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비채 |
눈으로 가득한 촌 마을에서 출산을 앞둔 아내와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 행크는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형 제이콥, 형의 친구 루와 함께 묘지 참배를 떠났다. 이동 중 그들은 추락한 비행기 잔해와 4백여만 달러의 거금을 발견했다. 행크는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6개월을 기다리자고 제의하는데...
먼저 사과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이 작품에 대해 터무니없는 편견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작가 스스로 썼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영화보다 확실히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작가의 후속작 "폐허"의 출구 없는 지옥, 절망의 도가니의 리얼 버전이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일까요. 읽는 내내 불편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지만 흡입력이 굉장했습니다. 눈으로 가득한 춥고 삭막하고 볼품없는 촌동네를 무대로, 전형적인 소시민이자 평범했던 주인공 행크가 우연히 발견한 거액의 돈 때문에 무려 여섯 명을 죽이는(이외에도 보안관 죽음에 책임이 있습니다) 살인자로 변해가는 과정이 설득력 넘치는 덕분입니다. 살육의 과정도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우발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다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기 때문에 읽는 내내 긴장감이 극대화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소 찌질하고 애처롭게 그려졌던 형 제이콥의 최후와 어설펐던 마무리 등이 소설에서는 훨씬 더 합리적으로 설명됩니다. 특히 살육의 과정이 평범한 행크의 1인칭 심리 묘사로 전개되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에필로그에서 묘사되는 행크의 모습 역시 강렬합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할 뿐이라는 무간지옥 같은 삶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하지만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띕니다. 형의 죽음 이후 등장하는 FBI 요원의 이야기는 작품을 마무리하기 위한 장치로 필요하긴 했으나,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행크의 딸 아만다에게 닥친 사고 역시 작위적이었고요.
또한, 돈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1/10의 확률이라면 모험을 걸어보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일반적이지 않았을까요? 사라의 말처럼 도망 다니면서 사는 삶도 가능했을 텐데 말입니다. 어차피 돈의 일련번호가 일부 기록되어 있었다면, 세 명의 계획대로 잘 풀렸더라도 결국 결과는 뻔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말이 공정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흑막처럼 보였던 아내 사라 캐릭터는 영화 쪽이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사라 역의 브리짓 폰다가 워낙 적역이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소설에서는 행크가 위안을 구하고 의지하는 존재일 뿐, 사건을 주도하는 역할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사라 캐릭터가 너무 약해졌고, 범죄를 공유한다는 느낌도 희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끼"라든가 "유니스의 비밀" 같은, 평범한 인물이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걸작들과 견줄 만한 뛰어난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며, 성공은 당연해 보입니다. 확실히 이 장르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면 그 완성도도 보장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품의 교훈은 "루저나 찌질이는 거액이 생겨도 루저이고 찌질이다"라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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