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폐하 율리시즈호 - 알리스테어 매클린 지음, 허문순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최신예 레이더를 갖춘 영국 최신예 전함 율리시즈 호는 선상 난동까지 겪은 무리한 항해 끝에 막 귀환한 상태. 하지만 영국 해군은 율리시즈호를 기함으로 하여 소련에 제공할 무기 및 연료를 실은 수송 선단을 편성하여 부동항 무르만스크로 보내는 작전을 시작하고, 나치의 U보트와 폭격기, 살인적인 추위와 엄청난 폭풍 등, 선단을 이끄는 영국 순양함 율리시즈호는 쉴새없이 다가오는 위기에 맞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서서히 선단과 율리시즈호의 힘은 소모되어 간다.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데뷰작이자 대표작입니다. 유명 미스터리 목록에도 잭 히긴스의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리다"와 함께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밀리터리 물로 개인적으로 추리나 스릴러물 쪽 쟝르물로 보지는 않지만, 이 작품 역시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용은 한마디로 최신예 전함 율리시즈가 기함인 소련 지원 수송선단의 항해기록입니다. 극심한 피로와 추위, 그리고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독일군 U-보트와 항공단의 습격, 한척씩 침몰해서 사라져 가는 함선들...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고 그야말로 손 닿을 것 처럼 그려져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전우애, 인간관계 등을 자세하게,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는 전쟁 문학 작품의 고전이라 할 수 있겠네요.
다른 전쟁 문학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영국군, 그것도 "율리시즈호"라는 전함 내부에서의 시각과 묘사만 보여줌으로써 현실감을 높이고 보다 작품에 몰입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른 영국군은 거의 등장하지도 않으며 독일군은 대사 한마디 나오지 않는 그야말로 "습격자"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점이 무척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불행한 결말로 끝나긴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속해있는 인간들은 결국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결국 승리자는 독일군도, 영국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섬나라 왜놈들 같은 마지막 특공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리 북극해의 바다에서의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선원들을 전부 태운채로 전속 돌진 특공이라니.... 감동과 허무를 동시에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잘 알겠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위험한 발상에다가 왠지 "우주전함 야마도" 필이 조금 나기도 하고 오바스럽기도 해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자연스럽게 침몰하듯 묘사하는게 더 나았으리라 보이는데 말이죠... 거기에 약간 신파조의 연출도 있고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복잡한 감도 들기도 합니다. 또 동서 미스터리 북스의 번역이 좀 이상해서 문맥적으로 어려운 듯한 느낌이 강했는데 보다 현실감있는 묘사와 실제 군 내부에서 오갈 수 있는 대화들로 한번 정도 교정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단점으로 별점은 2.5점. 그래도 전쟁 문학의 고전으로서 가치는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이제 알리스테어 맥클린의 국내 출간 작품은 거진 다 읽은 것 같아 후련합니다. 그래봤자 3편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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