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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 오사키 고즈에 / 서혜영 : 별점 3점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 6점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다산책방

세후도 서점 사건메모 시리즈 제 1작으로 출간된 서점을 주무대로 한 일상계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입니다.

일단 작가가 실제 서점근무를 오래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서점과 책에 관련된 이야기의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것, 그리고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제가 이런 디테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탐정역은 고참 서점직원인 교코와 아르바이트생 다에의 2인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코가 서점 근무 경력을 잘 살려 여러가지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실제 추리는 다에가 담당하는 구조로 둘의 협력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내용도 5편의 작품 대부분이 일상계 작품이라는 테마를 잘 살리고 서점의 디테일과 결합한 소품과 같은 귀여운 이야기들이라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때 읽으면 좋을 치유계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책의 특성상 맨 뒷부분에 부록처럼 실제 서점 직원들의 좌담회가 실려있는 것도 무척 좋더군요. 아이디어도 좋지만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일상성이 강조되고 서점이라는 공간이 강조된 나머지 추리물로서 성립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재미하나는 빠지는 책이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물을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분들, 특히 여성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기에는 정말이 최고라 생각합니다.^^ 책도 너무 이쁘게 잘 나왔어요! 작품을 만화화한 구제 반코의 작품도 꼭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손님과 서점 직원과의 해프닝이 이야기의 주 소재들인데 이렇게 대형 서점에서 직원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출판 시장이 부럽기만 하네요. 저도 근처에 세후도 서점처럼 인간냄새 나면서도 친절한 직원들로 가득한 서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단골이 되고 싶습니다...


1. 판다는 속삭인다 :
한 손님이 교코에게 자신이 아는 경증 치매노인이 원하는 책 3권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노인은 치매가 있어서인지 알 수 없는 말로 책을 요청했는데 교코와 세후도 서점 직원들은 그 수수께끼를 결국 풀지못하고 다른 책을 권해주죠. 그 뒤에 니시오카라는 손님은 그 책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다시금 암호같은 말로 책을 찾아달라고 합니다...
일종의 암호트릭물입니다. 노인이 말하는 엉뚱한 대사가 가르키는 대상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서점 근무 경력을 드러내는 굉장히 효과적인 트릭이었으며, 이 책들이 나타내는 메시지 역시 굉장히 잘 짜여져 있어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좋은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트릭이 거창하거나 웅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2.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
세후도 서점에 어느날 기타가와라는 여성이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 사와마츠씨가 갑자기 연락이 끊겨 어머니의 단골이었던 세후도서점에 방문한 것. 마침 사와마츠씨가 실종전에 구입한 것은 한권의 만화책이었다...
한권의 만화책으로 20년 전의 기억과 자취를 떠올린다는 내용인데 작중에 만요슈와 겐지이야기를 잘 녹여내어 부드럽게 접근하는 작가의 솜씨는 놀랍지만 솔직히 추리물이라고 보기는좀 힘들더군요. 여성취향이 물씬 나는 미스터리가 믹스된 단편이라 보는게 맞을것 같아요.

3. 배달 빨간 모자
세후도 서점 근처 상점가에 있는 미용실 노엘에서 손님의 몰래카메라 사진이 발견되는 대형 사고가 터진다. 그 사진인 세후도 서점이 공급하는 정기구독 잡지 안에 들어있었기에, 노엘 점장의 친구인 미남 이발소 바버 K의 점장 "킹"이 세후도 서점을 찾아와 관련된 내용을 문의한다. 마침 당시 구독 잡지를 배달하던 세후도 서점의 아르바이트생인 미소녀 히로미 양이 배달을 나갔다가 사고가 나 다치게 되는 사건이 겹치는데...
사소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 정통(!) 일상계추리물입니다. 대단한 트릭은 없지만 몇가지 단서를 토대로 추리를 펼쳐나가는 교코와 다에 컴비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수작이죠. 결국 히로미양의 이야기가 모든 단서를 제공한다는 결정적인 약점은 있지만 단편적인 단서를 이야기와 잘 엮어놓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이른바 "배달 빨간 모자" 캐릭터인 히로미양도 귀엽고요^^ 추리도 괜찮고 나름의 액션과 긴장감도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 만화로도 꼭 보고 싶어지네요.

4. 여섯번째 메시지
가와다 나호코라는 여성이 세후도 서점에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입원 중에 읽을 책을 골라준 점원을 찾고 있던 것. 그러나 그녀에게 책을 추천한 점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굉장히 간단한 소품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주 소재로 쓰이고 있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작품은 총 5권으로 하야시 간지의 "하늘 여행", 가와이의 "산책 - 시골 꽃", 이케다 아키코의 "다얀의 스케치 교실", 아사다 지로의 "다미코", 마지막으로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서로 연관성 없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누가 어떻게 추천했는지를 간단한 추리로 풀어내고 있죠. 물론 이런 추리가 없었더라도 실제 누가 책을 추천했는지를 찾아내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추리물로 보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여성분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감성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다얀의 스케치 교실"은 저도 사고 싶어지는데 이거 큰일이네요...^^

5. 디스플레이 리플레이
출판사가 주최하는 디스플레이 콘테스트에 세후도 서점도 응모하기로 한다. 디스플레이 주체는 아르바이트생 유키. 교코가 담당하는 인기만화 "트로피컬"의 디스플레이라 교코도 적극 협조한다. 그리하여 디스플레이는 멋지게 완성되지만 어느날 그 디스플레이가 심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인기만화와 그 작품의 표절논란이라는 소재의 이야기인데 추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모두 공감하기 힘든, 이 단편집의 워스트로 꼽고싶은 작품입니다. 일단 추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실질적 증거나 단서를 토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추리적으로 점수를 주기 어려우며 이야기 자체도 별로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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