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열린책들 |
마드리드에서 혼자 살고 있는 쉰 여섯의 돈 하이메 아스타를로아는 한때는 화려한 시기를 보냈지만 점차 그 유행과 가치가 퇴색되고 있는 검술을 가르치며 연명하는 검술 교사이다.
1868년 여름, 이사벨 2세 여왕 정부에 대한 반발 세력들이 정권을 전복시킬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며 어수선하던 어느 날 돈 하이메에게 아델라 데 오테로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다. 그녀는 돈을 두배로 주겠다며 돈 하이메가 직접 창안한 '2백 에스쿠도' 검법이라 불리는 공격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하지만 끈질긴 간청으로 약간의 시험을 거친 뒤 그녀가 뛰어난 검객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검법을 전수해 준다. 그리고 점차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레베르테의 대표작이라는 "검의 대가"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이 작가 작품은 네번째로 읽어보는데 작가의 두번째 장편이며 제가 읽은 것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발표한 작품이네요.
특징이라면 초기작이지만 다른 작품들 처럼 역시 작가의 뛰어난 자료 조사 능력이 돋보이는 현학적 재미가 엄청나다는 것으로 "뒤마 클럽"이 고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이 체스라면 이 작품은 "알라트리스테"와 비슷하게 스페인의 근대사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제목 그대로 "검술 (펜싱)" 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의 스페인을 무대로 당시의 격동적인 사회상을 소설 내용에 그대로 반영한 전개는 역시나 레베르테 답다는 탄성이 나오게 할 만큼 잘 짜여져 있고요.
또한 "뒤마 클럽"이 재미와는 상관없이 고서사냥꾼 코르소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잘 묘사한 것 처럼 이 작품에서도 돈 하이메라는 정말 "검의 대가"같은 그럴싸한 캐릭터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어떻게 보면 나이든 알라트리스테와 느낌인데 진중한 멋이 느껴지는 멋진 캐릭터라 무척 호감가더군요.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는 체스의 고수 캐릭터가 약했던 측면이 있었는데 두 작품의 장점만 섞어 놓았달까요? 기본 설정과 캐릭터, 묘사에서 일단 먹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펜싱에 대한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자세하고 당시 사회상에 대한 묘사, 돈 하이메의 과거사 등에 대한 설명이 과해서 지루한 측면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현학적인 과시욕 때문이었을까요? 움베르토 에코의 여러 작품들에 비하면 그 정도가 덜한 편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2/3 정도로 분량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어차피 메인 스토리 자체는 다른 웅장한 설정이나 묘사에 비하면 많이 약하기 때문에 분량 면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또한 마지막의 대결 장면은 아무리 진검과 연습용 검의 차이는 있지만 "검의 대가"인 돈 하이메의 캐릭터 때문에 그다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아 긴장감이 덜한 것 역시 아쉬웠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우연찮게 케이블 TV에서 방영했던 영화를 먼저 감상했었기 때문에 결과를 미리 알고 있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저 위의 포스터가 그 영화 포스터입니다)
아울러 책에 등장한 다양한 펜싱의 자세를 약간의 도해로나마 표현해 주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작가 스스로는 "200 에스쿠도"를 눈이 휭휭 돌아갈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는데 머리로는 그 검법이 전혀 그려지지 않거든요. 책 자체는 이쁘게 잘 나왔는데 약간의 배려가 아쉽네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영화로 먼저 보기는 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소설을 보니 확실히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드네요. 돈 하이메 캐릭터를 잘 살렸던 영화나 다시 구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S : 근데... 이게 "추리물" 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