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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8

내 안의 야수 - 마거릿 밀러 / 조한나 : 별점 3점

내 안의 야수 - 6점 마거릿 밀러 지음, 조한나 옮김/영림카디널

헬렌 클라보는 아버지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혼자서 싸구려 호텔에서 살아가는 기이한 노처녀. 그녀에게 어느날 에블린이라는 여성에게서 이상한 협박 전화가 걸려오고, 공포를 느낀 헬렌은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알고 있는 블랙쉬어에게 에블린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명성은 쟁쟁했으나 작품을 접할 길이 없던 서스펜스의 여왕 마거릿 밀러의 대표작. 작가의 명성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물로 정체모를 협박자와 처음에는 장난스러웠지만 점점 치명적으로 변해가는 협박의 과정이 잘 표현된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평범한 사람 마음 속에 숨어있는 야수라는 주제는 특별한 것은 아니죠. 루스 렌들의 <내 눈에 비친 악마>나 <유니스의 비밀>이라는 좋은 예가 있으니까요. 또 피해자와 협박자의 시점을 오가며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전개방법은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상복의 랑데뷰>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광녀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작품을 수도 없이 꼽을 수 있을테고 말이죠.

그러나 단순한 아류작은 아닙니다. 발표 시기를 볼 때 위와 같은 유사한 작품들의 원전격이라는 점이 명백하기도 하지만 독특한 반전과 더불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작품이기 때문이에요. 외려 시기를 감안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긴박감이 넘치고 현대적이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서스펜스의 여왕에 걸맞게 독자의 심리를 살짝살짝 조이는 맛이 특히 일품이라 과연 걸작이라는 평이 아깝지 않네요. 유사 작품에서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반전도 좋았고요. 앞부분의 복선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서술 트릭의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협박의 동기가 전혀 밝혀지지도 않고 협박의 재료를 어떻게 알아내었는지 (최소한 더글러스의 성 정체성을 어떻게 알아내었는지) 도 불분명하며 과연 전화 목소리를 베르나가 못 알아들었을까 하는 문제 등 전개면에서 헛점이 여러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서도 결국 마지막까지 에블린의 인격이 분열하는 계기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점은 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아버지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가 살짝 보여지기는 하나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거든요. 과거의 일화 말고 현재 시점에서 뭔가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는 독자를 위해서 짤막하게나마 설명해 주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지금 읽기에는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어쩔 수 없는 약점도 필연적으로 존재하고요. 이건 작품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요...

때문에 약간 감점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허나 지금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심리 서스펜스의 교과서적인 직품으로 한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고전 추리 - 서스펜스 스릴러 애호가분들께 원전격인 재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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