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갤리온 |
잘나가는 금융맨이 회사를 그만둔 뒤 세계일주를 시작하는데, 이왕 하는 거 여행 중에 다양한 상품 거래를 통해 자본금 오천만 원을 두 배로 만든다는 내용의 논픽션. 영국 히트 다큐멘터리 "80일간의 거래일주"의 원작이라고 하네요. 일단 아이디어는 좋아요. 진짜 실물경제를 알기 위해 몸으로 세계 상인들과 부딪히면서 소통하고 돈까지 벌어온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첫 시도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 모로코 카펫 거래는 관광객 대상의 마케팅 결과물일 뿐이었으며, 괜찮은 수익을 가져다 준 잠비아 커피, 남아공 와인은 본인 스스로가 외국에 구매처를 알아봐 주겠다는 이유로 저렴하게 구입하게 된 것이 수익의 가장 큰 요인이기에 이게 정말 몸으로 부딪쳐 배우는 실물경제인가 하는 데에는 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실 다큐를 위한 모종의 촬영 등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았다면 저러한 거래가 쉽게 성사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렵기도 하고요.
게다가 진짜 몸으로 부딪힌 승부인 낙타 거래나 말 거래에서는 참담한 실패를 맛보는 등 실패가 너무 많고, 고가의 찻잎이나 옥을 구입하는 등의 투기적이며 충동적인 거래도 여러 건 눈에 띄는 것, 게다가 결국 자본금을 두 배로 뻥튀기는 목표는 브라질산 친환경 목재를 본국인 영국으로 들여오는 마지막 거래로 달성한다는 점 - 결국 승부는 영국 본토에서 이루어진 점에서 반칙 같았어요 - 등도 실물경제를 익힌다는 원래 의도와는 잘 맞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몇 건의 협상 장면이나 중국에서 구입한 서핑보드와 같이 꽤 그럴듯한 비즈니스도 제법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제게는 그냥 호사가의 취미 활동으로만 보였을 뿐입니다.
젊은 청춘의 독특한 여행기로 재미는 있지만, 제목과 서두에서 주장한 바가 별로 와닿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네요. 이런 젊음과 도전 정신은 부럽고 제가 여행기를 좋아하기는 하나 이제는 너무 나이가 들고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점에서 저와는 애시당초 맞지 않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유치한 일러스트도 감점 요소예요. 중학생들이 보는 책으로 착각할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있다면 관련된 영상 이미지를 그냥 쓰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왜 어울리지도 않는 일러스트를 넣었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