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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3

디스트릭트9 - 네일 블롬캠프 : 별점 3점


인터넷상의 엄청난 호평 때문에 보게된 영화입니다.

그런데 넘치는 대단한 호평이 개인적으로 썩 납득이 가지는 않더군요. 서로 다른 종족(?), 그것도 주종족에게 굉장히 천대받는 종족을 박해하는 최일선에 서 있는 인물이 서서히 천대받는 종족으로 변해가며 자기 자신도 변해간다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쎄고 쎈 이야기라 생각되거든요.
탈출한 안드로이드를 잡아죽이는 킬러가 스스로가 안드로이드임을 알게되고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라던가, 게이를 박해하던 마초가 스스로의 성 정체성에 눈뜨며 자기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된 후 다른 마초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다는 이야기라던가, 흑인을 박해하던 인종차별주의자가 자기 자신의 핏줄에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게되는 이야기라던가... 경성탐정록 식으로 변주하면 조선인을 박해하던 일본인 지주의 젊은 아들이 자기가 조선인 하녀에게서 태어난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된다고 바꿀 수도 있겠네요.
어쨌건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흔하디흔한 이야기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롭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워요.

물론 마지막 외계인 크리스토퍼가 탈출하며 과연 돌아올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라는 문제와 외계인으로 변한 비커스가 사랑을 잃지 않는다는 여운의 결말은 충분히 인상적이며, 극단적 이기주의자에 가까운 비커스가 막판에 거의 "히어로" 급으로 거듭나게 되는 극적인 장면과 더불어 펼쳐지는 액션은 굉장히 화려해서 볼거리가 많은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 이 마지막 액션씬에서 펼쳐지는 헐리우드영화에서 보기 드문 파워드 슈츠(?)액션과 고어에 가까운 폭죽쇼는 확실히 재미있었어요. 헐리우드스럽지 않은 전개와 촬영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죠.

때문에 결론적으로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별점 3점은 충분한 영화로 만족스럽게 관람하긴 했습니다. 뭐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다 제 나이 탓이겠죠... 이제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 같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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