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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2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미야베 미유키 / 김소연 : 별점 3.5점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8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북스피어

"대답은 필요없어" 이후 정말이지 간만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 책이네요. 사실 "쓸쓸한 사냥꾼"과 착각하고 구입한 책입니다. 단편 미스터리물이라고 해서 착각했어요^^
 
어쨌건, 이 작품은 7가지의 불가사의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에도시대의 혼조 후카가와를 무대로 한 단편 연작 미스터리 물(?)로, 탐정겸 형사로 오캇피키 모시치가 전편에 등장하고 있고 장소와 시간대가 동일하기에 연작 미스터리라고 칭한 듯 합니다.

7개의 이야기는 외잎 갈대, 배웅하는 등롱, 두고 가 해자,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축제 음악, 발 씻는 저택, 꺼지지 않는 사방등 인데 뻔한 괴담들이긴 하지만 작품 내용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참 재미있게 꾸며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역자 후기를 보니 원래 전승되는 이야기라고 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원래 있던 이야기와 연관되도록 이야기를 또 꾸미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참 대단한거 같아요. 무엇보다도 모든 작품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미스터리라고 정의하기에는 시대물 +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 함정수사나 잠복에 의존하고 있고 추리라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거든요. 미야베 여사의 필력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나 추리팬에게 추천하기는 조금 난감한 책이긴 합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고 워낙 좋은 작품이라 별점은 3.5점입니다. 아울러 개인적인 베스트는 "두고 가 해자" 였습니다. 모두 다 일정 수준 이상의 단편들이지만 추리적 요소가 가장 많이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외잎 갈대는 초밥집 오우미야의 주인 도베에의 강도 살해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7개의 이야기 중에서 기이한 이야기와 제일 연관이 없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특이하네요. 작품의 완성도도 높고 내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는 사건의 해결이 "나무 부스러기"라는 단서를 통해 이루어지긴 하지만 우연이 많이 좌우하고 있는 등 추리물로 보기는 힘들다는 거죠.

배웅하는 등롱은 주인 아가씨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한밤중에 에코인으로 매일 다녀와야 하는 하녀 오린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부분이 잠깐 있지만 추리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애틋한 느낌이 잘 살아난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등롱을 들고 오린을 매일 바래다 주는 것은 누구였을까요?

두고 가 해자는 남편이 살해당한 오시츠의 이야기입니다. 원래 전해진다는 기이한 이야기도 제일 괴담에 가까우며 내용도 추리물로 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단서와 복선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고 전개도 아주 명확하거든요. 물론 아주아주 정교한 내용은 아니고 결국은 함정수사지만, 뭐 에도시대니까요^^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는 잡곡가게 오하라야 근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계기로 오하라야의 며느리 후보 오소데가 낙엽을 열심히 치우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사건 자체가 불명확하며 전혀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는 등 좀 모호한 부분이 많더군요.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따뜻한 내용으로 역시나 호감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오소데가 뭐라고 편지를 썼는지는 궁금한데 이런 부분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해서 여백의 미를 살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축제 음악은 상상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아가씨 오요시와 모시치의 조카딸 오토시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얼굴베기"라는 악당을 실제 검거하기 위한 노력과 오토시의 질투가 얽히는 추리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축제 음악이라는 비유가 아주 적절하게 쓰이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에 심리묘사가 탁월하기에 더 와 닿는 부분이 컸다고도 생각이 들고요.

발 씻는 저택은 재산을 노리는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곳곳에서 수수께끼들과 기이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지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의외라면 의외일까요. 진상이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평이한 것이기에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의 시점과 심리를 통해 진행되는 묘사는 좋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평작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꺼지지 않는 사방등은 홀로 열심히 살아가는 오유라는 아가씨가 부자집인 이치케야의 정신나간 사모님을 위해 딸 역할을 부탁받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는 부부간의 치정극에 가까운 내용으로 역시나 평작 수준이었습니다. 사방등과 부부간의 관계를 빗대어 사방등의 연료, 불꽃을 지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디테일은 과연 미야베 미유키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묘사되었지만 워낙 이야기가 알맹이없고 별다른 것이 없어서 연작집의 마지막을 마무리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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