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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7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 김민영 : 별점 3점

 

세 개의 관 - 6점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수수께끼의 남자가 나타난 뒤 방 안에서 연기와 같이 사라진 그리모 교수 살인사건과 거리 한복판에서 유령과 같은 목소리와 함께 살해된 카리오스트로 거리의 마술사 살인사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기디온 펠 박사의 추리가 계속되고, 의외의 진상에 도달한다.


존 딕슨 카 최고 작품 중 하나라는 "세 개의 관". 번역된지는 꽤 되었지만 솔직히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통 손이 가지 않던 차에 이제서야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추리 소설 역사에 길이 남을 명탐정이긴 하지만 기디온 펠 박사를 싫어하는 이유는 잘난척하는 캐릭터와 장황한 언변으로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같은 짜증 계열 탐정으로 저한테는 분류되기 때문이죠. 솔직히 방코랑 탐정이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듭니다.)

어쨌건 이 작품은 고딕 호러물과 추리물의 결합이 특기인 딕슨 카의 작품답게 "트란실배니아의 흡혈귀 전설"이라는 호러적인 소재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흡혈귀 전설에서 유래한 관, 그리고 관에서 살아나온 시체라는 설정을 "불가능 살인"의 기묘함과 잘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눈 위에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범인이라는 설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흡혈귀나 마술사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니까요.

또한 이러한 불가능 살인 사건이 무려! 2건이나 벌어지며 (모두 밀실 살인사건으로 볼 수 있는데 한 건은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 그리모 교수 사건이고 또 하나는 눈이 쌓인 거리 한 복판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마술사 프레이 사건입니다) 2건 모두 의외의 진상을 보여주기에 추리적인 재미도 상당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하나보다는 두개가 낫지요^^
하지만 두 개의 사건 중 그리모 교수 사건은 완벽한 트릭과 장치에 의한 정교한 밀실 살인 사건이라면, 프레이 사건은 우연과 특수한 상황이 결합된 돌발 상황일 뿐이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범인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우연과 우연이 여러개 겹친 상황은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들죠.
그리고 첫번째 사건도 아주 정교하고 공들인 장치와 트릭이 어우러진 밀실 사건으로 명성에 값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범인의 "체력"에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는 것은 사실 납득하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트릭 면에서는 아무래도 알려진 것 만큼 완성도가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대가 너무 큰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흡혈귀 전설에서 시작해서 마술에 이르기 까지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작품과 트릭에 녹여내는 솜씨 하나만은 과연 대단했습니다. 트란실배니아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또 기디온 펠 박사의 밀실 살인 사건에 대한 장황한 강의 역시 인상적이었고요. 아울러 해드리 경감과 랜폴같은 시리즈 캐릭터의 등장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고 기디온 펠 박사는 여전히 짜증 계열 타입이기는 하지만 재미, 작품의 역사적인 의의를 되새겨 볼 때 별 세개는 충분히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PS : 그리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국내에 출간된 딕슨 카 작품 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네요.

작품목록 :
연속살인사건 (고성의 괴사건) / 해골성 / 황재의 코담배갑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 세개의 관 / 화형법정 / 모자수집광사건 / 감미로운 초대 (밤에 걷다)

이 중 딱 세 작품만 꼽아 본다면 저의 영원한 베스트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정통 추리와 고딕 호러의 완벽한 결합체인 "해골성", "화형법정" 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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