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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9

혈기린 외전 - 좌백

<1> 가난한 청년 왕일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마을의 지주 아들 진가소의 군역을 대신 받아 남만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공을 세워 황보장군의 특명으로 군역에서 해방되어 마을로 돌아오지만 가족이 몰살당하고 하나뿐인 여동생이 진씨 가문에서 농락당하다 녹림채에게 끌려간 것을 알게되고 복수를 결심한다. 그러나 무림인이 속해있던 진씨 가문에서 중상을 입고 도망치던 중 우연히 만난 개방 향주 유곰보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를 통해 서문정이라는 개방 인물을 만나 그의 제자로 독공을 익혀 다시 복수에 나서서 녹림18채 중 하나를 괴멸시키고 동생을 구하게 된다.

<2> 병든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비종문이라는 문파의 무사로 지원한 왕일은 여러 인물들에게 농락당한 한으로 동생이 자살하자 자포자기 상태로 절망적인 임무를 맡게 된다. 그것은 군호맹과 제룡련의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무림 4대고수의 한명인 혈기린을 군호맹으로 초대하는 것. 그는 4명의 인물과 조를 짜서 혈기린이 있다는 남만으로 출발한다...

<3> 혈기린의 진전을 이은 왕일은 혈기린으로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군호맹을 도와 제룡련과 싸워나가기 시작한다. 군호맹과 제룡련의 양대세력의 피해는 점차 커지게 되고 결국 더이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예 고수들을 선발하여 한판 승부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하는데...

좌백의 신무협 대표작이라 하는 혈기린 외전입니다. 용대운 시리즈를 좀 읽다가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네요. 좌백님의 작품은 예전에 "대도오"를 읽은 이후 처음이군요.

이 소설은 위의 줄거리처럼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부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가난한 시골 청년 왕일이 무공은 거의 지니지 못한 상태로 무림인들을 상대로 복수하는 과정의 설득력과 재미가 확실하거든요. 기존 무협지의 룰을 거의 깨는 파격적인 전개가 굉장히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무림 고수나 세력을 상대로 독공을 조금 익히기는 했지만 거의 무공은 의지하지도, 보여주지도 않으며 작전과 활 등에 의존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2부부터의 기존 무협지와 차이나지 않는 전개는 기대에 많이 못미쳐 실망스러웠습니다. 1부는 안 읽고 2부부터 읽어도 무방할 만큼 따로 놀기도 하지만 무협지의 공식이라고 해도 좋을 별볼일 없는 인물이 기연을 얻어 고수로 거듭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며 그 외에도 여러 고수들의 전투를 가장한 비무 장면 등 뻔한 장면이 난무하는 등 기존 무협지의 정석을 답습할 뿐이었습니다.

또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를 후반부에 억지로 되살린다던가, 마달이라는 무의미한 캐릭터가 끝까지 계속 등장한다던가, 남봉황과 혈기린(을 가장한 왕일) 의 사랑이 난데없이 시작한다던가하는 문제는 작가가 너무 무성의한게 쓴 것이 아닌가 의심되기 까지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결말은 너무나 시시해서 안타까울 정도 였습니다. 이러한 것은 아무래도 3부작으로 나눈 구성이 외려 작품에는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억지로 3부를 써내려가서 완결시킨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래도 두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전투"와 같이 대립하는 무림인들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특이했고 "독공"과 "암기"의 명수라는 혈기린이라는 캐릭터와 그의 무공, 독공에 대한 설정이나 묘사는 독특해서 좋긴 했지만 독에 의존한 전투이기 때문에 외려 무공을 겨루는 장면에서의 재미 역시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약한다면 1부 만큼은 인상적이었고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주지만 2부부터는 기대를 저버리는 작품으로 남은 특이한 경우네요. 좌백의 작품은 이 작품 포함하여 두작품밖에는 안 읽어 보았지만 두 작품 모두 용두사미격의 결말이 흐지부지 끝나는 스타일이라 아쉬운데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PS : 그나저나 제목이 왜 "혈기린외전"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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