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레 씨, 홀로 죽다 -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
"메그레 반장과, 그가 몇 주 동안 당황스러우리만치 내밀하게 지내게 될 그 죽은 이와의 최초의 접촉, 그것은 1930년 6월 27일, 아주 평범하고도, 힘들고도, 잊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일어났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그레 반장이 생파르조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갈레라는 이름의 남자에 대한 수사를 벌인다는 열린책들의 메그레 시리즈 제 2탄. 구한지는 한참 된 것 같은데 해를 넘기고서야 읽게 되었네요. 이유로는 제 프랑스 소설 거부 취향이 컸습니다만... 그런데 왠걸?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전작이자 시리즈 제 1탄인 <수상한 라트비아인> 보다는 좋았습니다.
일단 사건 자체가 흥미로와요. 7m 떨어진 곳에서 총에 맞은 뒤 칼에 찔려 죽은 갈레씨.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는 사건 수사도중 발생한 두번째 총격 사건 당시 메그레 반장이 직접 목격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또 다른 용의자 역시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는 설정이 그야말로 정통 추리물적이라 고전 추리 애호가를 잘 만족시켜 주고 있거든요.
그리고 장편 이하 중편 이상 정도되는 적당한 분량에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주위 인물관계와 깔끔한 전개로 몰입하여 읽는 맛도 잘 살아있는 편이고요
그러나 메그레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작품 이력처럼 (출판만 <수상한 라트비아인>이 먼저였다고 하네요) 아직은 완숙하지 못한 탓일까요?. 진상은 명쾌하지만 곁가지들에 대해 설명이 부실한 것이 큰 단점으로 그 중에서도 두가지는 아주 불만스럽습니다.
첫번째는 왜 갈레씨가 어차피 자살할 결심이었다면 왜 '안뜰로 향한 방'을 달라고 요청했는지에 대해서 설명되지 않는 점입니다. 요청한 시점이 생틸레르가 요청을 거절한 이후이든 아니든 결과적으로는 추리와는 관계없는 불필요한 정보, 아니 외려 독자의 추리를 방해하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더군요. 이래서야 중요하게 부각할 필요가 전혀 없죠.
두번째는 "자코브"씨의 정체는 엘레오노르와 앙리임이 분명할텐데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협박했는지가 전혀 밝혀지지 않는 것 입니다. 그들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쉽사리 돈줄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텐데 갈레가 죽음을 결심할 정도로 강한 협박을 한 이유 역시도 조금이나마 설명되었어야 했고요. 이러한 설명의 부재 탓에 결국 이 두 악당 캐릭터는 부족한 용의자를 늘리고 작품을 조금이라도 길게 만들기 위한 잉여, 소모품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갈레씨가 구태여 가명으로 묶었던 호텔에서 자살할 이유는 없었다는 것도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면 불합리한 부분이에요. 호텔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자살했다고 해도 결국 가명과 그의 이중생활이 드러나게 됐잖아요. 차라리 낚시배 사고를 위장해서 집에서 죽는게 나았겠죠.
비록 기계장치같은 것을 조립하는게 취미였다 하더라도 권총에 부착하고 나무에 매달아놓은 조잡한 장치가 제대로 동작했으리라 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고요.
마지막의 메그레 반장이 갈레씨의 희생을 동정하여 사건을 덮어주려 결심하는 마지막 장면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갈레씨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반장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가족들, 특히 처가 식구와 아들 앙리에게는 돈 한푼 주는게 아까울 뿐이니까요.
그래도 앞서말한 재미와 함께 무엇보다도 아내와 아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고 무시당했으며 건강마저 나쁘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갈레씨라는 피해자가 처한 상황이 왠지 모를 연민과 함께 불쌍한 가장으로서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는 점 때문에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는 없습니다! 무려 80여년전 프랑스 소설 속 피해자에게 머나먼 한국땅 직장인이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는 부분이 어찌보면 서글프기도 하네요. 가장들은 언제 어디서나 다 똑같은 불쌍한 존재라는 뜻이겠죠...
불쌍한 갈레씨 때문에라도 별점은 3.5점입니다. 이 땅의 모든 가장들, 우리도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던가, 아니면 죽을만큼 열심히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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