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비밀 - 조르주 심농 지음, 이가형 옮김/해문출판사 |
조셉 르보르뉴 (애꾸눈)라는 별명의 중년 남자가 신문 등에 실리는 사건들을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하는 13편의 단편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무척 신선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르블랑 같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조금은 문학적이고 무거운 분위기라 생각해왔던 시므농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순수한 추리 퀴즈 같은 트릭이 넘쳐나는 시리즈였습니다.
13편의 단편 중에서 저는 기발한 사기극의 일종인 “3장의 렘브란트 그림” 과 범인 찾기 놀이인 “아스토리아 호텔의 폭탄”, 르보르뉴의 과거가 밝혀지며 상당히 반전의 묘미가 뛰어난 “황금 담뱃갑” 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뭐.. 트릭적으로 그다지 기발하거나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독특한 묘미들이 느껴져서 좋았고요.
그리고 중편 “제 1호 수문”은 뤼뺑과 쌍벽을 이루는 프랑스의 명탐정 “메그레 경감” 시리즈입니다.
어두운 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노선장이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진다. 살려달라는 울부짖음, 노선장을 구해낸 사람들은 또 하나의 우윳빛 몸뚱이를 물 속에서 발견하고 기절할 듯 놀란다. 그는 다름 아닌 마을의 유력자 '에밀 듀크로'였다! '에밀 듀크로'의 살해 미수를 파헤치기 위해 투입된 은퇴를 며칠 앞둔 '메그레 경감', 그리고 그로 인해 탐욕과 야욕의 범죄 심리가 하나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떤 범죄가 있고, 그 범죄에 대한 알리바이나 트릭을 파헤친다는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아닌 인간 심리를 다룬 범죄소설 같습니다. 과거의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에밀 듀크로라던가 갓생 영감같은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특히 탁월하고, 주인공인 메그레 경감도 어떤 단서를 놓고 추리한다기 보다는 심증에 의한 압박으로 죄를 고백하게 만드는 그러한 인물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추리소설로서의 짜임새는 조금 떨어지고 메그레 경감도 왠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벌어지는 사건들이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스토리의 짜임새라던가 탁월한 문학성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인간 드라마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약간 하드보일드 소설 같은 분위기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모파상의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무엇보다 시므농이라는 작가의 문체나 묘사가 너무나 탁월해서 다른 단점을 다 덮어버리기도 하고요.
결론내리자면 이 책의 모든 중, 단편은 걸작은 아니지만 가작은 되는 괜찮은 소품이었습니다. 더 쉽고 대중적인, 뤼뺑을 졸업하게 된다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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