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브루너 - 브루스 잉먼 외 지음, 황유진 옮김/북극곰 |
미피를 창조한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버지 출판사에서 천 권이 넘는 책의 표지를 디자인했던 그래픽, 북 디자이너 출신이라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금수저이기는 한데 능력있는 금수저였던거지요.
그가 주로 추리, 범죄 소설이 많이 출간된 레이블 <<검은곰>> 을 위해 만든 표지들이 다수 소개되고 있는데, 이 레이블은 당시 덴마크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며 성공의 요인 중 하나가 표지 디자인이었다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작품이 재미있어서 성공했겠지만 표지 디자인이 꽤 눈길을 잡아끄는 것도 사실이에요. 소개된 표지들만 보아도, 딕 브루너가 레이블과 시리즈에 일관성을 주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했다는 마티스의 색감과 꼴라주 스타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는게 눈에 확 띄였고, 제가 추리소설 애호가다보니 소개된 표지들 중 레슬리 차터리스의 세인트 시리즈,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경감 시리즈처럼 알고 있는 작품과 시리즈도 제법 되는데, 모두 분위기가 그럴싸하더군요. 조르주 심농이 딕 브루너에게 자기 작품을 자기보다 잘 드러냈다고 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요.
단순한 표지 소개 뿐 아니라, 딕 부르너 스스로 검은곰 레이블의 캐릭터를 만들고 디자인에 반영해간 과정도 쉽게 알 수 있었서 좋았습니다. '펭귄 북스'와 같은 레이블 디자인을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한 셈인데, 모든 결과물이 탁월하다고 보기는 힘들어도 그 꾸준함에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네요.
그리고 이러한 표지, 편집, 포스터 디자인 작업 소개 이후, 동화 작가로서의 작품이 소개되면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미피 소개가 시작됩니다. 미피 첫 작품은 디자인은 물론 이름도 달랐고, 판형도 정사각형 형태가 아니었다는 것에서 시작해서, 미피를 어떻게 만들어 냈으며 작업을 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새같으면 컴퓨터로 처리할 아웃라인과 색체 분할 작업을 스케치를 거쳐 색종이를 정확하게 오려 덧대는 아날로그적인 작업 방식이 독특했어요. 저도 90년대 디자인과를 졸업한 오래된 디자이너 출신인데,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이미 컴퓨터가 보급되어 있던 시대라 저역시 이런 작업을 실제로 겪어보지 못해서 더욱 신기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그냥 오려붙이는게 아니라 치밀한 스케치 과정을 거쳐 아웃라인 작업을 먼저 진행한다는 일종의 노하우(?)도 기억에 남고요.
딕 브루너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하기는 부족하겠지만, 디자이너 딕 브루너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도판도 훌륭하고 책 디자인도 발군이에요. 내용이 딱딱하거나 어렵지도 않고요. 제 별점은 5점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소개하는 시리즈인데, 다른 책들도 구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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