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이 영상화한 영화입니다.
한마디로,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원작 1부의 내용을 90년대로 끌어와 재구성했는데 상당히 긴 이야기의 원작을 잘 압축하고 넘어갈건 넘어가면서 각색을 잘 해서 원작팬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그리고 원작을 보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저같이 화투로 섯다를 칠 줄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더군요. 타짜들의 손동작이나 속임수도 핵심적인것만 잘 영상화하고 있으며 최동훈 감독 특유의 (두작품밖에는 안 찍었지만) 왠지 회를 쳐 놓은 듯한 화면빨(?)도 여전한데 이 작품에서는 "색채"를 상당히 강조해서 스타일을 더했습니다. 여러 세트들도 꽤 공들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었고요. 중간중간의 유머들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영화가 물 흐르듯 유머와 긴장감을 잘 조율하며 흘러가는 것이 무척이나 탁월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 최대의 수확은 한국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팜므파탈 "정마담"을 창조해 낸 점이겠죠. 이 캐릭터는 원작에서도 꽤 비중이 큰 캐릭터이긴 했지만 영화에서는 정말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으로, 그러면서도 스토리 자체를 쥐고 흔드는 역량과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독과 각색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가슴을 자랑하며 화면을 장악한 김혜수라는 배우의 공도 크겠죠. 가슴하나는 정말 작살이었습니다. 좋은 배우가 좋은 배역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좋네요. 그 외에도 평경장 역의 백윤식이나 유해진 등 조연들의 캐스팅도 적역이고 연기력도 출중해서 모든 캐릭터가 잘 살아있더군요.
하지만 그에 비해 주인공 곤(고니) 역의 조승우는 카리스마가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어려보이는 듯한 외모 때문에 그러한 인상이 더했기 때문에 미스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네요. 원작 2부의 주인공인 함대길 캐릭터가 외려 조승우에게는 적역이 아니었을까요? 남원 사투리를 쓰지 않는 것도 이상하고.... 조금 더 나이들고 묵직해 보이는 배우, 개인적으로는 강한 인상의 권해효 같은 배우가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너무 코믹할지도...) 그리고 화면 밑에 일종의 타짜로서의 룰이나 격언 같은 것이 깔리는 연출은 좀 작위적이었던 것 같고 몇몇 장면에서의 이야기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 저는 아직도 정마담이 왜 평경장을 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최대의 승부가 너무 쉽게 시작해서 쉽게 끝난다는 점이 긴장감을 끌고가는 데 있어서는 좀 부족해 보였고요.
그래도 전작에 이어 그럴듯한 (물론 원작이 있긴 하지만) 범죄 스릴러 도박물을 성공적으로 촬영한 최동훈 감독의 역량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각색이 워낙 출중해서인 탓도 있겠지만 원작 팬으로서는 흥행에 성공해서 원작 2부도 영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네요. 물론, 최동훈 감독이 찍어야겠죠.
그나저나, 수출된다면 어떨까요? 도박판에서 속임수를 쓰면 바로 손모가지가 날아가는 한국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까요? 이게 워낙 만화등에서 자주 쓰여서 익숙하기도 한데 과연 이게 한국적 상황이 맞기는 맞는걸까요?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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