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척, 조선의 사냥꾼 - 이희근 지음/따비 |
조선 시대 사냥꾼들에 대해 알려주는 미시사 서적.
조선 시대 직업 사냥꾼들을 산척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의 백정은 사냥 실력도 뛰어났는데, 북방 유목민의 후예였기 때문이랍니다. 백정 중 사냥만 하던 사람들이 직업 사냥꾼 산척이 되었고요. 임진왜란 이후 사냥도구로 조총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추노>>나 <<미스터 선샤인>> 등으로 익숙한 산행포수가 탄생합니다. 그 전에는 주로 목궁이나 쇠뇌 등을 사용했지만, 그 성능 면에서 조총을 따라갈 수는 없었겠지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수도 무척 많았답니다. 선조실록에는 고을마다 수백 명을 웃돌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국 330개 군현 모두를 의미하는건 아니겠지만, 한반도의 70%가 산악 지형이고, 고종 시기 강계 한 고을에만 산행포수가 200~300명 이었다고 하니 대충 어림잡아도 수만명 (330*0.7*250 = 57,750!)은 넘었을 듯 합니다. .
실력도 출중했습니다. 산행포수는 호랑이도 6미터 거리에서 단 한 발로 잡을 수 있었답니다. 조총의 성능에 담력과 실력이 합쳐진 덕분이지요. 구한말 이들의 솜씨를 목격했던 서양인 샌즈의 기록 (조선비망록)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호환을 막기 위한 호랑이 사냥 전문 부대에 소속되어 활약하기도 했고, 전시에는 군인으로 나섰습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으로 빼어난 활약을 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거창 산척 서인손입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왜장을 포함해 적병 24명을 죽이거나 중상을 입혔다는게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공을 세워 벼슬길에 오른 사례도 존재합니다. 황해도 서흥 출신 재인 한복련은 호랑이를 무려 40여 마리를 잡아 겸사복 (정3품 ~ 종9품)으로 특채되었고, 임진왜란 때는 전공을 세운 많은 백정이나 산척이 출세했다고 하네요. 무능하고 자존심만 셌던 사대부들이 반발했지만, 전시에 무공을 세운 이들에게 관직을 내리는건 막을 수 없었지요.
이렇게 조선 시대 사냥꾼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전체적인 책의 구성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조선 시대 사냥꾼 '생활'에 대한 소개가 전무한 탓입니다. 사냥을 나서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고, 사냥 장비 - 조총, 화약, 탄알 - 는 어떻게 구입했고, 사냥한 짐승은 어떻게 처리했고, 평상시에는 어떤 생활을 했는지 등은 아예 소개되지 않아요. 그렇다고 유명한 산척에 대한 일화가 있는 것도 아니며, 도판도 부실합니다.
오로지 수록된건 실록 등 이런저런 기록 속에 '산척'이 관련되어 있는 내용 뿐입니다. 그래서 호랑이를 사냥한 무용담과 산척들이 군인으로 참가했던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당시 전투에 대한 소개만 이루어지고요. 물론 특정 전투에 대한 기록이 나쁜건 아닙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에 대해서는 특별히 상세하기도 하고요. 뛰어난 명사수들이었던 산행포수 부대가 미군에게 대패한건 지휘관의 잘못이었다는 설명도 좋았고 (큰 차이는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해당 지역 지도까지 수록하여 이해를 도와주거든요.
그러나 이런걸 기대하고 구입한게 아니라서 실망이 컸습니다. 전쟁사가 궁금했다면 다른 책 - <<조선 전쟁 생중계>> 등 - 을 구입했겠지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생각과 너무 달라 감점합니다. 산척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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