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전쟁 생중계 - 정명섭 외 지음, 김원철 그림/북하우스 |
조선 역사에서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10개의 전투를 선정하여 상세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소개된 전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파저강 야인정벌 (4군 6진 개척)
2. 탄금대 전투 (임진왜란)
3. 행주산성 전투 (임진왜란)
4. 칠천량 해전 (임진왜란)
5. 명량해전 (임진왜란)
6. 노량해전 (임진왜란)
7. 사르후 전투 (명 원조)
8. 쌍령 전투 (병자호란)
9. 광교산 전투 (병자호란)
10. 손돌목돈대 전투 (신미양요)
임진왜란 관련 전투가 절반을 차지하며, 행주산성 전투, 명량해전, 노량해전 같은 유명한 전투가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비교적 덜 알려진 전투들입니다. 상당수가 조선이 패배한 전투라는 점도 독특하고요. 무엇보다 전투 장면을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대화를 나누며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으로, 이러한 방식 덕분에 독자가 더욱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개된 전투 중 인상적이었던건 조선 최고의 명장으로 불렸던 신립 장군의 '배수의 진' 작전을 다룬 "탄금대 전투", 원균이 조선 수군을 사상 최악의 패전으로 몰아넣은 "칠천량 해전", 그리고 병자호란 당시 10배 이상의 병력을 보유하고도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한 "쌍령 전투"의 세 가지입니다.
"탄금대 전투" 편에서는 임진왜란 초기 조선군의 참패 상황이 상세히 묘사되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신립 장군의 전술과 그가 조령이 아닌 탄금대에서 결전을 치르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령에도 우회로가 존재했으며, 오합지졸인 병사들을 산속에 배치할 경우 도망칠 가능성이 높았고, 무엇보다 조총의 위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됩니다. 또한 칼을 물에 식혀가며 싸웠다는 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는 단 한 번의 교전으로 조선군이 붕괴했다는 것이 보다 신빙성 있는 설로 설명됩니다. 이는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조선의 신흠과 일본의 종군승 덴케이의 증언을 통해 뒷받침됩니다.
"칠천량 해전"은 임진왜란 전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전투로, 그 중요성에 비해 세부적인 내용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며, 특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원균 명장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원균이 선무 1등 공신으로 책봉된 것은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봐도 선조만이 인정한 것일 뿐, 다른 기록들에서는 그의 무능이 드러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원균을 통제사로 임명한 선조의 입장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도 덧붙여집니다.
"쌍령 전투"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전투였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군이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남한산성이 포위된 후 각지의 조선군이 인조를 구하려다 각개격파당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쌍령 전투는 조선군이 적군보다 10배 이상 많았고, 지형적으로도 유리한 곳에 진지를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탄약 부족, 조총 부대의 훈련 부족, 화약 폭발 등의 사고로 인해 순식간에 전멸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반대로 신립 장군의 기마전술이 조총을 상대하는 데 반드시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전투 외에도 풍부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합니다. 각 전투의 역사적 배경, 지휘관과 병력 규모, 전투 양상 등을 세밀하게 설명하며, 덕분에 익숙한 전투도 새롭게 보입니다. 또한 오랑캐라는 말의 어원이 북방 유목민 오랑카이족에서 유래했다는 점, 명량해전의 쇠사슬 함정 이야기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귀걸이가 유행했다는 점, 이순신 장군의 자살설 등 흥미로운 역사적 토막 상식도 가득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내 서적에서는 드물게 풀컬러 인쇄로 제작되어, 당시 병사들의 모습, 무기, 전장의 모습을 재현한 일러스트가 풍부하게 실려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단순한 역사책을 넘어 자료적 가치까지 갖춘 보기 드문 도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 책의 기획 자체가 멀티미디어에 더 적합했다는 점입니다. 영상화되었더라면 고증에 입각한 방대한 자료와 생중계 방식의 묘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대상 연령대가 다소 낮게 설정된 느낌이 있어서, 좀 더 성인 독자층을 고려한 글이었다면 더욱 깊이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역시 전체 전투에 대한 조감도보다는 고증에 충실한 자료용 도판이 더 많았더라면 더욱 가치 있는 책이 되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성인 독자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고등학생 정도의 독자층에게 특히 잘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영상화된 콘텐츠로도 만나보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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