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은신처 - 존 딕슨 카 지음, 이동윤 옮김/엘릭시르 |
<<아래 리뷰에는 핵심 트릭과 범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램폴은 스타버스 가문의 장녀 도러시와 사랑에 빠졌지만, 가문의 유산 상속을 위해 교도소의 교도소장 방에서 자정에 무언가를 가지고 왔어야 했던 가문의 장남 마틴이 교도소에 간 날 밤 목이 부러져 죽고, 사촌 허버트는 사라지는 사건에 말려드는데....
유일하게 읽지 않고 남겨 두었던 존 딕슨 카의 국내 출간작. 해문의 어린이용 버젼으로 앍어야하나 고민하던 중 엘릭시르에서 나온 전자책이 있길래 냉큼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딕슨 카의 특기가 유감없이 펼쳐지는 작품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추리적인 장치들입니다. 정통 고전 미스터리의 대가다와요. 특히 일종의 순간이동 트릭이 볼만했습니다.
범인인 손더스 목사는 교도소장 방의 램프 불이 꺼질 때까지 펠 박사와 랜폴과 함께 있었다는 결정적인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램프 불이 꺼진 직후 램폴과 함께 펠 박사 집을 떠났고, 그 뒤 마틴의 시체가 발견되었으니 범인일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펠 박사가 추리해낸 진상은 실종된 허버트가 마틴 대신 교도소장 방으로 갔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도소장 방의 램프는 마틴이 아니라 허버트가 켜고 껐으며, 마틴은 목사가 펠 박사의 집에 가기 전, 목사관에서 이미 살해해서 마녀의 은신처에 사체를 유기했던 겁니다. 이후 사체 발견 후 목사관에 들렸을 때 허버트도 살해했고요. 이 일련의 과정은 마틴이 굉장한 겁쟁이었다는 것과 허버트의 맹목적인 충성이라는 인간 관계, 그리고 마틴은 골초였는데 교도소장 방에는 꽁초하나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 발코니 창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창으로는 빗물이 전혀 들이치지 않았다는 등의 세부적인 단서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에 의해 합리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허버트가 발명가라는 설정으로 발코니에 특수 장치를 했을 거라는 추론같은 잔재미도 충분하고요.
사건의 동기라 할 수 있는, 우물에 보물이 있다는 펠 박사의 추론 역시 합리적이에요. 그는 지극히 공정하게 독자들에게도 제공되는 정보로 이를 추리해냅니다. 초대 교도소장 앤서니 스타버스는 왜 그렇게 완력이 강해졌는지? 교도소장 방 발코니 석재 난간에 깊숙하게 패인 홈의 정체는 무엇인지? 발코니로 향하는 문 열쇠가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미워하던 가족들에게 남겨주지 않은 막대한 재산은 어디에 갔는지? 라는 단서를 통해 앤서니가 난간에 밧줄을 묶은 뒤 바로 아래 있는 우물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으며, 그 이유는 우물 안에 재산을 숨겨 놓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까요.
이 추론을 증명하는, 교도소장이 남긴 십자말 풀이같은 암호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형편없는 시를 썼다는 인물 설정에도 부합하면서도, 언어가 다른 국내 독자들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쉬우면서 합리적인 암호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손더스 목사가 범인임을 드러내는 추리쇼 장면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펠 박사는 경찰서장과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기차역으로 항합니다. 도착하는 인물이 사건의 주요 인물이라면서요. 그리고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누구냐고 손더스 목사에게 물어보는데 목사는 "당신 미쳤구먼! 나는 저 사람 처음 봅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짓입니까?"라고 답합니다. 여기서 손더스 목사가 가짜라는게 드러나게 되지요. 그 사람은 진짜 손더스 목사의 숙부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아는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 핵심 증거가 된다는 발상이 아주 신선했고, 이를 추리쇼 형태로 풀어낸 솜씨는 정말로 탄복할만 했어요.
이러한 추리적인 요소들 외에, 딕슨 카의 또 다른 특기인 오컬트적인 부분의 묘사도 빼어납니다. 광기의 교도소장 앤서니 스타버스와 그가 만들어 운영했던 죽음의 교도소, '마녀의 은신처'라고도 불리우는 교수형장 터에 대한 끔찍하면서도 생생한 묘사는 일품이에요. 20세기 초반, 영국 시골 분위기와 음침함이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스타버스 가문에 내려진 저주(?)도 그럴듯하게 느껴지게 만들고요.
