 너무 많다"의 지루함은 번역 문제도 분명 있다고 보여지거든요. 정말로 번역은 제 2의 창작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여러가지 면에서 앞서의 두 작품 ("독사", "요리사가 너무 많다")만 읽고 실망한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작품입니다. 저 두 작품보다야 구하기가 훨씬 어렵긴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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