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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7

이와 손톱 - 빌 S 밸린저 / 최내현 : 별점 4점

이와 손톱 - 8점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생전에 그는 마술사였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성취한 인물이었다.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실행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빌.S.밸린저의 고전 걸작 중 하나. 크게 두가지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전개되는 작품으로 한개의 이야기는 마술사 루가 우연히 도와준 탤리라는 아가씨와 결혼하지만 그녀가 살해당한 뒤 복수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의 디테일을, 또 다른 한개의 이야기는 뉴욕 지방 형사법원에서 자신의 고용인 아이샴 레딕을 살해한 뒤 보일러를 통해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험프리스라는 인물의 재판 과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어보고 싶다고 예전 "사라진 시간"에서 언급한지도 2년이 지나서 나와는 인연이 없는 작품이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다시 재간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읽게되니 정말이지 감개무량하네요.

그러나 생각만큼 대단한 임팩트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읽기에는 낡은 감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앞서 이야기한 두개의 이야기가 서로 포개지며 결말로 치달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뻔할 뿐 아니라 작품의 가장 중요 포인트이기도 한 결말이 저에게는 너무 속이 들여다 보였거든요. 출판사 북스피어가 원서 초판 당시의 봉인 (결말부를 봉인한 뒤 개봉하지 않고 반환하면 책값을 돌려준다는 이벤트) 까지 재현해가며 반전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좀 지나친 설레발이었던 것 같아요. 1955년 작, 즉 반세기 전의 작품이기에 발표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읽으면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니까요.

물론 지금 읽기에 좀 낡아보인다고 해서 이 작품의 가치가 뒤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저는 봉인을 열고 읽었고 그만한 가치는 충분해요. 복수극이야 추리물에서는 발에 채일만큼 많고 진부한 소재이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복수극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주인공의 복수를 위한 치밀한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재미가 아주 잘 살아있거든요. 또 이런 류의 복수담에는 정교한 플롯이 재미의 가장 큰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데 그야말로 "완전범죄"와 "복수" 라는 두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는 주인공의 기민한 행동은 지금 읽어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기도 하고요. 재판과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사의 신경전, 증언과 단서에 의해 드러나는 진상 같은 법정 드라마로의 재미 요소 역시 쏠쏠한 편이었습니다. 봉인 문제는 단지 좀 귀찮았을 뿐이죠. 칼이 없으면 뜯기도 힘들고...

주인공이 악당(?)을 생각보다 쉽게 찾는다는 것과 몇가지 요소가 우연에 기반하고 있는 등 약간 애매한 부분도 있지만 재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재미 하나는 명불허전으로 잡자마자 하루만에 후딱 읽어버릴 정도였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상복의 랑데뷰"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복수극이라는 것 이외에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는데, 두 작품 다 주인공의 감정 최하단에 "사랑" 이라는 것을 녹여냈기 때문이겠죠. 이 기회에 "상복의 랑데뷰"나 다시 꺼내어 읽어봐야겠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역자의 해설을 통해 제목이 가진 중의적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제목의 의미가 뭘까 궁금했고, 읽어나가면서 제목이 너무 직접적인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나 깊은(?) 의미가 있더군요^^ "맹렬하게, 필사적으로"라는 구어 표현을 가지고 단서와 연관시킨 멋진 센스의 제목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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