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의 랑데부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
조니와 도로시는 결혼을 앞둔 사이였는데, 어느날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도로시가 비행기에서 떨어진 술병에 맞는 사고로 죽고 말았다. 깊은 상심에 빠진 조니는 복수를 위해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쫓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고전을 많이 읽게 되네요.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의 유명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코넬 울리치 특유의 도회적인 분위기에 더하여 남녀간의 감정 묘사가 섬세한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죠. 사실 이 작품처럼 특정 사건이 벌어진 뒤 해당 관계자들을 추적하여 복수하는 복수극은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을 겁니다. 심지어 복수의 대상이 직접적인 범인들이 아니라 수수방관하고 있던 "목격자"들에게 복수하는 "살인 곱하기 다섯"이라는 작품까지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 작품만의 차별화 요소는 분명합니다. 일단 복수의 방법부터 이색적이에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을 안겨다 준다는 것인데 발상이 아주 기발하다 생각되거든요. 거기에 더해 내용 전개도 재미있고 결말부분에서 밝혀지는 이야기로 사건의 이빨이 전부 들어맞는 치밀한 구성으로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마지막 복수극에서는 제법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는 등 추리적인 요소에 있어서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복수극 시나리오도 나름 치밀한 편이었고요.
또한 이 작품은 조니에 대한 서론 부분과 맨 뒤 결말 부분을 뺀다면 5명의 승객에 대한 복수를 "~번째 랑데뷰"라는 제목으로 한 Chapter씩 할애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역시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랑데뷰" 라는 각 복수극은 전부 주인공이 조니가 아니라 궁지에 몰린 남자나 사랑에 빠진 여자 등 복수의 대상자들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각 Chapter 한편한편이 따로 읽어도 좋을 만큼 독립적으로 완성된 단편 느낌이 드는 것도 신선할 뿐 아니라 뻔한 1인칭 복수극과는 다른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코넬 울리치 특유의 여성 심리묘사도 전편을 통해 두드러지는데 사랑에 빠진 여성, 진정한 악녀,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 등 인물들이 다양해서 읽을 맛이 나는 것도 좋았어요. 특유의 약간은 닭살스러운 문체도 여전하고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합니다. 조니가 여자를 후리는(?) 방법 등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으며 마지막 체포 부분을 너무 쉽게 넘어가는 등 부실한 부분도 눈에 뜨이긴 하거든요.
그래도 재미와 완성도 면에서 상당한, 그야말로 고전 범죄 스릴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쪽 쟝르의 입문서로 적당할 정도로 말이죠. 특히 코넬 울리치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니 만큼 팬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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