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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8

웰컴 투 동막골 - 박광현 : 별점 4점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때, 외딴 산속 깊은곳에 추락한 P-47D 미 전투기 조종사인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를 근처의 마을 동막골의 주민들이 그를 구해준 후 정성으로 돌봐준다. 한편 동막골에 살고있는 여일(강혜정)은 우연히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동막골로 데리고 온는데 바로 그 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신하균)과 문상상 일행이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 오게 되면서 양측 진영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하지만 대치중 실수로 떨어트린 수류탄이 마을 곳간을 날려버리고, 인민군과 국군은 어쩔 수 없이 곳간을 다시 채워주기 위한 기간동안 동막골에 머물게 되면서 전쟁도 모르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동막골의 순진한 사람들과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 그러나 동막골에 추락한 미군기가 적군에 의해 폭격됐다고 오인한 연합군은 주요 요충지 선상에 있는 동막골을 집중 폭격하기로 결정하고 스미스 구출대를 먼저 파견하지만 구출대와 어쩔 수 없는 교전 끝에 생포한 포로에게서 폭격 계획을 들은 3국의 연합군(?)은 폭격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한다....

6.25 전쟁때의 한국군과 북한군, 거기에 연합군까지 모이게 되는 상황이 영화의 주 내용인데 전쟁영화에서 이렇게 적대하는 양 진영이 하나로 화합하는 내용은 사실 2차대전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던 소재죠. 독일군-미군이 하나가 되는 영화도 있었고 미군-일본군이 하나가 되는 영화도 본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동막골"이라는 유토피아를 위해 양 진영이 마지막에 "하나"가 된다는 것이 차이점인 것 같네요. 그만큼 "동막골"이라는 공간이 누구나 이념을 버리고 하나가 되는 과정이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로 너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뭐 환타지이자 동화스러운 설정이긴 합니다만 잘 표현된 덕에 설득력도 강해요.

덧붙여 촬영과 배경, 전개에 관한 모든 것이 디테일이 굉장히 좋습니다. 동막골 사람들이 등불로 쓰는 탈바가지(?)에서 시작해서 아담한 동막골의 모든 요소요소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요. 신하균 이 친구 최근에 부진하더니만 꽤 괜찮은 역할로 부활하네요. 임하룡의 연기도 이젠 완전 정극배우로서 물이 오른 것 같고 광녀역의 강혜정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 조연들, 특히 동구역의 꼬마 등도 그 인물 자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으로 영화를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원래는 장진감독이 각본을 쓴 연극이라죠? 그래서인지 대사들도 감칠맛있고 상황설정도 유머러스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역시 영화를 환타지-동화 스러운 분위기로 끌고 가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고요.

하지만 마지막에 동막골을 찾아온 연합군 구조대를 사살하고 연합군 폭격대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장면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결국 유토피아와 하나가 될 수 있던 그들이 손에 피를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왜 필요했을까요? 폭격에 대한 정보만 입수해서 어떻게든 폭격 지점을 바꾸기 위한 노력 정도만 살짝 보여주고, 아름다운 작전의 성공 후에 미소짓는 와중에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전환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막판에 너무 피가 난무해 버려서 환타지, 동화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깨져버린 듯 싶네요.

그래도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편의 동화로서 말이죠. 전쟁 영화들 특유의 적나라한 묘사보다는 따뜻하고 유머스러운 묘사가 넘쳐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는 최고였어요. 별점은 4점입니다.

PS :그런데 마지막 에필로그, 저는 왜 "죽이지 않았나?"에 대한 설명이 한번 나와줄 줄 알았는데 머리에 꽃을 꽂아주는 에피소드만 표현되더군요. 무슨 의도 였는지 약간 궁금하기도 한데, 사족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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