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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다잉 아이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1.5점

 

다잉 아이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바 '양하'의 바텐더 신스케는 어느날 한 손님에게 습격당해 머리에 중상을 입고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긴다. 회복한 뒤 그는 사건의 원인이 자신이 일으킨 일년반 전의 교통사고에 대한 복수라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듣지만 그 사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상실한 것을 깨닫게 된다. 신스케는 어렴풋한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물만두님의 리뷰 때문에 읽게된 책. 그런데 물만두님의 극찬이 전혀 이해가 되지않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만두님의 극찬 요지는 양심없는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고발적인 성격이 짙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 딱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실제 범인인 우에하라 미도리는 정신이상자가 되어버렸고 동승자이자 사후종범인 기우치는 미쳐버린 약혼녀의 뒷치닥거리나 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렸으니 사는게 지옥일텐데 양심없이 사는 가해자라는 건 어울리지 않잖아요.

물론 사고를 잊고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던 또다른 가해자인 신스케와 에지마에게 복수의 철퇴를 내려 경종을 울린다는 해석도 가능하긴 합니다. 그러나 진범이라 할 수 있는 에지마가 걸려든 것은 순전한 우연 - 신스케 살인미수가 루리코의 잠복과 겹친다는 - 에 불과하다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게 아닌가 싶어요. 이래서야 경종을 울린다기보다는 그냥 재수가 없었을 뿐이니까요.

또 우연이 많이 개입되어 있고 무리하고 작위적인 설정이 많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단 죽어가는 피해자의 눈이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는 기본 설정부터 작위적입니다. 게다가 우연찮게 머리를 맞고 우연찮게 사고 및 사고와 관련된 일들만 잊어버렸다... 참 편한 설정이기는 합니다만 말도 안돼죠. 
그 외에도 유니버셜 맨션이라는 루리코의 거처를 알게 된 순간 경찰에 신고만 해도 범행의 전모를 밝히는 것은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을텐데 하필이면 출동한 형사가 아무에게도 알리지않고 혼자 출동해서 우연찮게 실종된다는 것과 왜 경찰은 형사가 실종되었는데 핸드폰 통화내역과 발신자 조회도 하지 않는지도 억지스럽고 중간에 신스케가 발견한 레이지의 SF 소설같은 일기나 신스케의 애인 나루미가 남자가 없었다는 증언과 그녀의 실종을 대비시키는 전개 등 작위적인 요소가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네요.
무엇보다도 루리코가 신스케를 유혹하고 정사를 나눈다는 설정은 정말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미모의 여자가 몸까지 바쳐가며 초호화 맨션에서 같이 살 것을 요구한다니! 이런 복수라면 외려 환영하는 피해자가 더 많을 것 같아요.

그냥 순수한 원한과 복수를 서스펜스 스릴러 형태로 그리고 싶었던 것이 작가의 의도였을까요? 그렇다면 범인보다도 범행을 지켜보기만 했던 목격자들을 복수의 대상으로 삼았던 <살인 더하기 다섯> 처럼 미나에 사건이 원인이 된, 고용인을 막 다루는 후카미 집안 사람들도 같이 응징했어야 하는게 더 합리적이었을 것 같은데 이건 뭐 신스케에 대한 복수극도 아니고 대체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서두의 죽어가는 미나에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와 더불어 원한의 눈길이라는 지극히 동양적이면서도 신비한 동기를 서스펜스 스릴러로 포장한 작가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신스케의 사고 - 루리코의 등장 - 나루미의 실종 - 기우치와의 만남 - 감금과 탈출 등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느껴지는 흥미와 몰입은 역시나 싶은 수준이라 재미 측면에서는 나무랄데가 없고요. 그러나 작가의 장점인 트릭과 플롯의 조화는 사라지고 작위적인 설정과 우연으로 점철된 전개, 불필요한 자극적인 묘사로 싸구려 펄프픽션 느낌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네요. 좋게 봐줘도 흔해빠진 서스펜스 스릴러물 정도니까요. 물만두님의 리뷰는 항상 경애하는 바이지만 이 작품만큼은 분명하게 다른 견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서는 최악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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