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운 작가의 최고 걸작 중 하나라는 "독보건곤"을 완독하였습니다. 이전에 읽은 책들보다는 장편이라 시간이 좀 걸렸네요. 하지만 최고작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는 재미는 충분히 가져다 주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은 독특한 점이 여럿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무쌍류"라는 기존 무협지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실전에 기반한 "타격기"로서의 극강 무공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어깨와 팔꿈치, 발과 무릎 등을 이용하여 상대를 그야말로 "박살"내는 이 무공에 대한 묘사는 굉장히 신선하고 이색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추리소설적인 전개를 따르면서도 왜 가문이 멸망당하고 왜 혈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입니다. 추리적인 전개야 기존 무협지에서도 많이 보아왔던 것이지만 여기서 노독행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세력들의 암투와 그 결말이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상당히 고심해서 줄거리를 구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세번째로는 무림의 양대 미인이 모두 등장하며 그중의 한명은 주인공 노독행과 사랑에 빠지지만 무협지에서 항상 등장하는 적나라한 정사 장면의 묘사같은 것이 하나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네번째로는 주인공에게 유일한 친구가 한명 등장하는데 이 친구가 무공을 잃은 폐인 신세라 주인공에게 "도움"은 안되고 "짐"만 된다는 점으로 기존 무협지의 공식과는 사뭇 다른 색다른 점이라 생각되네요.
뭐 위와 같은 독특한 점 때문에라도 좋은 작품이라고 할 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형적인 하드보일드형 캐릭터인 노독행의 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누구던 반말로 하대하며 긴말없이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또한 한번 행동을 시작하면 절대 멈추지 않는 저돌적이면서도 건조한 캐릭터를 무척이나 잘 표현해 내었고 또한 이러한 캐릭터성과 상반되는 애틋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감정도 잘 그려낸 것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 하더군요.
하지만 결말 부분이 너무 시시하며 설득력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습니다. 잘 달려나가다가 결승선 앞에서 넘어진 것 같이 개운치 않은 결말이라 씁쓸했어요. 패도적으로 강한 타격기였던 무쌍류를 도법으로 전환하는 과정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또한 뭔가 보여줄 것 같았던 사마표향과 장록번의 등장과 활약은 작품에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괜히 글만 길어졌다 뿐이지 실제 이야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거든요. 그 외에도 용대운 작가의 소설에서 항상 느끼는 점으로 수많은 고수들이 피떡이 되는 묘사가 이 작품에서는 너무 극대화 되어 있는 것도 옥의 티로 보입니다. 솔직히 과장이 너무 심했어요...
그래도 여러 독자분들이 추천해 주신 작품다운 재미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여러가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독특하고 신선한 발상으로 차별화 된 무협지로 인정받기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결말 부분의 미진함을 보완하며 곁다리로 붙은 내용들을 쳐 내는 수준으로 조금만 손질한다면 진정한 "걸작"으로도 재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 마지막 친구 방립동과의 이별장면은 아무리 봐도 "기나긴 이별"의 한장면 같습니다. 표절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사와 분위기가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PS : 마지막 친구 방립동과의 이별장면은 아무리 봐도 "기나긴 이별"의 한장면 같습니다. 표절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사와 분위기가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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