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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6

연속 살인 사건 - 존 딕슨 카 : 별점 3점

연속 살인사건 - 6점
존 딕슨 카 지음/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캠벨 일족을 소집하는 먼 친척의 편지를 받은 앨런 캠벨 교수는 스코틀랜드 시골에 있는 샤이러 성으로 항했다. 여행 중 기차에서 만난 학문적 호적수이자 또다른 먼 친척 캐서린과 약간의 마찰을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도착한 성에서 성주인 앤거스 노인의 죽음으로 친족 회의가 소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앤거스 노인은 혼자 자는 성의 탑에서 뛰어내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탑의 침실은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 보험 조사원은 자살했다고 여겼지만, 앤거스 노인의 동생 콜린은 침대 밑에서 발견된 동물 운반용 상자 등으로 타살설을 제기하며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명탐정 기데온 펠 박사를 성으로 초대했다.

자살설과 타살설이 교차하는 가운데, 유령이 나온다는 탑의 전설로 뛰어내린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소문에 분개한 콜린 캠벨이 스스로 탑 침실에서 자는 것을 자청했다. 그러나 그마저 뛰어내려 중상을 입고 앤거스 노인 사고 당일 말다툼을 벌인 것이 확인된 홉즈라는 인물마저도 밀실 안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딕슨 카의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 과거의 피비린내나는 사건 때문에 유령이 나온다는 고성을 무대로 한 작품이라서 "해골성"처럼 딕슨 카 특유의 고딕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두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과 모험이 중심인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작품이더군요. 뭐 이런 분위기도 싫어하지는 않아서(아니, 사실은 아주 좋아합니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전형적 해피엔딩이라 끝까지 즐거웠습니다. 

특히 그간 딕슨 카 작품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스크루볼 코미디를 보는 듯한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말다툼과 신경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님의 "부부탐정"과 비교할만한 명커플이었어요. 아쉽게도 "부부탐정"과는 다르게 주인공 탐정은 기디온 펠 박사가 소화하고 있어서 커플의 비중이 중반 이후에는 점차 약해지지만, 통통 튀는 매력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커플 덕분인지 평소에는 짜증나는 천재형 캐릭터인 기디온 펠 박사마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보일만큼 유쾌하고 인덕이 넘쳐 보이는 것은 보너스겠죠.

또한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고성의 탑 안 침실이라는 완벽한 밀실에서의 살인, 일견 자살로 보이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조작된 밀실 안에서의 살인이라는 두가지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는데, 밀실의 달인이라는 별칭까지 있는 펠 박사답게 타당성 있는 괜찮은 추리를 펼쳐주는 덕분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도구와 기구에 의존한다는 점은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매개체가 앤거스 노인의 과거 경력에 근거하고 있고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각종 단서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점,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공습을 대비한 등화관제)까지 고려되었다는 점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범인이 완벽한 올가미를 쳐 두고 죄를 뒤집어 쓸 인물까지 가공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정통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더욱 빛내줍니다.

하지만 동기가 초반에 드러나는 점과 서두에서부터 등장하는 범인을 캠벨 집안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범인의 정체를 애매모호하게 넘기기 때문에 마지막에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에서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정말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쾌한 커플의 이야기는 제가 항상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죠. 무겁고 약간은 공포 분위기의 이야기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도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다른 이야기를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딕슨 카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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