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소림사의 승려였던 흑저는 비무시합에서 자신의 무술을 선보이다가 실수로 상대를 죽이게 되어 파계되게 되는데 "소림이 준것을 거둔다!"라는 계율에 따라 내공까지 상실당하고 팔의 힘줄까지 끊어진채 쫓겨난다. 그는 10여년의 세월 동안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파계의 원인이 되었던 자신만의 무공, ‘박투술’을 완성시켜 소림사의 인정을 받고자 노력하며 힘줄이 끊어진 팔을 이용하기 위해 악명 높은 중원사흉(中原四凶) 중 하나인 청면수라를 죽이고 그가 지녔던 흉기인 청마수(靑魔手)를 탈취한다. 그런데 그 때 청면수라는 중원제일가(中原第一家) 금룡장의 차기 가주, 금조운을 죽이려던 참이었고 건방진 꼬마인 금조운은 생명의 은인인 흑저에게 ‘흑룡이 보이면 금룡을 찾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금룡장으로 돌아간다. 이후 흑저는 금조운의 생명을 노리던 정체모를 집단과 여러 악인들의 목표가 되어 계속된 생명을 건 결투를 벌이게 되며 이러한 생사를 건 결투의 와중에 서서히 "박투술"을 완성해 나가게 되는데..
좌백님의 소설입니다. 입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네요.
읽고난 평은 한마디로 평하자면 "그동안 읽어온 신무협 쟝르 중 최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박투술이라는 무공은 이전에 읽었던 용대운님의 "독보건곤"의 무쌍류와 비슷한 타격기로 독보건곤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무쌍류의 설정이나 묘사에서는 왜 최강의 무공이 타격기인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전혀 없고 후반부에서는 오히려 도법으로 전환하여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 생사박에서는 흑저의 타격기가 흑저의 타고난 체형, 즉 둔하고 뚱뚱하며 팔다리가 짧아 무공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체형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여 박투술이라는 무공의 현실성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그간 읽어온 신무협 소설들이 대부분 끝이 흐지부지, 애매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에 이 작품은 크게 2가지의 이야기, 즉 흑저가 소림으로 돌아가 자신의 무공을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을 그리는 이야기와 금룡장의 주인 자리를 놓고 치열한 사투, 그것도 주로 "두뇌싸움"을 벌이는 금조운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전개 자체를 흥미진진하게 하면서도 세간의 흔한 복수극류의 뻔한 이야기 구조에서 탈피한 신선함을 가져다 줍니다. 결국 결말부분에서 흑저가 원했던 것은 복수가 아니라 무도의 완성이며 또 무도의 극이 불도의 극과 통한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참신하더군요. 또한 금룡장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여러가지 복선 등이 꼼꼼하고 치밀해서 추리무협 스타일의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그간 무협지에서 보아왔던 뻔한 캐릭터들이 아닌 독특한 캐릭터가 넘쳐나서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 흑저가 파계승으로 굉장히 추한 외모의 사나이라는 것 부터 독특한데 조연급 인물들이 더더욱 한개성합니다. 특히나 극적 반전(?)의 주인공인 끈기와 집념의 거지 황거지, 별다른 무공이나 능력도 없고 머리까지 멍청하지만 얼굴만 잘생긴, 그야말로 무림의 제비라 할 수 있는 엽검영 같은 캐릭터는 그들만으로 한편의 작품이 나올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들이었습니다.
그래도 읽으면서 좀 불만스러웠던 점을 몇가지 든다면 금룡장의 세력다툼을 주 이야기로 끌어들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흑저에게 많은 희생과 아픔을 가져다 주는 이야기의 결말이 너무 시시했다는 점 (저같으면 소운이라는 놈을 찢어버리는 전개로 만들었을텐데...)과 그다지 등장할 필요가 없었던 귀도라던가 한백같은 몇몇 무림인들의 등장 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무림 10대 흉기나 "환"이라는 암기와 같은 불필요한 설정 역시 너무 많았고요. 하지만 이정도 단점은 이 작품의 재미에 비추어 볼 때 굉장히 사소한 점임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하여간 이만큼의 완성도를 지니는 신무협 소설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불도의 극의까지 어느정도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보일만큼 높은 수준의 작가 의식이 엿보이기도 하고요. 이정도 작품이면 대륙의 작품에 비해 그다지 처진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야광충"을 빨리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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