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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1

펭귄 북디자인 1935-2005 - 필 베인스 / 김형진 : 별점 5점

펭귄 북디자인 1935-2005 - 10점
필 베인스 지음, 김형진 옮김/북노마드

클래식 문고본 시리즈로 유명한 펭귄 출판사의 출판물들을 다섯 가지 시대로 구분하여 정리한, 일종의 디자인 역사서입니다. 크게 보면 미시사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자주 찾아가는 이요님 블로그에서 리뷰를 읽고 관심이 가서 구입했는데, 손에 잡고 완독하기까지 몇 시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한때 출판사를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펭귄북스라는 전설적 출판사의 시작과 다양한 출판물들의 아이디어와 결과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가 없을리가 없으니까요. 화려한 도판으로 시대별로 다양하게 선보이는 서적들의 디자인을 보는 재미도 엄청났고요.

전부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이지만, 펭귄의 역사로 보자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다양한 임프린트에 대한 내용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디자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1961년 도입된 로멕 마버의 "마버 그리드"였고요. 전자는 "돈 버는 재주가 있었다"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발상이 돋보였고, 후자는 얀 치홀트의 전설적 세로 그리드를 벗어나 현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출판물에 적용 가능한, 그야말로 만능 그리드라는 점에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리드와 더불어 폰트와 정렬 방식 모두가 완벽해서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더라고요. 솔직히 너무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러한 클래식한 디자인을 지금도 유지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디자이너 입장에서 시각적으로 강한 펭귄 심볼의 사용은 탐탁지 않았겠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진짜 디자인이 아쉽습니다.

비록 지금 하는 일은 다르지만 디자인과를 졸업했기에 더더욱 관심이 가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만약 이 책을 제가 학부생 때 읽었더라면 제 인생이 혹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드는군요. 학부 때에는 전혀 관심 두지 않았던 편집 디자인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니까요. 제 학부 시절 이런 서적들이 별다르게 없었던 것이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출판 분야 종사자나 최소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 특히 예비 편집 디자이너에게는 필독서라 생각됩니다. 저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고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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