하지만 손더스 목사가 저지른 범행의 원인이 된 티머시 스타버스의 행동에는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티머시 스타버스는 죽기 전에 자기를 죽이려한건 손더스 목사였다는걸 알리지 않습니다. 어차피 티머시 사후 아들 마틴이 가문을 잇게될 때 확인하게 될 금고 안에 손더스 목사의 범행을 증명하는 서류를 넣어두었을 뿐이지요. 왜냐하면 남은 몇 년 간, 손더스 목사가 도망도 가지 못하고 범행이 드러날 때까지 지옥을 맛보게 하려는 생각이었다는데.... 이는 손더스 목사로 하여금 아들과 조카마저 살해하게 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궁지에 몰린 손더스 목사가 마틴을 죽이고 서류를 손에 넣으려고 했으리라는건 충분히 알 수 있었을겁니다. 한 명을 죽이나, 두 명을 죽이나 어차피 별 차이는 없잖아요. 이런 계획을 세우고 서류까지 작성할 정도였으면 정신도 말짱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이런 무모한 (?)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나중에 진술서를 통해 손더스 목사가 왜 도망가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몇 년 뒤 범행이 드러날거라면, 스타버스 가문의 숨겨진 보물로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여행을 떠난다는 등의 핑계로 마을을 떠나 사라지는게 나았을테니까요. 신분도 손더스 목사로 위장하기 전 원래 신분으로 돌아간 뒤, 원래 머물던 뉴질랜드로 떠났다면 영원히 문제가 없었을 거에요.
그 외에도 티머스 스타버스는 보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게 분명한데, 왜 진작에 보석을 꺼내어 가문의 재산으로 삼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며, 램폴과 도러시가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던가, 아무리 손더스 목사가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한들 마틴이 선뜻 목사 계획에 응했다는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네요.
이러한 추리적인 요소들 외에, 딕슨 카의 또 다른 특기인 오컬트적인 부분의 묘사도 빼어납니다. 광기의 교도소장 앤서니 스타버스와 그가 만들어 운영했던 죽음의 교도소, '마녀의 은신처'라고도 불리우는 교수형장 터에 대한 끔찍하면서도 생생한 묘사는 일품이에요. 20세기 초반, 영국 시골 분위기와 음침함이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스타버스 가문에 내려진 저주(?)도 그럴듯하게 느껴지게 만들고요.
하지만 손더스 목사가 저지른 범행의 원인이 된 티머시 스타버스의 행동에는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티머시 스타버스는 죽기 전에 자기를 죽이려한건 손더스 목사였다는걸 알리지 않습니다. 어차피 티머시 사후 아들 마틴이 가문을 잇게될 때 확인하게 될 금고 안에 손더스 목사의 범행을 증명하는 서류를 넣어두었을 뿐이지요. 왜냐하면 남은 몇 년 간, 손더스 목사가 도망도 가지 못하고 범행이 드러날 때까지 지옥을 맛보게 하려는 생각이었다는데.... 이는 손더스 목사로 하여금 아들과 조카마저 살해하게 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습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궁지에 몰린 손더스 목사가 마틴을 죽이고 서류를 손에 넣으려고 했으리라는건 충분히 알 수 있었을겁니다. 한 명을 죽이나, 두 명을 죽이나 어차피 별 차이는 없잖아요. 이런 계획을 세우고 서류까지 작성할 정도였으면 정신도 말짱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이런 무모한 (?)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나중에 진술서를 통해 손더스 목사가 왜 도망가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몇 년 뒤 범행이 드러날거라면, 스타버스 가문의 숨겨진 보물로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 여행을 떠난다는 등의 핑계로 마을을 떠나 사라지는게 나았을테니까요. 신분도 손더스 목사로 위장하기 전 원래 신분으로 돌아간 뒤, 원래 머물던 뉴질랜드로 떠났다면 영원히 문제가 없었을 거에요.
그 외에도 티머스 스타버스는 보물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게 분명한데, 왜 진작에 보석을 꺼내어 가문의 재산으로 삼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며, 램폴과 도러시가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던가, 아무리 손더스 목사가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한들 마틴이 선뜻 목사 계획에 응했다는 등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네요.
그래도 추리적으로 워낙 빼어나기에 단점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습니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진 특유의 작풍도 아주 매력적이고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올렸던 내용에서 업데이트한, 제가 여태 읽었던 딕슨 카 작품 순위를 공개합니다. 지금 읽으면 별점과 순위는 다소 조정될 수 있지만, 평균 별점이 3점을 넘으니 타율로 따지면 5할 이상! 쳤다하면 장타입니다. 대단하네요.
공동 1위 : 별점 4점
<<해골성>>
<<유다의 창>>
<<흑사장 살인 사건>>
<<화형 법정>>
<<마녀의 은신처>>
공동 6위 : 별점 3점
<<연속 살인 사건>>
<<세 개의 관>>
<<구부러진 경첩>>
<<벨벳의 악마>>
<<아라비안 나이트 살인>>
<<초록 캡슐의 수수께끼>>
<<기묘한 사건, 사고 전담반>>
수록작 중<<은빛 장막 속에서>>, <<합법적인 사형집행인>> 별점 4점
<<사라진 방>>, <<분장실의 시체>> :별점 3.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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