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04/01/11

실미도 - 강우석

 


주말에 푹 쉬라는 하늘의 명을 받잡아(^^) 그간 수차례 보길 시도했으나 줄창 실패한 "실미도"를 보러 갔습니다.

내용은 익히 알려진 대로,
북으로 간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인간대접 받을 수 없었던 강인찬(설경구 분) 역시 어두운 과거와 함께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살인미수로 수감된다. 그런 그 앞에 한 군인이 접근, '나라를 위해 칼을 잡을 수 있겠냐'는 엉뚱한 제안을 던지곤 그저 살인미수일 뿐인 그에게 사형을 언도하는데... 누군가에게 이끌려 사형장으로 향하던 인찬,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인천 외딴 부둣가, 그곳엔 인찬 말고도 상필(정재영 분), 찬석(강성진 분), 원희(임원희 분), 근재(강신일 분) 등 시꺼먼 사내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그렇게 1968년 대한민국 서부 외딴 섬 '실미도'에 기관원에 의해 강제차출된 31명이 모인다.

영문 모르고 머리를 깎고 군인이 된 31명의 훈련병들, 그들에게 나타난 예의 그 묘령의 군인은 바로 김재현 준위(안성기 분), 어리둥절한 그들에게 "주석궁에 침투, 김일성 목을 따 오는 것이 너희들의 임무다"는 한 마디를 시작으로 냉철한 조중사(허준호 분)의 인솔하에 31명 훈련병에 대한 혹독한 지옥훈련이 시작된다.

'684 주석궁폭파부대'라 불리는 계급도 소속도 없는 훈련병과 그들의 감시와 훈련을 맡은 기간병들... "낙오자는 죽인다, 체포되면 자폭하라!"는 구호하에 실미도엔 인간은 없고 '김일성 모가지 따기'라는 분명한 목적만이 존재해간다...


1971년, 대방동 앞에서 자폭한 실제 실미도 대원들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한국 영화계의 마이더스 손이라는 강우석 감독의 신작입니다.

영화는 초반에는 실미도 684 부대원들의 지옥훈련을 중심으로, 중반부터는 그 훈련 와중에 싹트는 동료애와 전우애를, 마지막에는 시대의 희생양으로 사라져 가는 부대원들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확실히 초,중반의 훈련장면과 동료, 기간병들과 싹트는 전우애 같은 부분의 묘사는 좋더군요.
각본도 꽤 탄탄히 틀이 잡혀 있어서, 어떤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냉정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힘을 잃지 않는 구성을 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 설경구 등 배우들의 연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올드보이의 최민식씨와 비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정도까지 광기를 보여주진 못하는것 같습니다만...)

저도 군대갔다온 예비역이라 더욱 재미있게 본 것 같기도 한데 제 군대있을 때 동기들 생각도 나고해서 (명식아! 정현아! 현곤아! 이거 보면 연락해라~!)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딱! 기대한 수준 정도의 영화였어요.

중간 중간 좀 지루한 부분이나, 별 필요없는 에피소드같은것은 조금 더 편집해도 좋았겠지만 (원희의 강간 에피소드같은....), 벌써 300만이 봤다고 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히트칠만한 미덕은 분명히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군대갔다온 사람들이나 "김신조사건"을 알고 있는 세대라면 강추입니다. (김신조 아들이 저하고 초등학교 동기 동창이었다는.....)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도대체 80억 어디다 썼냐?"라고 하시던데, 확실히 티는 크게 안나더군요. 쩝.

PS: 향후 수출이나, 내용을 고려했을 때 제목을 "실미도" 보다는 "684" 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