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4/01/04

유니스의 비밀 - 루스 렌들 : 별점 4점

유니스의 비밀 - 8점 루스 렌들 지음/고려원(고려원미디어)

간만에 추리소설 한권을 독파했습니다. 제목은 "유니스의 비밀", 한때 추리 매니아들의 희망이었지만 현재는 별 소식이 없는 고려원 미스터리 문고 시리즈 9번 입니다.
원제는 "A Judgement In Stone" 이라는 나름대로 멋들어진 울림을 주는 제목인데 한국판 제목은 좀 난데 없네요. 하지만 고려원 미스터리 문고 시리즈 답게 제목을 제외하곤 전체적인 번역이 나무랄 데 없습니다.

"유니스 파치먼은 글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아무런 동기도 사전 계획도 없었다. 돈을 훔친 것도, 일신상의 안전을 꽤한것도 아니었다. 범죄 결과 오히려 자신의 무능력이 한 일가와 몇 안되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온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그 일로 인해 자신에게 가해진 형벌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기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친구인 공범은 미치광이 였지만 유니스는 달랐다. 그녀는 20세기의 인간으로 변장하고 나타난, 격세유전한 원숭이의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인 광기를 품고 있었다...." 라는 문장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유니스라는 뒤틀린 광기를 품고 있는 문맹 여자가 커버데일가의 가정부로 고용되어 스스로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생활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상황을 부풀려 가다가 결국 폭발하고 마는 상황을 적나라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영화 "하녀"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특히 유니스와 그녀의 미치광이 친구 조안의 광기넘치는 심리 묘사와 첫 문장으로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독자들을 그 결말로 서서히 이끌면서 소설로 끌어들이는 재주는 역시 루스 렌들 여사! 라는 고수의 필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루스 렌들 여사 작품은 읽어 본것이 단편, 장편을 포함해도 몇개 되지는 않지만 뭔가 문제가 있고 뒤틀린 인물들의 이러한 심리 묘사는 정말 탁월 한 것 같습니다. (별로 재미 없었던 장편 "내 눈에 비친 악마" 도 그러한 부분의 묘사는 대단했었죠.)

사실 추리라기 보다는 독특한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 라고 할까요? 하지만 미국식 공포물보다는 조금 격조높고 고급스러운, 영국스러운 분위기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 물입니다. 특히 읽으면서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별점은 4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