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폴리앵에 지다 - 조르주 심농 지음, 최애리 옮김/열린책들 |
"갈레씨, 홀로 죽다" 다음에 읽은 메그레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한 남자가 거액을 우송하는 장면을 우연히 본 메그레 반장이 그를 추적하다가 자살하는 장면까지 목격한 뒤, 모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너무 많네요. 일단 사건의 발단부터가 메그레의 쓸데없는 호기심과 참견이라는 점에서 별로였습니다. 좀 수상해 보인다고 해서 모르는 남자를 국경까지 넘어서 추적한다는 게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요. 물론 메그레 반장의 성격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요.
그리고 죄네-다른빈유가 자살한 원인이 메그레 반장이 바꿔치기한 가방 때문이라는 점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한마디로 오지랖 넓고 집착이 대단한 메그레 반장의 스토킹과 절도로 인해 한 남자가 자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잖아요!
아울러 이야기 전개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주요 인물들과 얽히게 되는 과정에서 우연과 비현실적인 설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반 담이야 시체가 있는 곳에 잠복하고 있던 반장의 그물에 걸린 것이긴 하나, 본인이 너무 티가 날 정도로 요란을 떠는 것부터 비현실적입니다(그냥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 정도로 넘어가면 됐을 텐데 말이죠). 처음 찾은 술집에서 벨루아르라는 또 다른 용의자를 발견하고, 그다음에 방문한 벨루아르의 집에서 다른 연관 인물들을 알게 되는 식인데, 이건 수사도 아닙니다. 메그레 반장이 이동하는 곳마다 용의자가 "똻~!" 하고 등장하는 전개라니요. "옳지! 네놈이 연관되어 있으렸다~!"라는 식으로 사건이 풀려가는 것이 전부니까요.
마지막으로 진상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십 년 전 어울렸던 친구들 사이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살인사건과 이후 친구들 중 하나였던 다른빈유가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10년 전 양복 하나만을 증거로 거액을 요구하며 친구들을 협박했다, 그리고 그 증거가 없어지자마자 자살했다는 내용인데, 진상이 시시할뿐더러 이해도 잘 되지 않습니다. 대체 왜? 가방 안에 옷이 있다고 사기 치면서 협박을 하고 다녔다면, 그 안이 신문지건 뭐건 그게 그렇게 큰 문제였을까요? 공소시효도 제대로 모르고 협박을 했던 것인지도 의문이고요. 살인자도 아니고 별다른 증거도 없어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반 담, 롱바르, 자냉 같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협박에 전전긍긍했는지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순진한 시대였다는 뜻일까요?
책 뒷부분 해설을 읽어보니, 조르주 심농의 학창 시절 추억이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 그냥 추억팔이용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재미도 없고 추리소설로 보기도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메그레 반장 시리즈도 워낙 많다 보니 모든 작품이 걸작일 수는 없겠지만, 이 작품은 기대와 너무 달랐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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