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2/01/01

심플 플랜 - 스콧 스미스 / 조동섭 : 별점 3점

심플 플랜 - 6점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비채

-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결혼하기 일 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

행크는 눈으로 가득한 촌 마을에서 출산을 앞둔 아내와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으로 아버지 기일 묘지 참배를 위해 형 제이콥, 형의 친구 루와 함께 가던 중 추락한 비행기 잔해와 4백여만 달러의 거금을 발견한다.
행크는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6개월을 기다리자고 제의하는데...


먼저 사과부터 해야겠습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이 작품에 대해 터무니없는 편견을 가졌었거든요. 영화의 시나리오를 작가 스스로 썼기에 별 기대를 하지.않았는데 왠걸, 영화보다는 확실히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작가의 후속작 <폐허>의 출구없는 지옥, 절망의 도가니의 리얼버전이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일까요. 읽는 내내 불편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지만 흡입력이 굉장했습니다.

눈으로 가득한 춥고 삭막하고 볼품없는 촌동네를 무대로 전형적인 소시민이자 일반인인 주인공 행크가 우연찮게 얻은 거액의 돈 때문에 살인마로 돌변하는, 이러한 장르물 핵심 과정의 설득력도 높아요. 4백만불 때문에 무려 여섯명을 죽이고 보안관의 죽음에 잠재적 책임이 있게되는 행크. 줄거리만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살육의 과정이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고 우발적인 것이었다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고 읽었습니다.
또 영화에서 좀 찌질하고 애처롭기까지 했던 형 제이콥의 최후, 어설펐던 마무리 등은 소설에서 더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일련의 살육 과정을 너무나 평범한 행크 1인칭 심리묘사로 전개하고 있어서 더욱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에필로그에서 행크의 모습.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할 뿐이라는 무간지옥의 모습이 깊은 울림을 전해 주네요.

그러나 확실히 데뷰작이긴 데뷰작인가봐요. 아쉬운 점도 눈에 띄긴 합니다. 형의 죽음 이후 등장하는 FBI 요원 이야기는 작품을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하긴 했으나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행크의 딸 아만다에게 닥친 사고는 작위적 스토리라인의 정점이었고 말이죠.
또 돈의 처리도 솔직히 합리적으로 보이진 않았어요. 1/10의 확률이라면 모험을 걸어보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게 상식적이지 않았을까요? 사라의 말처럼 도망다니면서 사는 삶도 괜찮았을텐데. 어차피 돈의 일련번호가 일부나마 기록되었다면 세명의 계획대로 잘 풀렸더라도 결과는 뻔했으라는 점에서 별로 공정해보이지도 않더군요.

그리고 영화에서는 진짜 흑막으로 보였던 아내 사라 캐릭터는 영화 쪽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사라 역의 브리짓 폰다가 워낙에 적역이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만... 어쨌건 소설에서는 행크가 위안을 구하고 기대는 존재일 뿐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거의 순수히 행크의 자발적이며 본능적인 의지와 생긱이에요. 이러다보니 사라 캐릭터가 너무 약해질 뿐더러 범죄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잘 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도끼>라던가 <유니스의 비밀> 같은 일반인이 범죄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이바닥 걸작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데뷰작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이며 대박은 당연해 보여요. 하긴 이쪽 장르물은 어느정도 성공한 작품이면 수준도 같이 보장되는 특이한 구석이 있긴 하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품의 교훈은 "루저나 찌질이는 거액이 생겨도 루저이고 찌질이다" 라는 것이겠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